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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의 MBC 임원진 4명 사표수리에 대한 논평(2009.12.11)
등록 2013.09.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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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MBC 구성원들과 국민이 MBC를 지키자
 
 
10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이사회를 열어 9일 일괄사표를 제출한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8명의 사표 수리 여부를 논의했다. 방문진은 엄 사장의 사표는 반려하고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의 사표는 수리했다. 언론계 주변에 떠돌던 ‘엄기영-김우룡 밀약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9일 엄 사장 등 임원진들이 사표를 제출했을 때 이미 MBC 안팎에서는 이런 결과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즉 엄 사장이 일괄사표로 일종의 ‘충성서약’을 하면 방문진은 엄 사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간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엄 사장과 MBC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인다는 얘기다.
 
우선, 우리는 KBS에 이어 MBC마저 장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엄 사장을 압박하고 급기야 임원진 전원의 일괄사표를 강제한 방문진 친여 이사들을 강력 규탄한다.
엄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사표제출을 ‘자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친여 이사들이 그동안 MBC 장악을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엄 사장을 압박했는지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특히, 김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엄 사장 교체 의사를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난 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엄 사장에게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엄 사장도 스스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등 사퇴를 압박했고, 회의가 끝난 뒤 사석에서도 책임론을 거론했다고 한다. 또 일부 친여 이사들은 엄 사장 외에 최소 2∼3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이명박 정권과 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MBC 길들이기’에 앞장선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집요한 압박이 결국 ‘임원진 일괄사표’라는 굴복을 받아낸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친여 이사들에게 경고한다. 엄 사장을 꼭두각시로 삼아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든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이 정권의 끊이지 않는 언론장악 행태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MBC 장악’은 ‘방송장악의 마침표’가 아니라 ‘MB정권의 마침표’가 될 것이며 방문진 친여 이사들 역시 엄중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부당한 압박에 굴복한 엄 사장도 이후 MBC에서 벌어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항간의 분석대로 엄 사장이 김 이사장에게 자리보전을 약속 받고 일괄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면 참으로 비겁한 ‘백기투항’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퇴진 압력에 시달린 엄 사장을 지지·응원한 것은 엄 사장 개인의 자리를 보전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방송장악에 혈안이 된 이명박 정권과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부당한 압력에 꿋꿋하게 맞서며 공영방송 MBC를 지켜달라는 당부였다. 그러나 엄 사장은 국민의 뜻과 정권의 압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듯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였다. < PD수첩> 사과방송, 신경민 앵커 경질, 이른바 ‘뉴MBC 플랜’ 등 엄 사장이 정권 앞에 조금씩 무너져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국민들은 기대를 접지 않았다. 하지만 엄 사장은 결국 국민들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렸다.
엄 사장이 내놓은 이른바 ‘뉴MBC 플랜’ 이후 MBC의 정권감시·비판기능은 더 무뎌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이 조차 성에 안찬다며 임직원들의 사표를 요구한 김 이사장에게 협력한다면 엄 사장이 자리를 지킨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이 정권의 폭압적인 방송장악 과정에서 엄 사장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엄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명예를 잃었다. 앞으로 국민들은 MBC와 엄 사장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엄 사장이 ‘김우룡의 대리자’가 되어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한다면 국민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MBC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 이제 MBC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에 대한 노골적인 ‘길들이기’ 시도가 벌어질 것이다. MBC가 여기에 무너지면 안된다. 어떻게 일궈낸 방송민주화인데 이런 파렴치한 정권에게 MBC를 넘겨준단 말인가? 정권과 방문진 친여 이사들의 MBC 장악에 온 힘을 다해 맞서 달라.
MBC는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켜온 전통이 있다. MBC 구성원이 똘똘 뭉쳐 맞서고 국민들이 이런 구성원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걸고, 국민들에게 MBC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싸워 주기 바란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다. <끝>
 
 
 
2009년 12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