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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선일보의 우리 단체 음해 기사에 대한 논평(2008.9.18)
등록 2013.09.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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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참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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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일) 우리는 조선일보 1면 톱기사를 접하며 분노는커녕 자칭 ‘1등신문’ 조선일보에 안쓰러움을 느꼈다. 온 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근심하고 있는 이 때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를 시민단체 공격으로 채웠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기사들을 묶어 악의적으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시민단체들을 음해했다.
1면 톱기사의 제목은 <시민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이 최근 환경운동연합의 ‘정부 보조금 횡령 의혹’ 수사 과정에서 ‘행안부가 시민단체들의 지원사업 영수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이) 환경련이 가짜 영수증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슬쩍 끼워 넣었다. 검찰이 특수부까지 투입해 ‘시민단체 표적수사’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짜 영수증’ 운운한 것이다.
더 악의적인 편집은 이 기사 바로 아래 붙어있는 기사에서 드러난다.
기사의 제목은 <민언련 등 광우병대책회의 참여단체들 지난 5년간 방송발전기금 12억 받았다>이다. 기사의 내용은 제목 이상의 것이 없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조선일보에게 그동안 입이 아플 정도로 알려 주었듯, 방송법은 방송발전기금을 ‘미디어교육 및 시청자단체 활동’에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방송법 제38조). 그리고 구 방송위원회는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의 내용과 지원금을 늘 공표해왔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시민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기사 밑에 ‘시민단체가 방송발전기금을 지원 받는다’는 기사를 붙여 문제가 있는 양 호도하려 들었다.
제목과 기사 내용도 악의적이다.
조선일보는 5년간 여러 단체들이 받은 지원금을 모두 합산해 ‘억’대 규모를 만들고, 여기에 우리단체 이름을 앞으로 부각시켜 제목을 뽑았다. 그러면서 “민언련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참여단체들이 5년 동안 미디어 모니터 명목으로 12억원의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다. 조선일보 출신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국감자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을 두고 새로운 사실이라도 찾아낸 양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민망하다. 조선일보는 진성호 의원이 이 자료를 주기 전에는 방송법에 따른 시청자단체 지원사업을 몰랐단 말인가? 이미 우리 단체를 공격할 때 썼던 내용이 아닌가?
조선일보는 우리단체를 흠집내기 위해 알맹이 없는 기사를 악의적으로 편집했겠지만, 우리가 볼 때 이런 기사는 ‘누워서 침뱉기’다.
조선일보는 이념을 떠나 그래도 자칭 ‘1등신문’이다. 금융위기를 비롯해 수많은 사회 현안들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시민단체 음해에 열을 올려도 좋은가? 또 검찰의 ‘추정’을 받아 1면 톱을 만들고,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를 받아 거기에 딸린 기사를 만들어내 지면의 ‘질’을 떨어뜨려도 괜찮나?
오늘 조선일보의 1면 톱은 ‘의도’만 있고 ‘정보’는 없는 최악의 편집이었으며 조선일보의 기사가치 판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다 드러냈다. 이러니 조선일보가 ‘찌라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의제설정과 편집에 있어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해주기 바란다. 상식 이하의 보도에 논평해야 하는 우리가 다 부끄럽다.
아울러 조선일보에 한가지만 더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처한 위기는 시민단체를 공격하고 음해한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을 공격해 정권에 반사 효과를 안겨 주겠다는 얕은 수를 버려라.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진정한 비판신문이 되기 바란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이나 조선일보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끝>

 



2008년 9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