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시민비평공모-가작] ‘미디어 포커스’,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
등록 2013.09.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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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체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비평 공모 -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에 참여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현 정부들어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가치를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공모에 48편의 글이 들어왔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중 8편을 선정했고, 그 수상작을 싣습니다.


[가작] ‘미디어 포커스’,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

‘미디어 포커스 9월 20일 방송분’ / 김혜미

▲ < KBS 미디어 포커스>

최근 들어 언론계 안팎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정부의 '방송 장악' 논란에서부터 신문 방송겸영 금지규제완화와 민영미디어렙 허용문제 등 외부 권력에 의한 갑작스러운 언론계의 지형 변화는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조차 위태한 마음을 갖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주인이자 소비자인 시민들은 그러한 논란에 쉽게 끼지 못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보도가 논란의 본질과 대안을 보도하기보다는 논란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을 위주로 보도하고 있고, 갈등 당사자들의 선언적인 주장만을 보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언론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해 해당 사안에 대해 근거와 확신을 가지고 입장을 정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 언론을 검증하는 언론이 더욱 필요하다.

한국방송의 <미디어 포커스>는 지금까지 그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충실히 충족시켜 주어왔다. 언론 스스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고,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환경 속에서 언론이 지켜야 하는 윤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미디어 포커스>는 우리 언론이 때때로 망각하는 공익성을 지키는 역할을 해 왔다. 지난 9월 20일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이 날은 "[이슈&비평] '반신불수-양치질' 사이 설만 남은 김정일 보도", "[이슈&비평] 신방 겸영이 세계적 추세?" 그리고 "[미디어 속으로] YTN, 뉴스 생방송 시위"를 보도했다.

먼저 첫 번째로 방송된 "[이슈&비평] '반신불수-양치질' 사이 설만 남은 김정일 보도"는 그동안 우리 언론의 '관습'화 된 기사 쓰기와 취재에 대해 비판하고 있었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익명의 취재원'을 이용한 기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고위 관료', '정부 관계자' 또는 '익명의 소식통'이 넘쳐난다. 물론 보호가 필요한 취재원이 있을 수 있지만 익명의 취재원을 남용하며 만들어진 보도는 그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대한 보도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연구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된 정보는 어느 누구도 2차, 3차 검증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듯 김 위원장의 정보를 얻기도 힘들고 확인하기도 힘들다.

물론 이러한 한계는 인정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언론들의 '받아쓰기' 보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와 관련한 언론들의 보도 대부분이 '익명의 취재원'으로 부터 나온 정보를 경쟁적으로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받아썼다. 그 결과 '쓴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디어 포커스>는 언론들의 이러한 경향을 비판하며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익명의 취재원을 빈번하게 사용해온 취재 기자들의 '관습'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취재원 보호와 공개의 판단에 있어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 그 책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판단 방법과 대안도 함께 제시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인들 스스로 굳어진 관습을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 "[이슈&비평] 신방겸영이 세계적 추세?" 보도는 지금까지 신방겸영에 관한 많은 보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보도 중 하나라고 꼽을 만하다. 신방겸영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큰 사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은 신방겸영 규제 완화가 "미디어 산업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포커스>는 방통위가 미디어 '산업'의 활로를 개척한다는 이유로 공익성이라는 더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방통위와 신방겸영 완화를 환영하는 신문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미디어 시장'의 상황을 통해 증명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FC)가 32년 만에 신방겸영 규제를 완화하려던 시도가 미디어 독과점의 폐해를 우려하는 여론과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일부 신문들은 FCC가 신방경영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는 것을 근거로 신방겸영을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해왔다. 일부 언론에서 미국의 사례에 대한 공방은 있어 왔지만 신방겸영 규제 완화와 관련된 보도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입증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보도로 이제 신방겸영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리고 보도를 통해 여론과 언론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론의 독과점과 집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FCC의 신방겸영 규제 완화 추진 과정을 보도하는 내용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견을 할 수 있었다. FCC는 신방겸영 규제 완화를 위해 2년 동안 6차례의 전국적인 공청회와 10개의 연구조사를 통해 2003년 추진했던 안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신방겸영을 추진하는 우리의 방통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속으로] YTN, 뉴스 생방송 시위"는 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생방송 시위가 일어나게 된 경위와 현장 그리고 그 파장을 보도했다. YTN의 뉴스 생방송 시위에 대해 <미디어 포커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노조와 사측 그리고 지지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의 의견을 다루고 있었다.

언론, 특히 제한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의 경우 '공익성'은 그 존재의 이유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언론이 공익성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언론'이 아닌 개인을 위한 '선전'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의 활동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고 윤리와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타당성 역시 잃게 된다. 때문에 언론 스스로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현 상황에서 언론은 사회의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국방송의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5년 동안 언론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디어 포커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듯 하다. 언론계에 불고 있는 시장주의적 '개혁'과 '자유화'의 바람 속에서 언론이 언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충실한 비판자이자 안내자의 역할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많은 시청자와 시민들은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미디어 포커스>를 지켜보고 응원할 것이다. 앞으로도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인 <미디어 포커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