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월 31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08.11.1)
등록 2013.09.24 15:30
조회 399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10월 31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KBS, 이제 ‘공정택 비판’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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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BS, 국제중 설립 허가 ‘진통’ 제대로 보도 안해

 

31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대원중과 영훈중을 국제중학교로 지정고시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지난 15일 “국제중 설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고, 준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제중 설립을 무기한 보류했다. 그러나 교육위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서울시 교육청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꿔 국제중 추진을 강행했고, 불과 보름만에 교육위가 국제중 설립을 허가했다.
방송3사는 국제중 설립 허가를 주요하게 보도했으나 보도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KBS와 SBS는 국제중 설립 허과 과정의 문제점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KBS는 국제중 설립 허가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해 ‘선발 방식으로 인한 사교육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그쳤다.
SBS는 국제중에 대한 반대여론, 입학전형, 공정택 교육감 책임론 등 문제점을 거론했으나 구체적 설명이나 분석이 없이 나열하는데 그쳤다.
MBC는 국제중 허가 과정의 문제점을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소상하게 전했으며, 지병을 이유로 국감에도 나오지 않은 공교육감이 교육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MBC 역시 국제중 설립에 따른 교육평등권 침해, 사교육 심화, 영훈중과 대원중의 준비상태 등 제기되는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지는 못했다.

KBS는 <국제중 내년 개교>(최영윤 기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오늘 서울 대원중과 영훈중을 국제중학교로 지정 고시했다”며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오늘 새벽 진통 끝에 국제중 동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을 뿐 ‘진통’의 구체적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는 “아직 학생 선발 방식을 확정짓는 절차가 남아 있다”며 “현재 3단계 선발 방식 가운데 2단계의 개별면접이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개별 면접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사교육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도 사교육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이런 우려 때문에 교육청도 전형과정에서 면접을 없애려고 했지만 학교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파행적인 국제중 설립 허가와 그에 따른 사교육 경쟁 심화를 ‘면접방식’에 따른 문제로 축소시키고, 그 책임은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듯한 보도태도였다.
그러면서 “국제중 반대 단체들이 다음 주 초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는 등 반대 여론이 여전한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SBS는 <갈등 속 3월 개교>(우상욱 기자)에서 “14명 가운데 2명이 퇴장하는 진통 끝에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10명의 찬성으로 서울 국제중 설립안을 가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중 설립에 따른 문제점으로 반대여론과 입학전형 논란, 공정택 교육감의 입장 바꾸기 행태 등을 언급했다.
보도는 우선, “반대 여론도 여전하다”며 “의무교육과정에서 중학생들에게 차별이 일어나는 문제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제중에 반대해 온 민변 등과 함께 헌법소원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전교조 대변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또 “다음달 6일 국제중 입학 전형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이를 둘러싼 논란도 간단치 않을 전망”이라며 “로또식 추첨이니까 교육적으로 재수있어서 붙었고 재수없어서 안 붙었다 하는 것은 문제”라는 교총회장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특히 국제중 설립안 통과 과정에 극심한 혼란이 초래된 데 대한 공정택 교육감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며 “공정택 교육감이 저와 보류를 약속해놓고서 그 이틀날 헌 신짝 내버리듯이 약속을 번복했다”는 최홍이 교육위원의 인터뷰를 싣고, “서울 국제중은 여전히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MBC는 파행적인 국제중 설립 허가 과정을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비교적 소상하게 전했다.
<국제중 2곳 확정>(박선하 기자)은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국제중 설립 허가 소식을 전한 후 “14명 위원가운데 10명이 찬성했고 1명은 반대, 1명은 기권, 그리고 2명의 위원은 항의의 표시로 퇴장”했다고 결정 과정의 진통을 전했다. 이어 퇴장한 최홍이 교육위원의 “보완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재탕이었고 그 정도로 보완이라면 그 이튿날 다시 했어도 됩니다”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또 “혈당이 높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국정감사에도 출석하지 않았던 공정택 교육감이 표결을 앞두고는 퇴원해 교육위원들을 일일이 만난 뒤 다시 입원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라고 꼬집었다.
보도는 교육단체들이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 기회의 균등. 그 부모의 경제 능력에 의해서 차별받지 말아야 하는 것을 위배했기 때문에 그것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라는 참교육 학부모회 회장 인터뷰를 싣고 “우여곡절 끝에 내년 3월 국제중 두 곳이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2. SBS, ‘수도권 규제완화’ 비판도 ‘정쟁’으로 몰아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후 지방공단 입주를 보류하는 기업들도 나타나면서 지역공동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30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힘을 실었던 SBS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비판 목소리를 ‘정쟁’과 ‘갈등’으로 몰아갔다.

SBS의 <규제완화 충돌>(남승모 기자)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번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어 충돌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제목과 앵커멘트부터 “충돌”로 표현하며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를 정치권의 갈등과 정쟁으로 몰아간 것이다.
보도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긴급 의원 총회를 소집해 총력 저지를 결의했다”, “민주당도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이 다시 수도권으로 역류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야당의 비판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진화에 나섰다”며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지방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발표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는 “13개 비수도권 시도지사와 국회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균형 발전협의체도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계획하고 있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드러난 현상만을 나열했다.

MBC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지역 공단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취재했다.
<지방 초비상>(신미이 기자)은 “올 상반기 입주 신청을 했던 경기도 성남의 한 전기장비 생산업체는 수도권 규제 완화 소식을 접하고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굳이 옮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라며 입주 보류가 늘고 있는 대전 대덕특구와 서산산업단지 등 지방산업단지를 취재했다. 이어 “오히려 지방에 있는 기업이 역류되가지고 그런 현상이 굉장히 우려된다”는 대구 상공회의소 이인중 회장의 인터뷰를 싣고 “충청북도가 증평 제2산업단지 조성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자치단체마다 비상이 걸렸다”고 지방 상황을 전했다. 보도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오늘도 정부의 방침을 거듭 비판하면서, 국회를 통해 비수도권 발전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을 공동 추진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며 전했다.

3. KBS ‘막말 정치’ 보도, 본질 비켜가며 정치냉소 부추겨

KBS는 <심층취재-막말에 ‘정치’ 실종>에서 ‘정치권 막말’을 다뤘다. 그러나 ‘막말’의 현상만을 문제 삼는 데 그치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었다. 특히, 유인촌 장관의 욕설은 그 대상이 정치인이 아니라 ‘엉뚱한’ 기자들을 상대로 한 것으로,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정치권 막말’로 뭉뚱그렸다.

KBS <심층취재-막말에 ‘정치’ 실종>(엄경철 기자)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과 장관 사이에 오간 막말 파문은 우리 정치 수준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막말로 어떻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할까요?”라는 앵커멘트로 시작됐다.
보도는 “그날 발언의 의도는 경제 위기의 책임자를 지목한다는 것이었다”며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이른바 ‘졸개’발언을 다시 보여준 뒤, 유인촌 장관의 욕설발언을 보여주고 “‘졸개’라는 표현으로 발언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막말 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 차원의 더 큰 싸움으로 확산됐다”며 유장관 욕설파문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을 나열했다.
또 “‘졸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듯, 거친 발언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지난 8일 국감장에서 서울시 오세훈 시장과 뉴타운 공약을 내놓았던 한나라당 의원을 비판한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보도는 “주로 대통령을 겨냥한 이런 막말 정치는, 지난 정권에서도 그랬다”며 “연극이지만 풍자가 도를 넘어,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격렬한 반발과 대립을 불러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던 한나라당의 연극을 거론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고,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연설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막말 정치인을 징계할 제도적 장치는 국회 윤리특위”지만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정치권이 스스로 먼저, 말부터 다스리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설 곳이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고 비판하는데 그쳤다. <끝>



2008년 11월 1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