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민언련 회원들의 설 풍경 (1) - 이은지 회원 (2014년 2호)
등록 2014.03.0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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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첫 명절


이은지 회원 l ssook_ssook@hanmail.net 





처음이란 항상 걱정, 두려움 혹은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된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설. 처음이란 기대와 설렘은 어디 갔는지. ‘전을 홀라당 태워먹으면 어쩌지, 혹시 나를 도마 시험장에 올려 요리 경연을 펼치게 하시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명절이란 단어가 시댁이라는 배경과 함께 결합한 힘인가. 처음 가는 시댁도 아니건만, 그동안 왜 과일 깎기를 연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와 함께, 추석 때처럼 설거지할 때 옆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올라와서 잘하라는 당부를 신랑에게 새기며 시댁으로 출발했다.


매년 나이를 먹을 때마다 설을 맞이했건만, 이번 설이 생소하고 처음이라고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일어나보니 미리 하실 수 있는 요리는 일찌감치 다 해놓으셨고(우리가 설 이틀 전에 시댁으로 갔는데도 말이다!) 전도 뱃속에 있는 애기한테 안 좋을까봐 이른 아침에 혼자 해놓으시려고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긴장하신 건 어머니 같았다. 하긴 어머니도 며느리가 있는 설은 처음이 아니던가. 오히려 부담은 어머니가 가지셨다 싶어 왠지 죄송한 마음이었다. 미리 해 놓은 음식을 보면서, 아 좀 더 일찍 전화 드려 같이 하자고 말씀드릴 걸 싶었다. 서투른 며느리와 이런 며느리가 처음인 어머니. 시간이 지나가면서 우린 톱니바퀴 맞아가듯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까.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뱃속의 11주 된 우리 아기는 할머니를 좋아했다. 전 냄새에 오히려 식욕이 돌기에 어머니랑 오랜만에 수다 떨며 전 부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의 당부를 너무나도 잘 지킨 신랑은 오전 내내 잠만 잤고 집에 와서 등짝스매싱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원래 시댁은 오기만 해도 힘든 거라며 쉬라며 계속 챙겨주셨던 어머니. 우리 간 뒤 몸살은 안 나셨을라나. 전화라도 한통 드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