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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매도한 <동아> 사설에 대한 논평(2008.6.18)
등록 2013.09.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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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또 잘못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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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일) 동아일보가 <언론을 아군-적군으로 가르고 날뛰는 좌파운동권>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토록 품위 없는 제목을 붙인 것을 보니 동아일보가 몹시 흥분한 모양이다. 사설 내용도 제목 못지않게 품위가 없다. 동아일보는 우리를 “날뛰는 좌파운동권”의 대표적 단체로 지목하면서 온갖 비난을 퍼부었지만, 솔직히 우리는 이런 천박한 사설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악의적인 사설로 우리 단체 회원들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맞서 싸우고 있는 네티즌과 시민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짧게 논평한다.

첫째, 동아일보는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보기 바란다.
동아일보는 “좌파운동세력”이 조중동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말살하려고 덤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은 ‘좌파운동권’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조중동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스티커를 붙이는 ‘이벤트성 항의’만으로 조중동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조중동 광고주 항의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운동은 그동안 어떤 ‘좌파운동권’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수준의 언론 소비자 운동이다. 우리가 이런 성숙한 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영광’이지만 이름 없이 운동하는 시민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일이다.

둘째, 동아일보는 아무에게나 ‘폭력’, ‘야만’, ‘좌파’의 딱지를 붙이는 못된 습관을 빨리 버려야 한다.
동아일보는 16일 저녁 시민들이 조중동 건물 앞에서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스티커를 붙인 것을 두고 “야만적 파괴본성을 드러낸 반달리즘의 행패”라고 비난했다. 또 시민들이 KBS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 좌파세력에게 세 신문은 말살시켜야 할 적군이고, KBS의 정 사장과 일부 군소신문은 서로 살갑게 보살펴야 할 아군”이라고 매도했다.
동아일보 건물에 붙은 시민들의 항의 스티커를 떼어내는 일이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들이 왜 조중동 건물에 ‘조중동 폐간’ 스티커를 붙였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스티커를 붙인 것 외에 유리창 한 장 훼손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야만적 파괴본성”, “반달리즘” 운운하며 매도하는 것을 보니 혹시 동아일보가 ‘반달리즘’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을 “좌파세력”으로 낙인찍는 어리석은 행태를 보면서 아직도 동아일보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쓰럽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겠는가? 시민단체들에게 써먹었던 ‘좌파세력’ 낙인찍기를 시민들에게 휘둘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셋째, 동아일보는 제발 논리적인 글쓰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오늘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좌파집단의 불법시위와 폭력으로 신문사가 테러를 당하는데도 공권력이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언론과 법치가 처한 현실”이라고 한탄하더니 갑자기 우리 단체 대표들의 이름을 죽 거론했다.
“민언련 공동대표는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이다. 편협한 극좌적 언론관과 폭력적 방법으로 자유언론을 위협하는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은 사람들이 대학생들에게 어떤 사상과 논리체계를 가르칠지, 그 학생들이 고스란히 물들까봐 걱정이다. 진보연대의 일원인 범민련은 대법원이 이적(利敵)단체라는 확정판결을 내린 단체이니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단체 대표들이 ‘극좌적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매도하고 싶었던 듯한데, 객관적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주장해주기 바란다.
또 이 문단 다음에 갑자기 “이들은 촛불집회를 마치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사에 몰려다니며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며…”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전체 맥락에서 보면 문장의 주어인 대명사 “이들”은 시위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문단과 문단 사이에 민언련 대표들을 비난하는 문단을 억지로 끼워넣었는지, “이들”이 가리키는 사람이 시위대인지, 민언련 대표들인지, 아니면 범민련인지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아무리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더라도 최소한의 논리적 전개에는 좀 신경써주기 바란다. 비논리적인 글에 반론을 펴기가 너무 힘들다.

동아일보는 사설 마지막에 “본보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본질을 짓밟는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론자유를 수호할 것임을 다짐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에 눈감고, 나아가 KBS 장악 시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동아일보가 이런 말을 태연하게 하고 있으니 보는 우리가 부끄럽고 민망하다.
이명박 정부는 걸핏하면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고, 방송사와 언론유관 단체에 ‘낙하산 부대’를 투입하는가 하면,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등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언론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왜곡보도 하지말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부터 한번 제대로 비판해보라. <끝>

 

2008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