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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씨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자진하차’ 관련 논평
등록 2013.09.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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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씨 몰아낸 MBC가 더 걱정스럽다
 
 

25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하 <세계는…>) 진행자 김미화 씨가 “자진하차”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김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젠 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부로 MBC 시사진행을 접으려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서둘러 드리게 될지는 저도 몰랐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간의 과정을 돌이켜볼 때 말이 “자진하차”일 뿐 김 씨는 강제로 떠밀려 난 것이나 다름없다. KBS, MBC가 이명박 정권에 장악되고 낙하산 사장들이 내려앉으면서 김 씨가 끊임없이 ‘퇴출’ 압박을 받아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09년 MBC는 제작비 절감,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김 씨를 퇴출시키려 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라디오PD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무산됐었다.
이달 초에도 MBC에서는 김 씨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당시 MBC 노조에 따르면 라디오 본부의 김 모 편성기획부장이 김미화 씨를 따로 만나 “이번에는 어렵게 되었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낮 시간대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또 김 부장은 편성실무 PD에게 봄 정기개편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명단을 언급했는데 <세계는…>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MBC에서는 김 씨를 시사프로그램에서 몰아낼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김 씨는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한 것 뿐이다.
한편 MBC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최명길 전 MBC 라디오 <뉴스의 광장> 앵커가 김 씨의 후임으로 <세계는…>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임원회의에서 3배수의 후보자를 놓고 논의를 한 결과 최종 낙점됐다”고 밝혔다. 김씨의 “자진하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득달같이 후임자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김미화 씨의 이른바 ‘자진사퇴’를 지켜보며 김 씨가 아니라 MBC를 더 걱정하게 된다. 비록 김미화 씨가 ‘방송장악 정권’, ‘정권부역 세력’들로부터는 핍박을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애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MBC는 어떤가? 비판보도의 칼날은 무딜 대로 무뎌졌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PD수첩> 최승호 PD를 비롯해 역량 있는 제작진을 한직으로 몰아내 스스로 프로그램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김미화 씨 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세계는…>의 진행을 맡아온 김 씨는 복잡한 현안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높은 청취율과 광고 판매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MBC와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는 프로그램의 경쟁력보다는 정권의 의중이 더 중요했고 기어이 김 씨의 등을 떠밀었다. 양식 있는 시민들을 향해 ‘MBC에 등을 돌리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지금 ‘조중동방송’들은 스타급 PD, 유명 작가들을 거액으로 스카우트해 비보도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갖춰 지상파와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때 MBC가 해야 할 일은 공영방송으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과 부역세력들은 정권에 밉보인 방송인들을 쳐내며 제 발등을 찍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를 비롯한 정권 부역세력들에게 촉구한다.
더 이상 MBC를 망가트리지 말고 물러나라. 그동안 정권 부역세력들이 MBC의 시사‧보도 분야를 무력화해 공신력과 영향력을 갉아먹은 것만으로도 MBC는 치명상을 입었다. MBC가 ‘조중동방송’의 공세 속에 길을 잃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정권의 눈치만 살피는 인사들부터 물러나야 한다. 젯밥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MBC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011년 4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