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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건강이상설’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8. 9. 18)
등록 2013.09.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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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보도 쏟아 낸 <조선>, 정부 비난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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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대서특필 하던 조선일보가 오늘(18일)은 정부의 ‘김정일 건강이상설 정보 흘리기’와 ‘정부 기관 내의 엇박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김정일 정보 함부로 발설하더니 이제 주워 담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한 국가정보원과 정부 고위관계자, 이들의 발언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한 통일부를 두고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보능력과 대북 정보의 관리능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 “이번에 보니 정부 기관 간 기본적인 조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 관계자들이 발언이 “사실이면 사실인 대로, 사실이 아니면 또 사실이 아닌 대로 다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어느 정부기관도 주요 상대국과 관련한 결정적인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고 신중치 못한 처신을 비판하기도 했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면 이쪽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시켜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보 차단 대책을 세우게 하고,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이쪽 정보 수준의 허점을 내보여 정보 조작 시도를 불러오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대북 정보 사항에 관한 한 정부의 한마디는 100% 사실일 것이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보의 정확성에다가 정부의 신중함이 더해져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온갖 추측보도를 내놓은 데 대해서는 “사실 여부가 입증되지 않은 보도들이 쏟아지는 것은 남북 관계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다”고 인정하는 듯하더니 “그러나 고위직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 마치 곁에서 지켜본 듯한 얘기들을 발설해 놓고서 이제와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발뺌하는 것은 언론보도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빠져 나갔다.

 

조선일보 주장처럼 정부 당국자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정보를 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이번에 정부 당국자들은 마치 옆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켜본 양 “(건강이) 양치질은 할 수 있는 수준”, “옆에서 부축하면 걸어 다닐 수 있는 수준” 등 미확인 정보들을 거침없이 공개했다. 이런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자성하지 않고 이제와서 정부만 비판하는 것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사실 정부 여당의 무책임한 ‘김정일 건강이상설’ 정보 흘리기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신문들의 무비판적인 추측보도와 맞물려 부정적인 파장을 증폭시킨 면이 있다.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 이후 조선일보는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설’이 아니라 ‘팩트’인 양 ‘김정일 사후 대책’까지 요구하며 연일 지면을 관련 보도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확인된 ‘팩트’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한 예로 11일 조선일보 1면부터 5면까지 실린 ‘김정일 건강이상설’에 관한 12꼭지의 기사 중 5꼭지의 기사 제목에 ‘~듯’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추측성 보도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 <반드시 닥칠 북한 급변 사태에 총력으로 대비하라>를 싣고 “이번에 김 위원장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앞으로 10년 후, 아무리 길게 보아도 20년 후까지 그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정일 유고는 대한민국 최대의 비상사태다”, “이제는 이(‘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격상하고 실질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북한의 남침이 없어도 남한과 미국이 판단하기에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국제법상 ‘선제공격’으로 해석되는 대북 군사작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선동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개념계획 5029의 작전계획으로의 격상”이 북한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군사 개입할 빌미마저 던져준다는 것을 모르고 이런 사설을 쓴 것일까? 조선일보의 이 같은 선동은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경쟁적으로 쏟아낸 정부 당국자들 못지않게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조선일보와 달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김정일 건강이상설’ 보도 초기부터 정부 당국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며 차분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11일 사설 <김정일 건강이상설, 전략 있는 차분한 대응을>에서 “중요한 것은 정세가 요동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섣부르게 ‘김정일 유고’를 단정하고 과잉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 사설 <김 위원장 와병설, 차분하게 대응해야>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1994년 김일성 국가주석 사망 때처럼 정부나 정치권의 과도한 언행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제 아침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정황을 다각도로 분석해 볼 때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정부 당국자의 정보 흘리기를 비판했다.

 

12일에도 한겨레신문은 사설 <여권의 부적절한 대북 대응>을 싣고 정부 당국의 대처가 “마치 북쪽에서 큰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라고 우려하면서 “미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공식 논평을 피하면서 북한 핵검증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할 신중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16일 사설 <‘김정일 건강이상’ 정보 남발 문제 있다>에서 “과거 같았으면 공개에 극도로 신중했을 대북 정보들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풀어 놓고 있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요소들이 있다”면서 “중요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증폭될 때 초래될 예기치 못한 사태를 염려”한다고 논평했다.

 

17일에는 한겨레신문이 <‘작계 5029’ 부활 대신, 남북관계 복원 고민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정부는 김 위원장 건강상태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중계방송하듯 하지 말고, 경직된 남북관계의 복원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상륙훈련 확대 등으로 쓸데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도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이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할 때 추측보도나 일삼던 조선일보가 이제라도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대북 정보 흘리기를 비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추측보도, 과장보도에 대해 자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자성 없이 정부 당국자들만 비난하는 것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자 불확실한 ‘설’들이 확산된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는 꼴이다. 정부 탓만 한다고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를 덮을 수 없다.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그 기준을 조선일보 스스로에게도 적용해 보기 바란다.<끝>

 



2008년 9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