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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9.11)
등록 2013.09.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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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박근혜의 ‘위험한’ 역사인식…조중동은 “그게 뭐 어때”?
 
 
박근혜의 ‘위험한’ 역사인식…조중동은 “그게 뭐 어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0일 박 후보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며 “앞으로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새누리당 조윤선 대변인은 두 가지 판결이란 유신 시절인 1975년 4월 8일 인혁당 관계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과 민주화 이후 재심을 벌여 인혁당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2007년 재판을 이야기한다면서 “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있었고 다른 정권에서의 결론인데다 역사적으로 얼마 안 된 사건이니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정치권은 소임을 다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혁당 사건은 정치권력의 불법적인 수사와 사법부의 굴종 속에 대법원 판결 20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돼 헌정 사상 대표적인 ‘사법살인’으로 꼽힌다. 국제법학자협회에서도 사형이 집행된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박 후보의 ‘두가지 판결’ 발언은 독재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등 헌정절차마저 무너져있던 유신 때 이뤄진 재판과 민주화 이후의 재판에 동등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미 사법부에서 바로잡힌 사안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인혁당 유족들을 만나겠다’며 겉으로는 ‘통합과 화해’의 행보를 강조했지만 인혁당 관계자들의 명예를 다시 실추시키는 모순적 행동을 보이면서 ‘박 후보의 통합행보는 진정성 없는 정치쇼’라는 비판이 힘을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역사인식이 여전히 ‘5․16 쿠데타와 유신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틀에 박혀있어 ‘아버지 감싸기’를 넘어 ‘민주주의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주목하며 ‘유신 때 판결 옹호’, ‘헌정무시’라고 비판했다. 사설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법치인식을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 후보가 인터뷰 중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라고 발언한 것을 제목으로 뽑으며 부각했다. 이 말은 독재가 ‘구국의 결단’이라는 박 후보의 과거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어떠한 비판이나 지적도 내놓지 않았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발언도 같은 기사에서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아일보는 인혁당 관련 박 후보의 발언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두고…박근혜, 유신 때 판결 옹호>(한겨레, 1면)
<박, 독재시대 판결-민주화 뒤 재심 ‘동급’ 규정…뒤틀린 법인식>(한겨레, 3면)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 기소된 8명 대법원 선고 20시간만에 사형 집행>(한겨레, 3면)
<박근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 밝혀야>(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톱으로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두고…박근혜, 유신 때 판결 옹호>라는 제목을 뽑고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재심의 정당성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 “독재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한 채 폭압적 분위기에서 진행된 유신 시절의 재판과 민주화 이후의 재판에 동등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3면에서도 <박, 독재시대 판결-민주화 뒤 재심 ‘동급’ 규정…뒤틀린 법인식>이라고 제목을 뽑으며 “역사와 법에 대한 박 후보의 잘못된 인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특히 “두 판결이 지닌 정치적 맥락이나 사회적 환경이 다른데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함으로써 교묘하게 허위를 진실로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같은 면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 기소된 8명 대법원 선고 20시간만에 사형 집행>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유신 정권 당시 정치권력에 종속된 수사기관의 불법과 사법부의 굴종이 빚어낸 ‘사법살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며 자세히 설명했다.
 
사설에서는 “박 후보는 어제 유신체제와 인혁당 사건에 대한 평가를 두고 퇴행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또 “(인혁당 재심판결은)우리 사회의 민주화 덕에 대한민국 법원이 32년만에 재심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공당의 대선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가 민주국가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발언이 근거와 재심 판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인혁당 대법 판결은 2개” 헌정무시>(경향, 1면)
<‘통합 행보’ 한다는 박근혜, 인혁당 사건 인식은 23년 전 그대로>(경향, 5면)
<간첩단 조작…판결 18시간 만에 8명 사형>(경향, 5면)
<‘인혁당 판결이 두 개’라는 박근혜 후보의 법치 인식>(경향, 사설)
 
경향신문도 1면 톱으로 <박근혜 “인혁당 대법 판결은 2개” 헌정무시>라는 제목을 뽑으며 “삼권분립 등 헌정절차가 정지된 유신 때 이뤄진 유죄 판결과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무죄로 교정한 판결의 효력을 동일시한 것”, “이미 역사적, 사법적으로 판단이 내려진 사안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인혁당 판결이 두 개’라는 법치 인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인혁당 사건의 경우 1975년 사형 선고에는 문제가 있어 무려 32년만에 무죄로 바로잡은 것”, “똑같은 사건을 놓고 사형에서 무죄로 입장을 바꾼 사법부가 부끄러워 할 일이지 유무죄를 놓고 다룰 일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어 “법적으로나 드러난 사실관계로나 무죄가 분명한 인혁당 사건 판단을 역사에 맡기자면서 대통합을 운위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통합은 피해자의 가슴에서 우러나야 가능한 것”이라며 박 후보의 발언과 행보를 꼬집었다.
 
 
<박 “내 무덤에 침 뱉으라는 말, 유신 모든 것 함축”>(조선, 3면)
<“내 무덤에 침 뱉으라는 아버지 말에 모든 것 함축”>(중앙, 5면)
 
조선일보는 3면 <박 “내 무덤에 침 뱉으라는 말, 유신 모든 것 함축”>에서 박 대표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중계하는 보도를 내놨다. 박 후보의 ‘내 무덤의 침을 뱉어라’ 발언 인용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박 전 대통령도 유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시 나라 안팎 사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유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설명하려 이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박 후보 측근의 해석을 덧붙였다. 인혁당 사건 발언에 대하서는 박 후보의 말을 그대로 전한 뒤 “인혁당 사건은 1975년 4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8명에 대해 20시간 만에 형을 집행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이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고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도 5면 <“내 무덤에 침 뱉으라는 아버지 말에 모든 것 함축”>에서 박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인혁당 발언 등 역사인식에 대한 발언도 박 후보의 발언만 실었을 뿐 어떠한 평가도 내놓지 않았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었다.<끝>
 
 
2012년 9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