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9월 7일자 주요 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12.9.7)
등록 2013.09.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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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브리핑
 -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조중동은 ‘논란’‧‘공방’?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조중동은 ‘논란’·‘공방’?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안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일 오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기획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전화를 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또 “(안 원장이 대선에)나오면 죽는다”, “안원장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언급한 뇌물과 여자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안랩(옛 안철수 연구소)이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을 때 산업은행 투자팀장이었던 강 모씨에게 안 원장이 주식 뇌물을 줬다는 것과 안 원장이 최근까지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사귄다는 내용이었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을 통해 “한치의 의혹도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또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구체적인 근거를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고 했다”면서 안 원장에 대한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진행되고 새누리당에 전달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은 통화사실과 내용은 대부분 인정한 채 “친구사이의 대화”였다며 ‘과장된 얘기’라고 해명했다. 또 자신은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한것 뿐’이라며 협박 사실도 부인했다. 그러나 정 위원은 검사시절 산업은행 벤처 지원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라 ‘누구보다도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얘기’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 위원이 ‘안 원장 저격수’로 박근혜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으로 발탁된 것을 고려하면  ‘불출마 종용 협박’을 정 위원 ‘개인의 판단’이 아닌 새누리당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당 후보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유력한 대선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한 것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때문에 ‘협박 전화’가 나온 배경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사정기관의 뒷조사’의 사실 여부도 중요하다. 이는 민간인 불법사찰의 연장선이며 권력기관의 정치공작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국민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뒷조사 내용을 협박용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부활”이라고 꼬집었다.
 
7일 주요일간지는 안 원장 측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주요하게 기사를 배치하고 사설을 싣는 등 주목했다. 주요 일간지는 모두 정 위원의 행동을 지적했지만, 차이를 보였다.
 
 
<안철수 쪽 “새누리 대선기획단 인사가 출마말라 협박”>(한겨레, 1면)
<안철수 측 “박근혜 측이 대선 불출마 협박했다”>(경향, 1면)
<“뇌물․여자 거론하며 안 불출마 종용” “친구 사이에 시중 의혹 얘기한 것뿐”>(조선, 1면)
<“여, 사찰정보로 안철수 불출마 종용”, “친구에 시중얘기 전한 것…사실 과장”>(동아, 1면)
<안철수·박근혜 정면충돌>(중앙, 1면)
 
7일 주요일간지 1면 헤드라인을 살펴보면, 한겨레신문경향신문은 안 원장 측이 밝힌 ‘새누리당 박근혜 측의 협박’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반면 조선일보동아일보는 안 원장 측의 주장과 새누리당 정 위원의 주장을 나열해 ‘공방’ 내지 ‘논란’으로 처리했다. 중앙일보도 ‘안철수·박근혜 정면충돌’이라는 제목을 뽑아 공방으로 처리했다.

1면 기사에 실린 사진도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경향신문이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장면만을 사용한 것과 달리 중앙일보동아일보는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뒤 ‘깨진 26년 우정’(중앙), ‘누구 말이 맞을까’라는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사진에서도 ‘공방’․‘논란’으로 처리하고, 중앙일보는 ‘친구’라고 밝힌 정 위원에 부각한 것이다. 조선일보도 1면 <팔면봉>이라는 코너에서 “안철수․박근혜로 갈린 서울 법대 동기, 비방회견”이라며 “26년 우정 갈라놓은 비정한 정치”라고 실었다.
정 위원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금 변호사와 ‘오랜 친구사이’라며 ‘사적대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 변호사는 전화를 하자마자 ‘정말 안 원장과 친하냐’, ‘내 얘기를 전하라’며 다짜고짜 ‘나오지말고, 나오면 죽는다’고 했다며 ‘친구사이이 대화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주요 일간지는 사설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정 위원의 행동을 비판했다. 특히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 “도덕적 지탄은 물론 법적 심판의 대상까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정 위원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안 원장 측이 제기한 ‘사찰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를 밝히라’,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민주주의 근본 훼손하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한겨레, 사설)
<‘안철수 불출마 협박설’ 진상 철저히 규명해야>(경향, 사설)
<박근혜 측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 진위․배경 가리라>(조선, 사설)
<안철수 협박 논란, 대선판 치졸해진다>(중앙, 사설)
<안철수 ‘사퇴 위협’ 공방과 안철수 검증>(동아, 사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강력한 대항마 격인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에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친구사이’라는 정 위원의 해명에 대해 “새누리당 공보위원이란 직책을 가지고, 안 원장 관련 의혹을 연일 제기해온 사람이 검증 자료를 들어 불출마를 운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본인은 부인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선 협박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새누리당 안에서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일 당 차원에서 관여했다면, 이는 민주 정당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사태”라며 “새누리당에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지라”고 요구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여당 후보 측이 유력 야권 주자를 협박해 출마를 막으려 했다면 도덕적 지탄은 물론 법적 심판의 대상까지 될 수 있다”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사설은 불법사찰 의혹을 언급하면서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이 유력 대선주자의 뒤를 캐고 다녔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 “더욱이 특정 정당 후보 측이 이러한 정보를 선거전에 활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 위원과 금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였다고 해도 지금 두 사람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겨루게 될 가능성이 큰 경쟁 캠프에 각각 몸담은 처지”라면서 “그런 마당에 정 공보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과 관련된 의혹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그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 위원의 전화가 ‘부적절’하다면서도 “해석의 여지는 있다”며 ‘우정’을 강조한 정 위원의 해명을 부각했다. 이어 사설은 “시중의 뜬 소문으로 상대방 후보에게 ‘협박’이라는 빌미를 제공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며 “새누리당도 정 위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런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갑자기 “안교수도 답답하다”면서 “아무리 허무맹랑한 얘기라 하더라도, 안 교수 본인이 나와 분명히 ‘아니다’고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는 다소 쌩뚱맞은 주장을 내놨다. 그러더니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 의혹에 대해서는 안 교수 측도 ‘이런 주장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최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공세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현재로선 어느 쪽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리기 어렵다”면서 “금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 “정 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인지, 아니면 새누리당 지도부와 관련이 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금 변호사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언론을 통해 동시 취재가 이뤄지는 것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터무니없다”면서 “보도 내용들이 안 교수에게 아프고 불리하다고 해서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떤 음모가 개입된 양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또 “안 교수가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고 검증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끝>
 

 


2012년 9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