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안에 대한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2013.9.28)
등록 2013.10.04 11:05
조회 642
○모니터기간 : 9월 22일~9월 26일
○모니터대상 :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공약파기’를 ‘공약조정’으로 조정해주는 공영방송
-無분석, 無비판, 영혼없는 저널리즘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기초연금을 비롯해 4대중증질환,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의 복지공약에 대해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어른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소득하위 70%에 대해서만 차등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4대중증질환도 ‘3대 비급여를 제외’하고, 반값등록금 시행도 ‘1년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재정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임기 내 실천하겠다”면서 ‘공약 포기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축소’인가 ‘포기’ 인가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복지후퇴 조짐을 보여 왔다. 인수위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인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가입기간과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부담’에 대해서는 상급병실료와 간병비 등을 제외한 일부지원으로 슬쩍 공약을 바꾸려다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최근 지자체와 갈등을 빚은 0~5세 이하 무상보육 정책 역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다 당초 안보다 정부 부담률을 줄이는 후퇴된 변경안을 제시해 비판을 받았다.
이후, 지난 22일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복지후퇴에 대한 우려가 재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주무부처 장관의 사의표명이 복지공약 축소?파기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우기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논란은 같은 날 새누리당이 해명대신, “국가 재정 형편상 힘든 것을 가지고 무조건 공약대로 이행하라는 것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라며 공약후퇴를 내비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며 가중됐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25일 발표된 ‘후퇴된 정부안’을 26일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인정하면서 공약파기는 기정사실화 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선복지공약 중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4대중증질환 진료비’ 등은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안이었다. 특히 기초노령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대상과 금액을 동일시하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보편적 복지공약으로 불렸다. 새누리당도 대선캠페인 당시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똑같이 20만원을 지급’한다는 데 방점을 찍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때문에 9월 25일 정부가 ‘소득하위 70%에 한해 소득인정액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안을 내놓은 데 대해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을 두고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 논란이 일면서 지난 2월 인수위 때부터 문제제기가 됐다. 더구나 현행기초노령연금법을 그대로 두면 2028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70%가 20만원 수준의 돈을 일괄 지급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안은 현행보다 후퇴한 안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안은 ‘보편적 복지’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는 공약 축소가 아닌 공약의 방향성과 원칙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응당 국민 앞에 복지공약을 이행하지 못함에 대해 백배 사과하고 그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대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만만한 게 ‘공약파기’? 과장된 대선캠페인은 ‘대국민사기’!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약 불이행을 두고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대뜸 ‘재정부족’과 ‘국가건전성 악화’를 운운하며 ‘공약파기’를 불가피한 것인 주장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차별적 지원을 당연시하는 주장도 나왔다. 23일 새누리당 심재철 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노골적으로 ‘차별적 지원’을 주장했다. 그는 “소득수준을 70%로 하더라도 20만 원으로 할 경우 박 대통령 임기동안만도 43조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며 고령화를 고려하면 재정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덧붙였으며, ‘증세 없인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놓은 안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 재정소요 예상금액은 60조 3천억 원으로, 이 역시도 재정여건상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결국,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 공약이 자신들의 선별적 복지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없음을 알면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특히 박 후보가 선거 당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아예 뺀 것’이라고 말했는데, 새누리당은 이런 거짓말을 알면서도 덮어주고 덩달아 부추긴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인수위 시절 새누리당의 언사도 새삼 화제다. 인수위안을 두고 비판이 일자 새누리당은 “대선 캠페인과 공약은 차이가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되려 국민의 ‘무지’를 탓했다. 박 후보의 발언이나 공약집 어디에서도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의 차이는 설명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연금과 연계되면 기존안보다 후퇴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대선 캠페인‘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표를 던지 유권자들의 무지를 탓하고 있다.
 

KBS-MBC, 사기성 대선캠페인 “사과하면 장땡”?

9월 발표된 정부안은 대선공약과 차이를 드러내며 시민사회로부터 ‘대선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표-2는 기초연금안과 관련한 정부의 말 바꾸기를 비교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적반하장에 대해 방송3사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KBSMBC는 정부의 공약 뒤집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비판은 야당의 ‘공세’입장으로 전했다. 반면, 26일 박 대통령이 해명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부문별로 거의 빠짐없이 전달했는데, 정부여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더 치중했다.
또 방송3사는 새누리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물타기성 주장을 내놓는 것에 대해 여야공방 형식을 빌어 여과 없이 전달했다.
SBS는 ▲지원대상 및 금액 축소 ▲산정방식 및 국민연금역차별 논란 ▲이행방안 모색 미흡 등 공약불이행과 관련한 시민사회 및 전문가의 지적을 함께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대국민사과 대신 국무회의에서 간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방송3사 모두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았다(표-3 참조).

1) ‘공약 파기’를 “축소”, “조정”으로 포장한 방송3사

방송3사는 정부안이 사실상 ‘공약 파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정’, ‘축소’, ‘후퇴’와 같은 표현으로 완화시켰다. 더불어 대선공약과 당선 이후의 정부여당의 안이 차이가 있음에도, 이런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사실상 ‘공약파기’를 모른 척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진영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22일부터 정부발표안이 나온 26일까지 방송3사의 보도를 살펴보면 ‘파기’나 ‘포기’와 같은 단어 대신 ‘축소’와 같이 완화된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공약 파기’가 제목으로 언급된 경우는 KBS 24일자 보도, SBS 24, 25일자 보도에서 각  1건씩 있는데, 야당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표-4 참조).
 

2) KBS, “복지축소로 비용으로 경기회복”? 

KBS는 복지공약을 실현했을 때 드는 비용과 복지를 축소했을 때 드는 비용을 비교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안에 대한 설명에 치중했으며, 이전 공약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당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소득 상위 30%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만큼 재정 소요와 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제외했다”는 식으로 짤막하게 언급한 게 전부다.
정부발표를 앞둔 23일 KBS는 <복지공약 재원 암초에 ‘흔들’>(범기영)에서 “재정부담 때문”에 공약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무상보육 전면 실시 등 3대 복지공약에만 24조 원이 들 정도”라며 비용을 부각했다. 그리고는 “공약대로 하면 2017년까지 60조 원 넘게 드는데 정부 안으로 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공약별로 줄어드는 비용을 산정해 나열했다. 25일 <65세 이상 63%에 20만 원 지급>(기현정)에서도 “당초 모든 노인에게 줄 때의 계획보다는 17조 5천억 원이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별다른 해석 없이 비용적 측면을 강조한 보도는 공약 축소를 비판하기보다는 비용 축소를 부각함으로써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KBS가 26일에 보도한 <복지공약 축소?연기…예산 5천억↓>(조빛나, 정정훈)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도는 기자리포트를 통해 “일부 복지 공약들은 조정됐다”면서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4대 중증질환진료비 등을 언급한 뒤, “이런 식으로 ‘공약가계부’ 상에서 조정된 내용만으로도 5천억 원의 예산이 줄었다”며 “이렇게 복지 공약까지 조정하며 줄인 예산은 경기회복 동력으로 돌렸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치 정부가 복지공약을 축소한 비용으로 경기회복에 나선 것인 양 포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정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총급여액 증가”…KBS·MBC 타당한지 분석 없어

KBSMBC는 25일 시민사회가 제기한 ‘국민연금 역차별 논란’에 대해 1건씩 보도했다.
25일 KBS <여 “공약 수정”, 야 “민생 포기”>(강민수)에서는 시민사회가 기초연금제도에 대해 “기초연금은 최하 10만 원을 보장하되 나머지 10만 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비례해 깎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가입기간이 길수록 불리’하다, ‘청장년층의 연금을 줄였다’, ‘미래 노인들이 받는 실질 금액도 줄게 된다’는 등의 비판을 내놨다는 점을 전했다. 그러나 보도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을 분석하고 정부여당의 입장을 확인하는 등의 심층분석 대신, “이같은 안을 놓고 정치권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며 “한바탕 격돌할 분위기”, “민주당은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여권을 비난했다”는 등 여야 공방을 부각한 내용으로 보도 후반을 채웠다.
MBC도 <국민연금 역차별 논란>(박주린)에서 “기초연금 지급 방식이 당초 공약보다 축소되자, 65세 이상 노인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라며 “국민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70대 시민들의 반응을 실었다. 이어 보도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20년 이후 평균 20년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 청장년층의 경우 미래엔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국민연금 가입을 꺼리거나 탈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전문가 의견도 실었다.

이렇듯 국민연금 연계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지적해놓고도, KBS와 MBC는 26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길수록 총급여액이 늘어난다”고 주장하자 이를 짧게 받아쓰기했을 뿐, ‘어떻게 총급여액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설명하지 않았다. 정부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인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은 “노령연금  ‘20만 원’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이 돈을 소득수준에 따라 삭감한다는 내용인 만큼 국민연금액 증가를 떠나 기초연금이 줄어드니 결국 손해”라며 여전히 문제제기하고 있다.

한편, SBS는 “지난 2월 인수위안이 나왔을 당시 국민연금 가입자 4만 명이 탈퇴”한 사실을 언급하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25일 <기초연금, ‘모든 65세 이상’ →‘하위70%’로>(하현종)는 “당초 약속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는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깎이는 구조”, “공시지가 4억 6천만 원 이상 주택이 있거나 금융 재산이 3억 4천만 원 이상인 노인 부부는 다른 소득이 없어도 소득 상위 30%에 해당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뒤이은 <국민연금과 연계..‘임의가입자’ 탈퇴 우려>에서는 “중장년 저소득층은 기초연금 최대 액수인 20만원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을 중도 탈퇴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 2월 인수위의 ‘국민연금 연계안’ 이후 4만 명이 탈퇴한 사례를 덧붙였다.
26일 <‘하위70%’산정 방식은? 문제점 없나?>(하현종)에서는 정부의 산정방식 중 소득인정액이 “소득과 재산을 합산해 정하는데 계산방식이 복잡”하고 “실제 경제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실어 차이를 보였다. 보도는 “받아야 될 분이 못 받고, 못 받아야 할 분들이 받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고, “소득 파악을 위한 행정비용도 많이 소요”된다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SBS는 박 대통령이 26일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 더 유리하게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4) KBS, 정부·여당 힘 싣는 후속보도 내보내

한편, KBS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에 힘을 싣는 후속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먼저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예고한 23일, KBS는 신문의 사설 격인 [데스크분석]<‘복지축소’ 양해 구해야>(황상무)에서 2011년 1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연설을 인용하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복지공약을 축소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보도는 “공짜복지는 없다”면서 “세금을 더 걷든가 아니면 빚을 내든가, 그도 아니면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며 “국민은 증세를 거부하고 있고, 그렇다고 나라를 빚더미에 빠뜨릴 수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나라 살림살이의 형편을 솔직하게 밝히고 진솔하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도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언론이 정부에게 공약 이행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도록 촉구하기보다 공약포기를 종용한 셈이 됐다.
 
 
또한 사실상 복지공약을 파기한 26일, KBS는 3번째 <내년 예산 358조 원>(한보경)에서 앵커멘트와 기자멘트를 통해 “주목되는 건 복지 예산이 약 106조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넘어서 가장 비중도 크고 증가폭도 최대라는 것”이라며 복지예산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뒤이어 보도된 <복지공약 축소?연기…예산 5천억↓>(조빛나, 정정훈)은 “복지가 사상 최대 규모라면 당장 내년 좋아지는 복지혜택은 뭘까요?”라며 운을 뗀 뒤, “만 12살 이하 어린이들의 필수예방접종 11가지가 무료, 만 75살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 비용에 건강보험(적용)”, “셋째 아이는 내년 대학 신입생부터 최고 450만원까지 등록금 지원” 등 늘어난 혜택을 부각하며 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이행해야 할 복지공약을 파기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예산 증대와 기타 혜택을 재차 부각한 것은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을 최소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같은 날 MBC와 SBS는 복지공약 후퇴로 100조 투입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평가했다.
 

5) 박 대통령 ‘해명’에 치중…간접사과, 내용·형식 비판 없어

26일 박 대통령의 사과가 국무회의 진행 과정에서 마무리발언 형식으로 진행된 것을 두고, “간접사과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상 민생과 직결되는 복지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고 선언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만큼 ‘대국민 사과’가 당연하다.
 
방송3사도 박 대통령이 입장표명하기 전까지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어왔다. 그러나 정작 26일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간접사과’에 그쳤음에도 이 같은 점을 직접적으로 문제제기한 보도는 없었다. 방송3사는 첫 보도로 <“어르신 모두에게 지급 못 해 죄송”>(KBS), <“어르신 모두에 지급 못해 죄송”>(MBC), <기초연금 후퇴 “죄송..임기 내 실천”>(SBS)를 제목으로 뽑으며 ‘박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데 방점을 찍으며, 국무회의 발언만을 무비판 전달했다. SBS는 “당초 예상했던 유감표명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정치권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비판 중 일부로 언급한 데 그쳤다.
 
 

6) ‘공약파기’ 비판, ‘부자감세철회’ 요구는 “정치공세”?
- 방송3사, 국회선진화법 운운하며 야당 압박

방송3사는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정치공세’로 몰아가며 ‘여야 공방’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냈다. 방송3사는 야당 주장의 일부로 법인세 감면, 부자감세 철회, 증세논의 등을 거론했는데, 이는 기초연금 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복지공약 이행과 충분한 재원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시민사회에서도 요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타당한 요구인지 분석도 하지 않고 ‘공세’로 치부한 것은 부적절한 해석이다.

KBS는 24일 보도된 <“수정불가피”,“공약 파기”>(고은희)에서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새누리당에 대해 “민주당은 복지공약 후퇴를 넘은 공약 파기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고 덧붙인 뒤 “당 대표가 전국 순회 투쟁의 첫 일정으로 노인들을 찾아갈 정도로 확고한 압박 의지를 드러냈다”며 ‘정치공세’로 해석했다.
MBC도 23일 <기초노령연금 공약 축소 논란>(조영익)에서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 ‘공약먹튀’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 수위 높였다”고 해석했다. 또한 24일에도 <정상화 앞두고 기싸움>(김재영)에서 “국회정상화를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정부의 기초연금 안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SBS는 24일 <복지를 위한 증세 여론수렴부터>(이민주)에서 ‘증세논의를 회피’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를 했으며, “사용 목적이 복지로 제한되는 이른 바 ‘복지목적세’ 도입 등 증세를 위한 논의를 거론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SBS 역시 고소득층을 위한 세제 특혜를 철회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을 전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한 26일, KBS는 <여야 충돌 법안 처리 난항>, MBC는 <여야 충돌 법안 처리 난항>(조영익), SBS는 <野 “거짓말 정권”..與 “불가피한 선택”>(최대식)으로 각각 제목을 뽑으며 ‘공방’을 부각했다. 이어 야당이 정부안을 “공약파기로 규정했다”며 법인세 감면, 부자감세 철회 등 공약 이행방안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정치공세’로 몰았다.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국회선진화법’을 거론하며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여당 단독처리가 불가능한 만큼 여야 대립으로 올해 안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는 논란이 제기되는 정부안의 처리를 두고 ‘국회선진화법’을 운운하며 야당을 겨냥해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질책’보다 ‘편들기’한 KBS-MBC, 공영방송 자격 없다

방송3사는 언론으로서 정부의 무책임한 ‘공약파기’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3사는 여야 후보의 복지공약을 두고 싸잡아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민언련 2012대선모니터총평가보고서 참조). 그럼에도 ‘증세 없이 가능하다’, ‘재정확보방안을 마련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아예 뺐다’고 주장하던 박 대통령이 출범 7개월 만에 ‘공약파기’로 돌아선 데 대해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KBS-MBC 두 공영방송은 ‘재정건전성’을 운운하는 정부의 입장을 따라가는 데 치중했으며, 당초 공약과 정부안의 차이를 드러내길 회피했고, ‘공약파기’를 야당 공세로 치부해 본질을 흐렸다. 질책보다 정부 편들기에 치중한 것이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은 이번 복지공약 파기에 대해 ‘정부가 공약이행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도 회피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공약 이행방안을 두고 야당 및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공약파기가 아니”라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정부여당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재원확보마련 방안으로 제시한 부자감세철회, 대기업 법인세 감면 철회 등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철회·축소하라는 요구마저 무시했다.
이처럼 논의단계부터 부자감세철회, 대기업 법인세 감면 철회와 같은 세제 조정을 재원확보마련 방안에서 제외하니 ‘재원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고소득층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민과 약속한 ‘복지’는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태도에 대해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으로서 합리적인 질책을 대신하기보다, 정부여당의 ‘입’으로서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언론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9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