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민언련 회원들의 설 풍경 (2) - 김용범 회원 (2014년 2호)
등록 2014.03.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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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발 특수 명절 스트레스


김용범 회원 l beom2503@gmail.com




민족 대이동이 주는 피로와 어른들의 그칠 줄 모르는 잔소리 등 보편적인 것들 외에도 제게는 특수한 종류의 명절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 싶은 ‘고생 스케줄’과 귀 닫고 입 닫고 듣는 ‘어른들의 정치 토크’로 요약됩니다.


  여러분은 설날 몇 그릇의 떡국을 먹고, 모두 몇 번의 절을 하시는지요. 저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대여섯 그릇의 떡국을 먹고, 아니 먹어야 하고, 세배와 차례 명목으로 백팔 배쯤하고 나야 비로소 설을 쇤 것이 됩니다. 가장 큰 댁에서부터 여섯 일곱 번째 집까지 순서대로 차례를 지내야 하고, 선산에 올라 군데군데 흩어진 산소를 돌고 내려오는 일정입니다. 여기까지 족히 한나절은 걸립니다. 


엉덩이만 들썩이는 제가 고생이라면, 그 많은 차례 상과 음식을 감당해야 하는 어머님들은 고행을 치르시는 셈이지요. 정치 토크는 호칭 정리 정도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야권 주자들의 이름 뒤에는 정치 입문자라는 의미로 명사 ‘새끼’가 붙습니다. 북녘 위원장 이름은 격식에 맞추어 ‘개’자를 하나 더 붙여줍니다. 반면에 대통령 이름은 그냥 “그네, 그네......” 정겹게 부릅니다. 여기서 제가 맡은 배역은 ‘나라 망하는 줄 모르고 까부는 젊은 놈 1’입니다. 대사는 없고 멍하니 웃고 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글쎄 그게 속 편하니까요.


  이런저런 것들이 설을 귀찮고 피곤하도록 만듭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해버리기에는 아쉬운 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족 모두의 안녕함을, 그것도 한 자리 모여 확인하는 장으로써의 의미가 그렇고. 그 속에서 저 어르신의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내가 살아 왔구나’ 새삼 느낄 때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설의 관심사는 ‘두 살배기 조카가 절을 할 줄 알까’였는데,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여러분의 설은 얼마나 고되고, 또 즐거우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