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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12.8.7)
등록 2013.09.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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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폭염보다 위험한 정부와 방송3사의 “노후원전 안전불감증”

 
∎  폭염보다 위험한 정부와 방송3사의 “노후원전 안전불감증”

정부가 ‘전력대란 위기’를 내세워, ‘전원공급 중단’이라는 중대한 사고를 일으킨 ‘고리 1호기’ 재가동을 강행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6일 “33도 이상 폭염이 열흘 째 이어지고 열대야 6일째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력 수요 급증을 ‘폭염 탓’으로 몰더니, “60만kW의 예비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전력수급’을 고리1호기의 재가동 사유로 삼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리원전 가동 중단 이후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전력대비는 ‘정부의 전력수요관리 능력’에 달렸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정부가 밝힌 대로 고리1호기의 전력 생산량은 60만kW인데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지난 6월 21일 정전대비비상훈련 당시 절감된 전력량은 548만kW로 고리1호기 생산량의 약 9배 이상에 달한다. 더구나 이미 작년 9월 ‘전력대란’을 경험한 바 있어 정부가 ‘전력 수요 관리’에 구멍을 드러냈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자기반성 없이 ‘전력대란 위기’의 원인을 기상이변 탓으로 돌리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대신 위험부담이 큰 ‘노후원전 가동’부터 생각한 셈이다.

고리1호기는 ‘노후원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도 국내원전 전체 사고의 20%를 차지했고, 2007년 수명연장 당시에도 원자로압력용기가 열에 약해 깨지기 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 3월 정전사태 발생시 비상디젤발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원자로가 녹아내릴 뻔한 위험천만한 사태를 겪었다. 이후 ▲IAEA ▲원자력안전위 ▲주민대표단과 한수원이 참여한 테스크포스가 연이어 점검에 착수했으나 비상디젤발전기 오작동의 원인을 찾지 못해,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원전관리 실태,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 관련자료 공개를 거부해 ‘신뢰성’ 추락을 자초했다. 이번 재가동에 앞선 원자로 안전 점검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민들께서 충분히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이해를 한 것으로 믿고 재가동을 결정했다”며 주민들의 반발을 외면했다.

방송3사 역시 노후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방송3사는 6일 보도에서 ‘전력수요 급증’과 ‘전력대란 위기’를 강조하면서 안전성도 채 검증되지 않은 고리1호기에 대한 정부의 재가동 방침은 짧게 언급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고리1호기가 지난 2월 ‘정전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다는 점, 안전점검 재조사마저 비공개로 진행돼 주민과 시민단체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점 등고리1호기에 제기된 문제들은 지적하지 않았다. 고리1호기 재가동 승인 때도 방송3사는 관련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6월 11일 / 7월 4일 방송브리핑 참조). 
KBS는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고 보도 말미에 짧게 언급했으나, 이마저도 불신의 원인이나 신뢰성을 회복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일절 없었다.
MBCSBS는 전력대란 위기의 원인을 ‘폭염 탓’으로 몰았다. 기상이변으로 작년 9월 ‘전력대란’을 겪고서도, 전력 수요가 급증해왔던 한여름 수요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지적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고리1호기 재가동을 짧게 언급하며, “안전성 논란”이라며 한 마디 수식어를 다는 데 그쳤다. 
 
<전력 수요 사상 최대…첫 ‘주의’ 경보>(KBS, 박현진)
<전력수급 다음주 고비>(KBS, 정영훈)

KBS는 전력 수요 급증과 관련해 첫 머리에 2건의 보도를 냈다.
먼저 KBS는 <전력 수요 사상 최대…첫 ‘주의’ 경보>를 통해 전력 수요가 급증해 올 첫 ‘주의’경보가 내려졌다고 전하면서, “폭염 탓이라지만 전력 당국의 수요 예측도 안이했다는 지적”이라는 앵커멘트를 덧붙였다. 보도는 “주의 경보가 발령된 건 지난해 9월 15일 정전사태 이후 처음”이라면서 전력당국의 비상조치 상황을 전하고는 보도말미에 정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해 전력수급 혼란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뒤이은 <전력수급 다음주 고비>는 전력수급을 이유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강행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 전달했다.
보도는 앵커멘트부터 “산업체의 휴가가 대부분 끝나는 다음주부터가 더 걱정”이라면서 “정부는 오늘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고리 원전 1호기 재가동 카드까지 꺼내들었다”고 전했다. 보도는 “수요 관리가 없을 경우, 예비율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는 게 정부 계산”이라면서 “이 때문에 정부는 수요 관리책과는 별도로 영광 원전 6호기의 완전가동에 이어 5개월만에 고리 1호기의 재가동도 전격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가동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60만 킬로와트의 예비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을 실었다.
그러나 고리 1호기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는 보도 말미에 “민간전문가의 재조사에서 안전성이 다시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발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짧게 언급한 데 그쳤다.

<전력 수요 최대 긴박했던 하루>(MBC, 지영은)

MBC는 1건의 보도를 냈는데, ‘폭염 탓’을 하는 정부입장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보도는 <전력 수요 최대 긴박했던 하루>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사정도 아슬아슬”하다는 앵커멘트로 보도를 시작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33도 이상 폭염이 열흘째 이어지고, 열대야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발언도 실었다.
그리고는 “내일은 오늘보다 전력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예비전력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전한 뒤 “정부는 안전성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고리 원전 1호기까지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다음 주는 돼야 전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리 1호기에 대한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박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안전성 논란’이라는 수식어를 단 게 전부였다. 보도는 “전력거래소는 올해는 9월초까지 무더위가 예보돼 있다며 전력 수급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전력 대란 위기만 강조하고는 보도를 마쳤다.

<전력 사용량 역대 최대..‘주의’경보>(SBS, 서경채)

SBS도 1건의 보도를 냈는데, 보도행태가 다르지 않았다.
<전력 사용량 역대 최대..‘주의’경보>는 앵커멘트부터 “웬만큼 에어컨 틀어도 더위 막기가 쉽지 않지요?”라며 ‘폭염탓’을 했다. 보도는 전력 ‘주의’경보를 전하며 “폭염이 열흘째 지속되고 있는 점, 또 열대가 엿새째 지속되는 점에 따른 원인 있다고 판단”한다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을 적극 실었다.
이어 수요급증으로 “절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뒤, “정부는 안전점검을 이유로 다섯달 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정부의 고리1호기 재가동 방침을 전달했다.
 
2012년 8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