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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 부실, 월드컵 보도 넘치는 방송모니터 보고서(2014.6.20)
등록 2014.06.20 17:29
조회 611

 

 

 

 

지상파3사, 뉴스를 ‘월드컵’으로 도배

- 인사 참사 보도 사라진 MBC, 월드컵 보도에만 올인!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씨를 국무총리 후보로 발표한 데 이어,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4명을 교체하고, 13일 교육부장관 등 7개 부처 장관을 새로 내정했다. 그러나 문 후보에 대해 식민사관 논란과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총리 자질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고, 그 외 인사들에 대해서도 논문표절, 음주운전 경력, 대가성 후원금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인사 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철저한 인사 검증 벌여야 할 언론…그러나 월드컵에 빠진 지상파3사!

 

 

 

 

그러나 ‘인사 참사’에 대한 검증이 벌어져야 할 시기에 지상파3사 뉴스를 채운 것은 월드컵이었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에서 월드컵 관련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MBC는 월드컵 관련 보도를 82건이나 내놨다. SBS는 68건, KBS는 53건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보도전문채널과 종편3사가 9~18건의 보도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보도량이 최고 9배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아닌 방송사의 차이로 보인다. 중계권을 사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광고수입으로 채우고자 하는 지상파3사는 저녁종합뉴스조차 자사 월드컵 중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MBC, 6일 중 4일 톱뉴스부터 ‘월드컵’…나머지 이틀도 ‘월드컵’으로 채워

 

 

 

 

6일간 방송사 톱 보도를 비교해보면, 방송사의 의중이 더 정확히 드러난다. 방송사마다 당일 가장 주요한 뉴스를 선정해 톱 보도를 배치한다. 그런데 MBC는 6일 중 4일을 톱으로 ‘월드컵’을 배치했다. 톱 보도부터 이어진 관련 보도는 14일~16일에는 6~7건이었다가, 한국-러시아전이 있었던 18일에는 18번째 보도까지 주구장창 월드컵 내용으로만 뉴스를 구성했다. 17일 MBC는 톱뉴스 주제인 문창극 보도를 2건과 박근혜 대통령 순방 보도 1건을 보도한 뒤, 월드컵 관련 보도를 17건을 보도했다. 19일에는 전교조 관련 2건을 보도한 뒤 월드컵 보도 14건을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월드컵 뉴스>로 간판을 갈아야 할 상황이다.

SBS도 한국-러시아전 경기 당일 톱 보도부터 19꼭지를 연달아 월드컵으로 채웠다. KBS도 17일과 18일 톱 보도를 월드컵으로 뽑고 8~10건을 연속으로 보도했다. 

 

지상파 3사, ‘인사 참사’ 검증 제대로 하고 있나

 

 

반면, 6일 동안 지상파3사의 문창극 총리 후보를 둘러싼 논란 보도는 8~9건에 불과했다. 20건 가량의 보도를 낸 종편3사와 차이를 보인다. 월드컵 보도량과 비교해보면, 지상파3사가 월드컵 보도를 쏟아내느라 문창극 후보 관련 보도를 소홀히 다룬 것으로 해석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MBC 보도가 가장 ‘검증’에 소홀하다. 주로 문 후보의 거취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 반응을 다루고 있고, 군 특혜 의혹이나 ‘셀프급여’ 등 논란에 대해서는 검증보다 문 후보의 해명을 싣는 데 그쳤다. 11일 문 후보 교회 강연 동영상을 단독 보도하며 검증을 선도했던 KBS는 월드컵 시작 이후, 타사와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총리 후보자 이외 전반적 인사 검증보도는 더욱 부족

 

 

 

지상파 3사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의 자질 논란에 대한 보도도 태부족이다.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정치 특보로 있으면서, 이인제 의원 측에 돈을 건 낸,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다. 또한 2007년에는 북풍 공작을 주도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전면개혁이 요구되는 때에 오히려 공작정치의 주범을 국정원장으로 앉혀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높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또 기본적인 논문표절의 문제부터 국민통합과 완전히 배치된 인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지상파 3사는 이에 침묵했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는 제자 논문 표절과 연구비 가로채기, 논문 성과 부풀리기 등 교수직조차 박탈당해야 할 수준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방송뉴스가 김 후보 관련 보도를 내놓기는 했으나 논란 중 일부 사안만을 다뤘거나, 특히 MBC의 경우 김 후보의 해명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YTN과 종편 3사의 방송뉴스도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이고 표피적인 모습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야당이나 다른 언론이 제기한 문제를 받아쓰는 수준에 머무르는 보도가 대부분이고, 검증을 파헤치기보다는 여야 혹은 당사자의 발언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또한 여야의 핵심 관심 사항이 아니면, 의혹이 제기됐어도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끝>

 

 

2014년 6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