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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월 19일자 사설 < 집 사야 할 사람 사고, 팔아야 할 사람 팔게 해야 >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8.8.20)
등록 2013.09.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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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녕 부동산 거품 붕괴를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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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8월 19일자 신문에 <집 사야 할 사람 사고, 팔아야 할 사람 팔게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지난 6월 지방 민간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폐지하는 등 올 들어 몇 차례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와 금융규제 같은 핵심은 그대로 놓아뒀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거래가 얼어붙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건설업체들이 쓰러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내리는 것도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요가 줄어 거래가 더 위축될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기 부추기라’ 주문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주장은 명백한 왜곡이다. 조선일보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부동산 세제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금융규제 같은 핵심은 그대로 놓아뒀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꼼작하지 않았다며 마치 부동산 세제와 금융규제가 잘못된 것처럼 말한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종부세와 양도세를 무력화시켜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풀어 부동산 투기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공급하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 규제 및 전매제한 완화마저 더해진다면, 이는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현금 실탄을 장전하고 부동산 투기의 방아쇠를 당기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약하면 조선일보의 주장은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벌여 주고 실탄을 공급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과 다름없다.

또한 조선일보는 부동산 경기가 꼼짝하지 않았다며 마치 부동산 경기 활황이 정상적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인지 침체 상태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쫓아 한 아파트에서 20%가 넘는 사람들이 매년 이사를 다니는 것을 과연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의 시장이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전체 국민경제는 생각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달아올라 건설업체들로부터 부동산 광고를 더 많이 받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인가?

부동산 세제와 금융규제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꼼짝하지 않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요인은 복합적인 것이다. 물론 종부세와 양도세 같은 부동산 세제와 LTV, DTI 등의 금융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킨 큰 요인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제성장률 둔화, 금리인상, 미분양사태에 따른 공급과잉, 유가급등 같은 대외적 요인,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불안심리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지금은 대세하락 국면에 진입하여 이제는 더 이상 부동산으로는 재미를 볼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투기자들이 집을 사기에는 그다지 짭짤한 수익이 없고,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려고 해도 집값이 아직도 너무 비싼데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집값 내려도 반길 일 아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거래가 얼어붙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건설업체들이 쓰러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내리는 것도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요가 줄어 거래가 더 위축될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거래가 얼어붙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건설업체들이 쓰러지는 것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수요도 없는 곳에 마구잡이로 집을 지어댄 건설업체 자신들의 잘못이다.

어느 기업이 수요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단지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마구잡이로 상품을 만들었는데 막상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팔리지 않는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러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는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상품에 대한 투기를 일으켜 상품 값을 올라가게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조선일보의 정체성이 심히 의심스럽다.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팔아주려고 정부가 대신 나서거나, 국민들에게 높은 상품가격을 계속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며 시장경제도 아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선일보는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집값이 내리는 것이 반길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집값이 더 올라야 반길만한 일인가?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건설업체들을 살려주기 위해 집값이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인가?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수요가 줄어 거래가 더 위축될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집값이 떨어져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이를 보전해주는 것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주식에 투자를 했는데 주가가 내려간다고 가정해보자. 주가가 내려가는 것을 정부가 막거나 주식에서 손해 본 것을 정부가 다시 보전해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들이 낸 혈세로 주식투자자의 손해를 벌충해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마찬가지로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보는 손해를 애꿎은 다른 국민들이 감당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올 상반기에 180개 건설회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건설업계에 모두 12조4000억원의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들은 2조원 가까운 부실채권으로 비상이 걸려 있다. 이대로 가면 230조원에 이르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 집값 하락이 금융부실로 이어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라며 잔뜩 겁을 주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KBS가 지난 8월 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미분양사태 때문에 부도 업체가 크게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도업체 수는 57개로 오히려 예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도 건설업체 수는 57개였던 반면, 지난해 전체 부도업체 수는 120개, 2006년에는 106개였으며, 지난 2005년(165개)과 2004년(178개)은 오히려 올해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마치 모든 건설업체들이 다 쓰러지는 것처럼 왜곡·과장 보도를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부추기면서 투기 심리 막으라는 조선일보

또한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겁을 주면서 협박을 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왜 일어난 것인가? 전 세계적인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너도나도 집을 샀다가,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그 충격이 금융으로 번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되지 않기 위해 부동산 거품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고 부동산 시장을 하향안정화 시켜야지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서야 되겠는가? 조선일보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되도록 부추기는 것인가?

사정이 이러한데도 조선일보는 “이런 ‘부동산발(發)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팔 수는 있게 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금융규제를 손질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부동산 거품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나가야 할 판에 오히려 더 키우자는 조선일보는 용감한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것인가?

또한 조선일보는 “1가구 1주택자가 살던 집을 팔고 집을 옮기고 싶어도 양도세, 취·등록세 부담 때문에 집을 줄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면 잘못된 것이다. 소득이 없는 노령가구 등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것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가 투기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런 지혜를 짜내라고 국민들이 세금으로 내서 공무원 월급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며 사설의 결론을 맺었다.

조선일보는 양도세를 낮추라고 주문하는 동시에 노령가구를 빌미로 종부세도 낮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양도세와 종부세를 낮추면 부동산 불로소득이 증가해 부동산 투기 심리가 되살아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져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어날 수 있는데,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니 이 무슨 궤변이란 말인가?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엉뚱하게도 공무원들에게 종부세와 양도세를 낮추는 동시에 부동산 투기도 일어나지 않게 만들라고 호통을 친다.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벌여 주고 실탄을 공급해주면서 어떻게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란단 말인가? 결국 조선일보의 주장은 시장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라는 말과 다름없다. 조선일보는 정녕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 사태를 맞길 바라는 것인가? 만약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조선일보는 모든 책임을 제일 먼저 져야 할 것이다.<끝>
 



2008년 8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