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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브리핑(2013.1.24)
등록 2013.09.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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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4대강 재검증”…본질 흐리기 나선 방송3사
 
 
임기를 한 달 남긴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 ‘4대강사업 재검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23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4대강 사업의 긍정적 성과에 대한 국민 믿음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안타깝다”면서 “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 번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실장은 지난 17일 발표된 감사원 발표 결과에 대해 “보의 안전성이나 수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4대강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4대강사업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감사원 발표 다음날(18일) 청와대는 감사원의 2차감사 결과를 부정하며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주도로 벌어진 4대강사업에 대해 정치적‧법적 책임의 대상인 정부가 스스로 재검증을 벌이겠다고 나선 데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4대강 감사 결과를 두고 감사원의 발표내용을 부정하더니 급기야 총리실이 직접 4대강사업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자, 4대강사업을 정당화하기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더구나 김황식 총리는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 문화재 파괴 등에서 별다른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판정된 2011년 1월 감사 당시 감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사실상 ‘4대강사업 면죄부’를 부여한 당사자인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하면서 4대강사업 검증은 국회와 차기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4대강 사업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정부 해명이 줄곧 거짓말이었다”며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대강사업범국민대책위원회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엄정한 검증과 재평가는 새정부 이후 구성될 범사회적 기구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질타를 받았다. 양 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보의 안전성이 심각하다’고 한 사실이 없다”며 “총체적 부실이란 표현도 언론에서 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또한 2011년 1차 감사 결과에 대해 “사업 초기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원장의 발언은 감사원의 2차 감사 발표내용에 대한 자기부정에 다름없다.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은 “16개보 가운데 15개보가 내구성 문제가 있고 향후 수질 악화가 예상된다면 총체적 부실이 맞다”고 꼬집었다.
 
 
KBS·SBS 정부vs감사원 “충돌”…MBC, 감사원장 “총체적 부실 아니다” 강조
 
이 가운데 방송3사는 부실판정이 난 4대강사업의 당사자인 정부가 직접 재검증을 나서겠다며 적반하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김황식 총리가 4대강사업에 면죄부를 준 1차감사의 책임자였던 사실을 지적한 보도도 없었다.
야당 및 시민사회가 현 정부의 검증에 대해 객관성과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방송3사 보도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SBS가 보도 말미에 여야 입장을 짧게 나열하면서 ‘4대강 사업 주체인 현 정부가 검증에 나서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짤막하게 거론한 데 그쳤다.
 
 
 
오히려 MBC는 ‘4대강사업 총체적 부실은 확대해석’이라는 양 원장의 반박을 주요하게 뽑은 뒤, 정부가 민관합동 검증단을 꾸려 4대강 논란 해소에 나섰다며 호도하고 나섰다.
 
MBC <“4대강 민관 합동 검증”>(김현)은 “양 원장이 4대강 보의 안전성이 심각하다거나 총체적 부실이라고 하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미 보완이 끝났거나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감사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이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4대강 사업에 심각한 흠은 없으며 현 정부 임기 안에 '민관 합동 검증단'을 구성해 새 정부가 정확한 결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덧붙였다.
 
KBSSBS는 해프닝에 그친 양건 감사원장의 ‘심각한 사태’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정부와 감사원의 충돌을 부각시킨 보도를 냈다.
 
KBS <4대강 정면충돌>(은준수)은 “4대강 사업이 부실하다고 판단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정부가 거듭 이의를 제기하며 다시 한 번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피감기관이 사후 검증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면서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생각한다”는 양 원장의 발언을 실었다. 그리고는 “정부는 한 달 안에 4대 강 점검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감사원 사이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해석했다.
 
SBS <“4대강 직접 검증”..“심각한 사태”>(김흥수)는 감사원 발표를 반박했던 정부가 재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감사원장이 ‘심각한 사태’라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다시 번지고 있다”며 정부와 감사원의 갈등양상을 강조했다. 보도는 “정부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계부처와 감사원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고 전했고, 양건 감사원장은 감사원 결과는 정확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사후 검증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방송3사는 4대강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사안을 축소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꼼수’를 비판 없이 보도함으로써, 또다시 보도를 통해 실태를 전달하고 해법을 제시해야할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 더구나 4대강사업의 재검증을 책임당사자인 현 정부가 아닌 차기정부와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사안을 총리실과 감사원의 ‘충돌’로 호도한 것은 방송3사가 기본적인 저널리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13년 1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