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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국정감사를 촉구하는 논평(2011.10.4)
등록 2013.09.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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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일탈행위, 철저하게 따져라
- 도청·골프접대 의혹, 이승만 찬양 등 ‘솜방망이 국감’ 안된다
 
 

오늘(4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권이 선거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질 것인지 의문이다. 각 당이 KBS의 선거보도를 의식해 ‘솜방망이 국감’을 벌이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 아래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한 KBS는 날이 갈수록 심각한 일탈행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번 KBS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이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엄중하게 따져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KBS가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세 달이 지났다. 그러나 일찌감치 경찰은 ‘물증이 없다’며 진상규명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 KBS의 도청 의혹을 불러일으킨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문방위 간사 직을 내놓은 것으로 흐지부지 넘어갈 태세다.
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KBS는 ‘언론탄압’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고, 도청 의심을 받는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분실됐다고 주장하며 진실 은폐에 골몰해왔다. 심지어 도청 의혹으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수신료를 올려 달라”는 뻔뻔한 주장을 폈다.
명색이 ‘공영방송’이 수신료 인상을 위해 제1야당 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집권 여당의 의원은 이런 추악한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 이를 덮고 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끝까지 도청의 진실을 밝힌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둘째, KBS 보도국 간부들의 골프 접대 문제를 추궁해야 한다.
지난 7월 고대영 보도본부장, 강선규 보도제작국장 등 KBS 보도본부 간부 6명이 현대자동차그룹 인사들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KBS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협찬을 따내기 위한 ‘공식적인 업무협의’였고 과거 ‘광고주 초청골프에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며 문제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KBS 감사실은 고 본부장의 경우 취업규칙에 따른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장에게 구두 경고를 제안했고, 나머지 간부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업무지만 시기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공영방송’의 보도국 책임자들이 광고협찬을 위해 대기업 인사들을 만난 것 자체가 ‘보도와 광고의 분리’라는 언론의 금도를 어긴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기업 인사들과 골프 접대를 주거니 받거니 해왔고, KBS는 이를 “공식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영방송’ KBS 보도본부는 대기업으로부터 광고협찬을 받는 곳인가? KBS 간부들의 언론윤리 실종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기어이 ‘이승만 찬양 다큐멘터리’의 방송을 강행한 배경을 집중 추궁해야 한다.
KBS는 지난 6월 친일파 백선엽 찬양 다큐멘터리에 이어 9월 28일부터 3일간 이승만 미화·찬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이승만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특집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뉴라이트’ 등 수구보수 세력들이 “건국 대통령” 운운하며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겠다, 역사 교과서를 뜯어 고치겠다 나서며 ‘역사 뒤집기’, ‘이승만 우상화’ 시도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 KBS의 ‘이승만 다큐’가 ‘뉴라이트의 들러리’ 노릇을 할 것은 자명했다.
그러나 KBS는 “이승만의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겠다”며 이승만 다큐를 밀어붙였고, 아니나 다를까 방송된 내용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이미 알려진 이승만의 과오들조차 ‘불가피한 일’ 또는 ‘이승만은 몰랐던 일’로 교묘하게 포장되거나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한 오류도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이승만 미화’라는 목적을 쫓는 과정의 필연적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KBS는 왜 6억이 넘는 돈을 낭비하며 이런 다큐를 강행한 것인가? 국회는 ‘뉴라이트 들러리’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일탈행위를 따져야 한다.
 
넷째,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명박 정권 나팔수’ 행태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KBS가 이명박 정권에 장악돼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하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물론 상식을 갖춘 시청자들로부터 ‘MB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KBS의 정권 감싸기 행태, 정권 홍보 행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집권 말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비리 의혹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KBS는 어떻게든 그 파장을 줄이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정권에 유리한 부분만 쏘옥 빼내 부각하기 일쑤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비밀문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의 가히 ‘매국적’ 언행이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KBS를 통해서는 단 한마디의 쓴소리도 들을 수 없다. 지난여름 물난리를 겪으며 드러난 4대강 공사의 폐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더니, 4대강 공사 완공이 다가오자 이를 홍보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특집 방송까지 준비 중이라 한다.
이런 KBS를 두고 ‘정권 나팔수니까 당연한 노릇’이라고 포기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우리사회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있다. 중차대한 시기에 KBS가 국민을 호도하고 우롱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질책해야 한다. (※우리단체 10월 4일자 모니터 보고서 참조)
 
다섯째, 위키리크스에 등장한 KBS 직원들이 ‘정체’를 따져 물어야 한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8월 공개한 미 국무부 비밀문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KBS 고대영 보도본부장(당시 해설위원)과 민경욱 <뉴스9> 앵커(당시 뉴스편집부기자)가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 이명박 후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KBS는 “순전히 개인적 만남”, “상식적 수준의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고위급 기자’들과 한국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관리들의 만남을 과연 ‘사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문건은 고 씨를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frequent Embassy contact)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딱 한번 만났다”는 KBS 주장과 다를 뿐 아니라, 고 씨가 KBS에서 일하면서 얻은 여러 정보를 정기적으로 미국 측에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들은 꼬박꼬박 ‘수신료’를 내어 ‘미국 정보원’의 월급을 주고 있었던 셈이다.
백번 양보해 두 사람의 발언을 ‘미국이 다소 과장한 측면’이 있다 치더라도 이들의 행위는 언론윤리의 기본에서 벗어난다. KBS 윤리강령도 “취재·제작 중에 취득한 정보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1조2항), “KBS인은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취재·보도·제작의 전 과정에서 여타 언론인보다 더욱 엄격한 직업윤리와 도덕적 청렴이 요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KBS가 고대영 보도본부장과 민경욱 앵커의 부적절한 처신을 감싸고 두둔하는 상황에서 국회라도 이 문제를 따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자존심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내는 것이다. <끝>
 
 
 
2011년 10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