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EBS 봄개편과 인사개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8.2.1)
등록 2013.09.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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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사회교육 기능 포기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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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봄개편안과 인사조치가 우려스럽다. 이번 개편과 인사 조치를 살펴보면 EBS는 자신의 사회 교육적 의무를 모두 내팽개친 것으로 보인다.
EBS는 이번 개편안에서 해외 판매를 목표로 한 대형 다큐멘터리 등에 제작비를 집중 투여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대형기획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에 있으며, 세계 각국의 문명유적지를 여행하는 다큐멘터리, 과학교육 다큐멘터리 등을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사회 지도층의 성공스토리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교양프로그램은 축소하는 방향이다. 먼저 시사저널 사태를 다뤄 방송이 연기되는 등 논란이 있었던 <다큐-여자>가 폐지될 예정이다. 또 퀴즈를 통해 남북 간의 차이를 줄여가는 교양프로그램 <코리아 코리아>의 담당 PD를 다른 프로그램까지 동시에 제작하게 하는 인사 조치를 취했다. 게다가 교양프로그램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지식채널e>의 담당 PD 두 명을 한 명으로 줄였다. <지식채널e>는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다각도로 접근해 시청자에게 시사와 교양 영역에서 창의와 혁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체감하도록 해온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EBS는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극장과 지상파 TV로 볼 수 있게 했던 EBS 국제다큐멘터리축제(EIDF) 담당 PD를 타 제작부서로 발령 내고, 사실상 EIDF 규모의 대폭 축소를 시사하고 있다. 이는 많은 시청자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던 교양프로그램을 키워나가기는커녕 오히려 그 역할을 축소하는 인사 조치로 보인다.
EBS는 지난 해 봄 개편에서 <미디어바로보기>, <똘레랑스>를 폐지했고, 가을 개편에서 <시대의 초상>, <세상에 말 걸다>를 폐지했다. 이렇게 사회비평 프로그램을 폐지한 데 이어 의미있는 교양프로그램마저 축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교육에 대한 EBS의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또한 돈 되는 프로그램만 제작하겠다는 공영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시장논리를 앞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EBS의 이 같은 모습이 구관서 사장의 소신인지, 우편향적인 새 집권세력에 대한 눈치보기의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관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방송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EBS의 존재가치를 확고히 하기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EBS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며 “EBS의 전문영역은 ‘교육 분야’”라고 강조했다. 또 “시청률과 서비스 이용률 또한 현저한 상승이 있어야만 한다”며 “콘텐츠의 실용성과 경쟁력의 극대화”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구관서 사장이 집중하겠다는 교육 분야가 민주시민교육, 문화교육, 평생교육, 학교교육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개편안과 그동안의 개편과정을 지켜보면 사회 교육적 측면을 포기하고 겉으로는 실용과 경쟁을 내걸면서 속으로는 내신과 수능의 보조기관으로 스스로를 자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취임 당시 교육 관료가 방송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는 것인가 라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는 EBS가 이와 같은 개편을 하는 것이 그동안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공영방송의 사회비평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비난하며 ‘언론 길들이기’를 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EBS가 작년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회비평 프로그램을 폐지하더니, 이제는 교양프로그램까지 축소한 배경이 이와 같은 정치세력의 계속된 공격에 위축된 것이라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과 EBS 측은 시청자들이 EBS를 학습전문 방송이 아닌 사회 교육적 차원의 역할을 담보하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우리 단체는 경쟁력 있고 수준 높은 교육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EBS가 스스로 자기 역할을 축소하고 수능교재 판매와 그 수익에 안주할 경우, 교육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EBS는 시청자들이 EBS를 보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교육의 중요성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BS가 학교 교육의 보완재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화적인 소양을 채워줄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사회비평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하고, 교양프로그램과 국제다큐멘터리축의 축소방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08년 2월 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