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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5.29)
등록 2013.09.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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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안전 구멍…정부·방송3사, 안전보다 ‘전력난’ 우려
- ‘밀양 송전탑 공사’ 명분 상실…방송3사 외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따져야 할 원전에 대한 정부 관리의 허점이 또 드러났다.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해 받은 원전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국내 시험기관이 위조한 사실이 외부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 해 납품비리사태로 인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데다, 해당 부품이 들어온 2008년부터 5년이 지났는데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관련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검증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진 부품은 원전사고 발생시 원자로를 냉각하고 방사선의 외부유출을 막는 등 안전설비를 작동시키는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다. 제어부품이 정상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단순히 ‘전력난’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 직결되는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원전안전’에 구멍이 났음에도 ‘전력난’을 강조하며 원전재가동에만 급급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자로 3기가 추가정지돼 올 여름 유례없는 전력대란이 우려된다”며 전력수급 비상체계 가동을 선언한 뒤, 재가동 시일을 4개월 내외로 전망했다. 한수원 역시 “최대한 사람을 투입해 공사기한을 단축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4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원전안전’을 책임진 원안위는 ‘성능 만족 여부 확인’과 기존에 설치된 부품에 대한 안전성 확인까지 필요한 기간으로 최소 5~6개월을 제시했다. 이처럼 전력 수급-원전 운영-안전 점검 기관이 재가동에만 급급해 재가동 가능 시점마저 이견을 보여, ‘안전 점검’이 제대로 될 것인지 의문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시민사회, 검증기관과 관리당국 책임규명 촉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증기관과 관리당국인 원안위와 한수원에 대한 책임규명과 원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안전’에 무방비한 정부가 ‘전력난’을 내세워 원전확대 정책에 매진한 결과라며, 정부당국의 전력공급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원전을 둘러싸고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비리를 저지른 한수원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계당국의 무사인일이 불러온 결과”라며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과도한 원전의존형 전력구조 개선을 위한 원전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원전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전력수급을 핑계로 원전 안전문제를 도외시하면서 그들만의 폐쇄된 구조 내에서 원전 가동과 안전문제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시험검증기관에 대한 전수조사 △원전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점검 △점검 과정 공개 및 외부참여 보장 등을 주문했다.
 
 
전력당국의 ‘수요관리 강화’로 전력난 해소가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와

전력당국의 ‘전력수요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한 여름, 한 겨울 전력피크 때를 제외하고는 평상시 전력 수요가 크게 높지 않다”면서, “현재(29일 오후) 전력거래선을 보니 최대전력소비를 상정했을 때 예상 전력수요가 약 6270만kW에 운영예비력이 436만kW인데, 원전이 10기가 멈춘 상태임에도 평소 전력운영에 무리가 없으며, 이는 평상시에 원전을 모두 가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이 400kW를 넘으면 수급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전력 피크기간은 길어야 10일 남짓으로 이 기간 동안은 원전이 아닌 예비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전력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통해서도 충분하다고 전망하면서 “오히려 원전은 출력조절이 불가능하고 가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전력 수급을 맞출 수 없다”고 반박했다.
 
 
KBS, 사안축소 나섰나…“성공보수 때문” 조작회사에 책임 한정
 

이 가운데 28일 방송3사는 첫 보도로 원전 시험검증 조작 사태를 뽑고, KBS 3건, MBC 2건, SBS 3건의 보도를 각각 내놓으며 사안을 주요하게 다뤘지만 초점은 달랐다.

KBS는 제어케이블 검사 회사가 성공보수를 받으려 조작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번 불량부품 사태의 책임을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국내 관리회사에만 한정시켰다. KBS는 ‘관계당국은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이를 질타하거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싣지 않았다. 
반면, MBC와 SBS는 정부의 관리부실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MBC는 <불량부품 원전 2곳 가동 중단>에서 “더 큰 문제는 자체 검증이 아니라 제보로 밝혀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한수원이 각종 유형의 비리가 가능했었고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다. 안전성을 점검 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김익중/동국대)”는 전문가의 비판을 실으면서 “전문가들은 총체적 안전 부실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SBS도 <비리덩어리 원전 “총체적 부실” >에서 “이래서야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가 있겠냐”며 “신뢰를 회복할 전면적인 개선책이 절실”하다는 전문가의 질타를 실었다. 
 

방송3사, ‘전력난’ 강조 급급…‘원전의존’·전력수요관리 부실 비판 없어 
 

방송3사는 후속보도를 통해 원전 중단으로 전체공급량의 2~300kW가 줄어든다는 점을 부각시켜며 ‘전력대란’을 우려를 부각시켰다. 방송3사는 전력당국이 올 여름 약 8000만kW의 전력공급능력을 유지할 계획이나, 이번 사태로 예상 가능한 전력공급능력이 7700kW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력당국의 계획은 최대공급치를 따진 것으로 실수요와 비교했을 때, 정부의 전력수요관리와 전력낭비 예방운동으로 충분히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방송3사의 보도 중 이같은 지적을 제대로 다룬 보도는 없었다. 또한 보도에서 언급한 ‘2011년 전력대란’ 당시와 수요예측 비교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방송3사는 ‘원전가동 중단으로 전력대란이 우려된다’는 평가만을 내놓음으로써, ‘전력난’을 내세워 원전관리부실과 원전확대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한 책임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정부의 술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KBS는 <원전 10기 정지…전력 수급 비상>에서 “당장 여름 전력수요 피크철에 초비상이 걸렸다”며 “올여름 최대전력수요예상치는 7천 900만kW인데, 원전 중단으로 무려 3백만kW가 없어지면서 재작년 9월과 같은 대정전 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MBC도 <전력 대란 초비상>에서 “국내 원전 23기 중 점검 등을 이유로 이미 가동하지 않았던 원전은 8기, 여기에 오늘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추가 중단되면서 모두 10기가 전력생산을 멈췄다”면서 “최악의 전력대란이 닥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가중시켰다. 그리고는 “정부는 기업들이 휴가 분산과 조업 조정을 시행하도록 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요관리 방안을 짤막하게 덧붙였으나, 수요관리만으로도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은 싣지 않아 큰 차이가 없었다.
SBS는 <200만kw 부족..블랙아웃 닥치나?>에서 “전체 발전 용량 8천 300만 kW가운데 원전은 약 4분의 1을 생산한다며 10기 가동 중단으로 37% 770만 kW를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도는 “정부가 8월 둘째주 전력을 공급 8천만 kW에 수요 7천 900만 kW로 예상했다며 관리는 필요하지만 어쨌든 100만 kW 정도는 남을 걸로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수치가 최대 수요를 예상한 것이라는 점은 부연설명하지 않았다.
 
 
신고리 3호기도 서류조작 의혹
-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 명분 상실…방송3사 침묵

이 가운데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이유로 지목한 ‘신고리 3호기’ 역시 일부 서류조작이 확인돼 부품 전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앞서 지난 23일 한전 변준연 부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유에이이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며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있다”고 밝힘에 따라,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의 일환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번 원전 서류조작 사건까지 더해 정부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더욱 설득력이 없어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안전점검과 부품교체에 관리당국이 최소 5~6개월을 예측한 만큼 송전탑공사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밀양 765kW송전탑반대 대책위는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명분으로 삼고 있는 신고리원전 3호기의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전력수급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은 비리와 관리부실로 툭하면 가동중단되는 원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전력난을 빌미로 국민 불안을 야기하거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명분을 삼고자 한다면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오판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29일 정부와 밀양주민,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9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가 29일 공사중단을 선언하면서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열흘 만에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공사중단 직전까지도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 측과 경찰,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대치상황을 계속됐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부상이 속출한 만큼, 민주적인 합의 과정과 절차가 요구된다.

한편, 방송3사는 28일 이번 원전 시험검사서 조작 사태를 전했지만, 정부가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의 명분으로 내세운 신고리 3호기도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따로 지적하지 않았다. 앞서 방송3사는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으로 인한 주민들과 한전의 대립을 전할 당시에도, 방송3사는 핵심을 비껴간 채 ‘충돌’에 방점을 찍어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방송모니터보고서 참조).
방송3사는 공사가 중단되기 직전인 28일까지도 ‘전력난’을 운운하며, 신고리3호기 가동을 위해 공사가 시급하다는 한전의 주장을 검증 없이 단순 전달했다. 또 23일 한전 부사장 발언 논란을 제대로 조명한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후속보도도 많지 않았다. MBC는 21일 “67살 박모 할머니 등 3명이 공사를 저지하다 다쳐 치료를 받았다”며 “충돌이 계속되면서 국가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는 내용의 후속보도를 1건 내놨으나 22번째로 후반배치됐다.
SBS는 24일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단신으로 전했으며, 25일 송전탑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비현실적은 보상규정’을 지적하며 송전선 근처 땅값 폭락, 기본평가금액에서 담보가치 30% 평가절하로 은행대출로 농사짓던 일마저 어렵게 된 주민들의 현실을 짚는 보도를 1건 냈으나, 17번째로 후반배치됐다.
한편 사안을 외면했던 KBS는 충돌 사흘 째인 22일에서야 4건의 보도를 내놨는데, ‘지역이기주의’에 방점을 찍어 본질을 흐렸다. 보도는 밀양사태의 핵심을 “완공목표인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보낼 송전탑 건설 문제”라고 정의하고는 주민들의 요구를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지중화 및 보상’으로 한정시킨 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지중화에는 2조 7천억 원의 비용에다 10년이나 걸려 올연말 전력부족이 우려되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한전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후속보도를 통해 밀양 사태를 다시 한 번 “국가나 공공의 이익이 개인이나 집단, 지역의 이익과 충돌한 사례”로 설명하며 전북 부안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사태, 경부고속철 터널공사를 놓고 벌어진 천성산 도룡농 소송,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을 비슷한 사례로 거론하며, 싸잡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했다.
 
 
 

 

 
 
2013년 5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