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PD수첩」, KBS 「추적 60분」 ‘경부운하 관련 방영분’에 대한 논평(2008.2.19)
등록 2013.09.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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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추적 60분」‘경부운하 정책’ 실증적 검증노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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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가 대표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경부운하 건설 사업에 대한 실증적 검증 노력을 보여주며 운하사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12일 MBC <PD수첩> ‘심층취재-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임경식 PD)와 13일 KBS <추적 60분>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유종훈 PD)가 그것이다.


KBS <추적 60분>, 경부운하건설 예정 지역 곳곳 탐사 통해 실증적 검증
<추적 60분>은 경부 운하 구간 540km의 물길을 보트를 타고 직접 탐사했고, 여기에는 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측이 추천한 전문가들과 이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운하 정책에 대한 실증적인 검증을 시도했다. 이번 물길 탐사로 이명박 정부 측이 제시한 경부운하에 대한 황금 청사진이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진단해 냈다.
경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물길로 김포대교에서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다. 물길은 주로 높이 11m의 5톤짜리 바지선이 물류수송을 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제작진이 소형보트를 통해 이동하기에도 구간마다 문제가 많았다. 추위로 인한 결빙구역들이 곳곳에 나타났으며, 바지선이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인 물의 깊이나 다리 교량의 높이 등이 부적합한 곳이 많았다. 수심 1m도 되지 않는 곳이 많았고, 8m 높이의 한강 잠수교는 다시 공사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 측 인사는 “얕은 곳은 파면되고, 교량은 높이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운하로 인한 홍수피해와 상수원 오염문제도 함께 짚었다. 하지만 찬성 측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는 식의 주장과 홍수 피해에 대해서도 강바닥을 굴착하면 홍수 피해가 낮아진다는 빈약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제작진은 폐광으로 인한 지반 붕괴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내놓았다. 경부 대운하 건설 공사 중 가장 큰 공사인 한강에서 끊어진 물길을 낙동강으로 잇기 위해서는 소백산맥을 비롯해 높은 산들이 자리하는 문경새재를 뚫어야 한다. 찬성 측은 문경세재를 활용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장했지만,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에 인공미를 가하는 문제와 폐광으로 인한 지반 붕괴 위험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물길탐사는 환경문제에 대한 찬성론자들의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운하 예정지역 투기열풍 문제도 예측
졸속적인 추진과 운하 예정지역의 투기열풍 우려도 잘 지적했다. 인수위원회의 추천으로 참여한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 측 인사는 제작진에게 ‘경부 운하 사업계획’ 설계 도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터미널과 같은 기본 시설 부지는 물론, 수상레포츠 시설과 같은 지역 개발 내용까지 상세하게 나타나 있었다. 국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과 달리 이미 많은 부분이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물길에 따라 들어설 건설 부지들은 이미 지난 해 여름부터 외지인들의 부동산 구입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진이 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된 토지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해 10월부터 토지거래가 증가했고, 외지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전체 거래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부동산 업계가 투기 단속에 대비해 미등기전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외지인들의 실제 부동산 구입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명박 당선인 측 주장과 다른 운하 사업의 실체 드러내
이명박 당선인 측이 내세운 운하 사업의 목표가 빠른 물류수송과 관광자원 확보 등이었다면, 실체는 이와 다르다는 것도 보여줬다. 제작진은 국내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부운하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운하주변 지역의 개발수입이나 터미널 등 관련시설의 ‘개발 운영 수입’ 때문이라고 밝힌 응답이 83%로 나타났다. 물류수입만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냐를 묻는 질문에 91%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경부운하 건설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는 80%가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운하주변 개발이나 터미널 운영 등 부대수입이 실제 건설사들의 목표인 것이다. 운하의 설립 목적과 진행 방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또한 제작진은 이미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2개의 컨소시엄이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고 밝혀내 운하사업이 진행 중에 있음을 경각시켰다.


<PD수첩>, 경부운하의 모델 독일 MD운하 탐방으로 운하 정책 심층 검증
12일 방영한 <PD수첩> ‘심층취재-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는 이명박 당선인이 벤치마킹한 독일의 MD(마인-도나우)운하 탐방을 통해 이 당선자 측이 내세우는 경부 운하 건설의 장밋빛 허상들을 명쾌하게 꼬집었다. 특히 물류운송과 관광효과 등 운하의 경제적 효용성 측면을 꼼꼼히 짚어줘 시청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제작진은 이 당선인이 독일 방문 시 경부운하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던 뉘른베르그 지방수로국부장인 슈테파니 텝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당선인 측이 내놓은 물류수송시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당선인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채 4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독일 MD운하는 만 31년 만에야 완공됐다.
당선인 측이 제시한 ‘운송시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유우익(이 당선인 측) 실장은 총길이가 약 540km, 갑문 약 19개로 예상되는 경부운하의 운송시간이 “3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경부운하 홍보자료에 의하면 평균시속 25km로 물류가 수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MD운하의 경우 총길이 171km에 16개의 갑문을 통과하는데 평균 36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 MD운하에서 물류를 운반하는 브리조호에 직접 탑승해 시속 25km의 빠른 물류수송은 터무니없는 소리임을 보여줬다. 또 빠른 속도를 낼 경우 운하가 파손될 위험이 있으며, 갑문 통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더욱이 속도가 두 배 이상 높아질 경우 기름 량이 세 배 이상 소비되기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이기도 곤란했다. 결국 속도를 핵심으로 하는 운하가 기대를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당선인 측은 운하를 ‘레인보우 관광벨트’로 지정해 ‘관광운하’로서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년 이내에 4가구 당 1대 꼴로 요트가 보급되고, 10박 11일의 관광문화가 정착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MD운하 건설 당시부터 유람선을 운항해 온 유람선 선주 폽 씨는 “결빙 등을 이유로 동절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을뿐더러, 5월부터 9월까지의 단 5개월 동안에만 운행을 한다”고 했다. 그나마 “운행객도 거의 없다”며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편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전한 메시지는 간단했다. ‘운하 건설이 과연 우리나라에 필요한가’이다. 또 운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지형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상식과 경부운하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운하가 이미 회의적인 산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짚어준 것이다.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운하사업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던진 MBC <PD수첩>과 KBS <추적 60분>의 탐사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우리 단체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졸속적인 경부운하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의 여론과 언론의 실질적인 검증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길 촉구한다.<끝>

 


2008년 2월 1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