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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왜곡·호도하는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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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주주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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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촛불집회 변질론’을 펴며 촛불 끄기에 발 벗고 나섰다.
조중동은 지난 5월에도 ‘촛불집회 변질론’을 들고 나온바 있다.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확산되었을 때다. 당시 조중동은 거리시위의 ‘폭력성’, ‘불법성’을 부각하면서 ‘촛불집회 변질론’을 폈으나 여론의 거센 역풍만 맞았다.
이번에는 촛불집회의 의제가 광우병 외에 의료, 공기업 민영화, 교육, 대운하, 공영방송 등으로 확장된 것을 두고 ‘촛불집회가 변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중동, “촛불집회 변질 됐다” 한목소리

17일 조중동은 일제히 ‘촛불집회가 변질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색깔 변한 ‘촛불’…논쟁 불붙어>(조선일보 8면),
<“순수한 촛불집회, 정치투쟁으로 변질시켜”>(중앙일보 10면)
<‘광우병 시위’ 광우병은 뒷전> (동아일보 12면)

이어 18일과 19일에는 촛불집회가 ‘변질’되어 시민 참여가 줄어들었다는 데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나왔다.

<수백명 촛불집회…시민참여 급감>(18일 조선일보 8면)
<이슈 바꿔가며 사람 끌어 모으겠다는 촛불 시위>(18일 조선일보 사설)
<구호 바뀐 촛불시위…참가자 규모 감소세>(18일 중앙일보 8면)
<‘촛불’ 줄었지만 서울 곳곳서 산발 시위>(18일 동아일보 8면)
<정치이슈 촛불집회 참여 미지근>(19일 동아일보 10면)

조중동은 광우병 대책회의가 ‘촛불의제’를 확장했기 때문에 ‘순수했던 촛불이 변질됐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부터 대운하, 교육,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제기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0교시 수업하면서, 급식으로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달라’는 촌철살인의 정부 비판이 나왔고, 의료 민영화, 수돗물 민영화 등을 우려하는 주장은 촛불집회의 단골 발언이었다.
또 ‘공영방송 의제’는 정부의 KBS ‘특별감사’와 ‘정사장 사퇴 압박’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공영방송을 지키자’며 촛불을 들고 나섬으로써 확산된 것이다.

조중동이 ‘촛불의제 확장 때문에 시민참여가 급감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도 부당하다. 16일부터 많은 시민들이 KBS와 코엑스, 한나라당사 앞에서도 촛불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40일이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렸던 촛불문화제 기간 동안 최근 보다 더 적은 수의 시민이 참여한 날도 많았다.


조선일보, 이명박 정부에게 ‘민주주의 요구’부터 하라

한편 조선일보는 ‘촛불집회 변질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19일 조선일보는 <죽어버린 법치, 이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촛불집회로 법치가 무너졌다’며 시민들에게 촛불집회를 멈추라고 구슬렀다.

이 사설은 사회문제를 ‘인격적 차원’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해 본질을 흐리는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다. 사설은 “요즘 거리에서 매일 밤을 새우고 있는 서울경찰청 제3기동대장”의 인터뷰로 시작해 시위대로부터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매맞는 경찰’들의 비애와 고충을 집중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무기력하고 측은한 집단으로 묘사된 반면 시위대는 무례하고 무도(無道)한 집단으로 묘사되었다. “지쳐 앉아 쉬는 경찰관의 머리를 지나가던 사람이 무턱대로 때린다”, “촛불시위에 나온 중학생이 경찰관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며 ‘야, 이 거지 놈아’라고 놀린다”, “법치가 사라진 땅은 늑대들과 이리떼들의 싸움터다” 등등 극단적인 상황과 선정적인 표현이 동원됐다.

조선일보는 ‘법치가 무너진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뒤,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이제는 이 시민들이 법을 세우러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법치주의’는 민주사회의 중요한 운영 원리다. 법치가 무너지면 시민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치주의’를 내세워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물타기해서는 안된다. 조중동의 주장처럼 시민들의 거리시위는 집시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조중동이 아무리 ‘불법시위’를 비난해도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국민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원리가 집시법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40여일 동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귀를 막고 여론은 통제하며 ‘꼼수’를 써서 위기를 넘겨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 조선일보가 국민들을 향해 ‘법치를 세우라’고 촉구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이명박 정부에게 ‘민주주의를 세우라’고 요구하기 것이다.

조중동이 촛불을 끄고 싶다면 이명박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쇠고기 재협상을 실시하고, 무분별한 민영화 정책과 공영방송 장악시도, 그리고 대운하를 깨끗하게 포기하라고.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온갖 꼼수를 써서 각 분야의 문제들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촛불의 정치’는 비록 의제와 규모는 달라질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집권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중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촛불집회’를 틈타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처럼 악의적인 왜곡을 퍼붓지만 우리는 국민이 일상적으로 촛불을 들어야 하는 고달픈 삶을 살기 바라지 않는다. 조중동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명박 정부가 더 이상 국민을 거리로 내몰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6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