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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2013.2.22)
등록 2013.09.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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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인사청문회…방송3사 해명 ‘급급’, ‘문제제기’ 축소
 
 

정홍원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0-21일 진행됐다. 20일은 국정운영 능력을, 21일은 공직시절 활동 평가와 도덕성을 검증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책임총리로서의 적합성은 물론 도덕성 논란까지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일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당선인이 내세운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적으로 제기됐다. 정 후보자는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건을 “충실히 행사하겠다”며 책임총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내내 지방재정확충‧쌍용차 사태‧실업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 “잘 모르겠다”, “내 생각이 박 당선인의 생각과 똑같다”는 식으로 답변해 책임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인사청문회특위 위원들은 정 후보자의 답변에 “이런 답변은 정책 수행 능력상 부적절하다”거나 “유야무야 식”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비서 총리’ 수준의 ‘네네총리’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책임총리 자격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정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이나 4대중증질환 치료비 보장 범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불합리한 것까지 국가비용으로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충분히 스터디가 되지 않았다”는 등 논란을 비껴가는 데 급급했다.
 
 
한편, 정 후보자 인선 당시 박 당선인은 사전검증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가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한 지 열흘 만의 인선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사전검증시스템에 귀추가 주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 역시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박 당선인의 부실한 사전검증시스템과 인재풀 한계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21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직 활동 평가’와 ‘도덕성 검증’이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박 정부 인선의 도덕성 검증 핵심 키워드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주 거론되는 △위장전입 △병역면제(장남) △땅 투기의혹(부산 법조타운 및 김해 땅)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등과 같은 도덕적 결함을 대부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시절 아내와 동반 외유성 출장 △골프 치는 데 관용차 이용 △수사 맡은 비리사건(수서비리사건) 연루 회사에서 아파트를 분양 △박지만 등 봐주기 수사 의혹도 지적됐다. 이 외에도 △퇴직 후 로펌에서 억대 급여를 받아 전관예우 논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가족 부당 주식거래 의혹 등도 제기됐다.
21일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 외유성 출장 등 일부 사실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봐주기 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박지만 씨의 경우 “3차장 재직하고 나간 뒤인 98년 7월에 구형”됐다며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한보 아파트 분양은 “우연의 일치”라며 부인했다. 그 외 법조타운 투기나 아들 편법증여 등의 의혹은 ‘장인’ 혹은 ‘가족’이 돈을 낸 것이라고 답하거나, “돈이 있으면 땅에 묻어두는 게 국민적 정서”라며 석연치 않은 해명을 거듭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사실상 대리투기다”, “실패한 투기도 투기”라며 정 후보자의 자기합리화식 답변을 질타했다. 

전관예우 논란을 두고는 설전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를 비롯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후보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이력에서 ‘공직→로펌→공직’이라는 돈과 권력을 오가는 공식이 이번 내각 인산의 공통분모로 드러나 전관예우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많이 받은 편”이라면서도 자신은 변호사 기간이 짧다며 실질적인 전관예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은 “상임위원을 마치고 다시 로펌에 가고,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마친 뒤 다시 변호사로 간 것 역시 전관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정 후보자는 “전관예우가 불거지고 언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이런 문제를 차츰 개선하리라 생각된다”며 현실도피식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 인사청문회, 방송3사 ‘해명’ 전달에 급급…문제제기는 축소

이 가운데 방송3사는 20-21일 정 총리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소식을 다뤘지만, 대부분 상황 중계를 하는 데 그쳤다. 몇몇 의혹에 대해서는 정 후보자의 ‘사과’나 ‘해명’에 치중했다. 또한 방송3사는 △책임총리 적합성 △전관예우 등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사청문회 현장에서 유야무야 식의 석연치 않은 답변 등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보도에서 누락시켰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방송3사가 박근혜 정부 인선에 대한 ‘비판 축소’에 나섰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KBS는 20일 국정운영 검증 과정을 전하면서 정 후보자의 ‘책임총리’로서의 다짐을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인사청문회 현장을 전하면서도 여야 의원이 각 분야별 국정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데 대해 “잘 수행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은 것을 위주로 화면을 구성해 내보냈다.
<국정운영 능력 검증>(강민수)은 정 후보자가 “대검 중수부를 최대한 빨리 폐지하겠다면서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책임총리제에 관한 질문에는 각료제청권 등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답변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 구상도 내놨다”며 시종일관 띄우기 바빴다. 또한 보도는 박 당선인의 공약 중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는 4대 중증질환 보장에 대해 정 후보자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그리고 간병비는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책임총리로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하기보다 박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하는 데 더 주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만 한 대목임에도, 이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KBS는 21일 도덕성 검증이 본격화된 두 번째 인사청문회를 전하면서도 정 후보자의 해명이나 사과발언을 전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해명에 대한 청문회 의원들의 반박은 누락시켰다.
<전관예우‧도덕성 검증>(임세흠)은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사과”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은 부인”했다며 정 후보자의 입장을 나열했다. 보도는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서는 “서민들에 비해 많이 받기는 했지만 전관예우는 아니었으며, 정당하게 돈을 벌어 잘 쓰면, 그게 좋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 해명 이후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정 후보자의 이력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전관이 맞다”고 반박한 점은 싣지 않았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의 해명만 있을 뿐, “실패한 투기도 투기”라는 민주통합당의 의원들의 비판은 누락시켰다.

MBC도 인사청문회 현장 중계에 치중했다. 도덕성 검증을 전할 때는 KBS와 마찬가지로 해명과 사과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20일 <책임 총리 수행 능력 집중 추궁>(이해인)은 책임총리 역할 수행에 대한 질문에 “각료에 대한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총리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정 후보자의 답변을 덧붙였다. △북핵 문제는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핵무장에는 반대했다” △대검중수부 폐지는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서는 “군사정변”이라고 답했다며 인사청문회 내용 일부를 편집해 중계한 데 그쳤다.

21일 <투기‧병역 의혹 전면 부인>(윤지윤)은 “정 후보자는 억울하다, 죄송하다를 연발하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며 △김해 땅투기 △아파트 특혜 분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의혹제기와 정 후보자의 해명성 답변을 차례로 늘어놨다. 아들 병역면제 논란에 대해 보도는 정 후보자가 “디스크를 앓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정당하게 벌고 잘 쓰면, 좋은 것”이라는 정 후보자의 해명만 전했을 뿐 ‘공직-로펌-공직’으로 이어지는 이력은 “전관이 맞다”는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타는 싣지 않았다.

SBS도 인사청문회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쳤다.

20일 <청문회 시작..“최대한 빨리 중수부 폐지”>(한승희)는 “정 후보자는 임명되면 책임 총리로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면서 대검 중수부를 최대한 빨리 폐지하겠다고 말했다”며 관련 발언을 편집해 중계했다.

한편, SBS는 후속보도를 통해 “오늘은 비교적 무난히 넘어갔다”고 평한 뒤, “내일 신상과 도덕성 검증으로 넘어가면 청문회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관예우’ 여당서도 비판>(김흥수)는 “공직 후보자들의 전관예우 경력을 놓고 여당 안에서까지 비판이 잇따랐다”고 전했으나,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 정홍원 총리후보자, 김병관 국방내정자가 각각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점을 거론하는 데 그쳤다.

 본격적인 도덕성 검증에 들어간 21일 SBS도 KBS‧MBC와 마찬가지로 정 후보자의 ‘해명’과 ‘사과발언’ 전달에 치중한 보도를 내놨다. <부동산 투기 의혹 집중 추궁>(이한석)은 △김해 땅 투기 △수서 비리사건에 연루된 한보그룹의 아파트 분양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문에 정 후보자가 “초임 검사가 무슨 투기정보에 그렇게 민감했겠냐”, “공개 분양을 한 것에 신청해서 당첨된 것”이라며 해명한 발언을 각각 전달했다. 여야 의원들이 추가로 반박질의를 펼친 것은 누락시켰다. 한편,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벌어 잘 쓰면 그게 좋은 것”이라는 정 후보자의 입장만 전달했다.
 
 
 
 

 

2013년 2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