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의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2012.8.13)
등록 2013.09.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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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기에 편승해 ‘국민의 알권리’ 저버린 방송3사
 
- 정치․사회 이슈 메인뉴스에서 실종, 올림픽 보도에 ‘올인’
 
 

○ 모니터 대상: KBS·MBC·SBS 저녁 종합뉴스
○ 모니터 기간: 7월 27일∼8월 12일(런던 올림픽 기간)
 
 
지난달 27일 개막한 2012 런던 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월 12일 폐막했다.
매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진행될 때 마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보도 경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사들의 과열된 보도로 인해 방송의 저널리즘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런던 올림픽기간 동안 보여준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과열보도’, ‘올인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런던 올림픽이 개막하자 방송사들은 올림픽 중계방송 뿐 아니라 낮에는 ‘런던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재방송하는가 하면, 교양․오락 프로그램도 런던 올림픽 중계를 위해 특집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결방을 선택했다.
SBS의 경우 아침 프로그램인 <출발! 모닝와이드>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2012 런던 올림픽 특집 출발! 모닝 와이드>로 바뀌었고, 개막 후에는 <런던 와이드>로 명칭을 바꿔 올림픽 보도에 집중했다. KBS도 아침 프로그램인 <굿모닝 대한민국> 1․2부를 나눠 <굿모닝 런던>으로 진행하며 경쟁적으로 올림픽 소식을 전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런던올림픽 특집으로 6회에 걸쳐 방영하기도 했다. MBC는 올림픽 특집으로 <아이돌스타 올림픽>을 제작해 방영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3사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대부분 결방됐다. < KBS 스페셜>과 < SBS스페셜>은 결방 직전에도 런던 올림픽과 관련된 주제의 스페셜 방송을 방영했다(표1 참조). (MBC의 경우 <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이 파업으로 지난 1월 중단돼 있는 상태였다. 파업 잠정 복귀 시기와 올림픽 개막이 맞물려 있어 결방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표에서는 제외했다. 두 프로그램도 올림픽 기간 동안 방영되지 않았다.)

 
 
 

이런 올림픽 과열보도 양상은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에도 나타났다. KBS의 <뉴스9>, MBC의 <뉴스데스크>, SBS의 <8뉴스>는 모두 앞머리에 ‘런던 올림픽 특집’을 붙이고 올림픽 상황을 전달하기에 바빴다. 각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사안들을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의제를 공론화하는데 비중 있는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녁종합뉴스’방송사들이 런던 올림픽 중계에만 매몰되면서 사회의 주요 의제들은 소홀히 다뤄졌다.
 

■ 런던 올림픽에 ‘쏠린’ 저녁종합뉴스, 주요 사안 외면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보도의 반 이상을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SBS가 올림픽관련 소식을 평균 62.7%를 내보내 가장 높게 나타났고, MBC는 59.8%, KBS는 54.6%로 조사되었다.
해당 기간 동안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에는 올림픽 보도에 이어 ‘사회’관련 보도가 약 20%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휴가철과 폭염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사고소식을 전달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다(표2 참조).
 
 
특히,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영국전(5일), 일본전(11일) 경기가 열린 날 방송 3사는 저녁종합뉴스를 축구중계 수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방송3사는 올림픽 관련 보도를 평균 70%이상 내놨는데, 보도의 대부분은 축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나 전술 분석, 시민들의 반응 등을 다룬 내용이었다(표3 참조).
 
 

결과적으로 방송3사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올림픽 보도에 집중하면서 우리사회에 주요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을 소홀히 다루거나 심층․분석이 아닌 단순한 상황전달에만 머무르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특히 이시기에는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 대법관 임기 시작,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 여부, SJM 용역폭력사태 등 굵직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이 불거졌으나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 후보들이 내부 경선을 벌이거나 정책방향을 내놓고 있지만 방송3사는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라는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도 방송3사의 올림픽 ‘올인’ 보도행태 속에 국민들의 알권리는 외면당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가장 중요한 이슈를 드러내는 ‘톱기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방송3사는 올림픽이 벌어진 17일 동안 저녁종합뉴스 톱기사로 올림픽 관련 소식을 다뤘는데 MBC 11번, KBS 10번, SBS 8번인 것으로 나타났다(표4 참조).
 
 
 
KBS와 MBC는 톱뉴스에서 정치이슈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검찰 출두 소식(KBS․MBC 7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KBS․MBC 8월 10일)을 전하는 내용은 톱기사로 실었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동안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새누리당 공천비리와 관련된 보도는 단 한번도 톱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또한 KBS와 MBC는 주요 정치․사회관련 이슈를 번번히 올림픽 보도 사이에 ‘끼워넣기’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10여건 안팎의 올림픽 관련 보도를 내놓은 후, 정치 관련 주요 이슈를 1-3꼭지 정도 다루고 다시 ‘런던 스튜디오’를 연결해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형태를 보였다. 한편 ‘폭염’ 등 날씨에 관한 보도는 각각 2건씩 톱기사로 다뤘다. 
SBS는 올림픽 관련 톱기사를 8번 내보냈다. SBS는 KBS‧MBC와 마찬가지로 박 원내대표 검찰 출두, 이 대통령 독도 방문을 톱기사로 전한데 이어 새누리당 공천비리와 전력난 문제를 톱기사로 뽑으며 주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 런던 올림픽 중계에 밀려 ‘저녁종합뉴스’ 뒤죽박죽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8시 혹은 9시 정시에 시작한다. 오랜 기간 동안 시청자들과 약속한 뉴스 방영시간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동안 저녁종합뉴스 시작시간은 올림픽 중계에 밀려 뒤죽박죽이 됐다.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권리마저 올림픽 중계에 밀려버린 것이다(방송3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편성표 기준).
평일에는 9시, 주말은 8시에 시작하는 MBC <뉴스데스크>는 9시 50분(7월 30일), 9시 30분(8월 1일), 8시 30분(8월 2일․5일)을 오가며 뉴스 시작시간을 조정했다.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예선이 있었던 8월 9일에는 무려 10시 40분에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다.
SBS <8뉴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시 50분(7월 28일․8월 3일), 9시 30분(7월 29일), 7시 40분(8월 5일)을 오가다가 11일에는 한시간 반을 앞당겨 6시 30분에 <8뉴스>를 방영했다.
2채널을 갖고 있어 중계를 나눠서 할 수 있는 KBS만 유일하게 올림픽 기간동안 <뉴스9> 시작시간이 고정됐다(12일 마라톤 중계로 <뉴스9> 시작시간이 10분 연기됐다).<끝>
 

2012년 8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