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9월 2일 방송 MBC <시사매거진 2580> ‘추적! ‘바바리맨’’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9.6)
등록 2013.09.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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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취재방법으로 불쾌감만 남긴 ‘바바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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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 ‘추적! ‘바바리맨’’은 일명 ‘바바리맨’의 전라에 가까운 사진과 낯 뜨거운 자세를 담은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시청자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줬으며, 여성스텝을 이용한 부적절한 취재행태 등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소위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성도착증 환자들의 실태와 위험성을 고발하고, 경찰과 피해자의 인터뷰를 통해 경범죄 이상의 처벌이 힘들며 대다수 훈방처리되는 현실적 처벌의 난점을 다루었다. 또한 ‘바바리맨’이 성폭행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음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처벌기준을 높이고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시키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송은 대부분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에 더 많이 치중했으며, 이들의 발생원인, 구체적인 제도보완 모색이나 대처방안 등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은 부족했다.
특히 ‘바바리맨’ 사례로 나온 무려 20여 건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은 문제가 크다. 얼굴과 주요부위를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해도 성도착증 환자들이 변태적 행위를 하려고 옷을 벗는 장면과 전라의 사진을 길게는 약 5초 가량 방송했고, 같은 사진을 반복해서 편집했다. 방송은 선정적 영상을 방영하는 하단에 “이 보도는 청소년들에 대한 시청지도가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실었지만, 첫 경고 문구도 사진이 등장한 뒤 약 6초 정도가 지나서야 나왔다. “시청지도를 하라”는 경고문구를 담는다고 청소년과 시청하기 부적절한 선정적 방송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런 경고 문구를 넣으면서까지 선정적인 장면을 반복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홍수선 책임프로듀서는 9월 3일 헤럴드경제 기사에서 선정성 논란에 대해 “보기에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편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바리맨’의 민망하고 불쾌한 모습을 방송이 반복해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한 부분’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바바리맨’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함정취재’도 문제가 있다. 현재 ‘바바리맨’들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나 여성회원들과 2차 모임을 갖는 등 병폐가 심각하다. 이들의 전형적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은 여성 스텝을 사이버 카페에 가입시킨 후, 그녀를 통해 두 번의 ‘함정취재’를 벌였다. 그러나 여성 스텝을 이용한 이러한 취재방식은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바리맨’ 남성은 여성스텝을 만나자 그녀 앞에서 옷을 벗고 심지어 자신의 알몸을 봐줄 것까지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성적발언과 행위를 취했다. 이러한 취재 과정에서 여성스텝은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성적 위험이 농후한 환경에 여성을 이용해 접근했다는 점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방송 취재 중임을 밝히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려는 ‘바바리맨’을 자제시켰어야 할 제작진은 ‘자극적인 화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방송제작에 참여한 여성 스텝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방송은 ‘바바리맨’이 공원에 모인 주민들 앞에서 지퍼를 내리는 행위를 그대로 촬영했다. 이는 ‘바바리맨’들의 행위가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방송하면서, 정작 제작진 자신이 범죄행위를 방조한 것과 같다. ‘함정취재’에 응한 ‘바바리맨’이 자신의 행위가 방송에 나갈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기노출 등을 하고, 모자이크로 중요부분만 가려진 채 실제 방송된 것도 부적절하다. 그가 범죄행위를 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방송용 촬영과 방영까지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촬영인의 인격권을 무시한 행태이다.
무엇보다 이처럼 무리한 취재를 감행해서 방송이 얻은 것은 선정적인 대화내용뿐이었다. 방송에서는 사이버 카페를 취재한 목적이 “성도착증 환자들의 전형적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했으나, “흥분이 돼요? 사람들이 딱 보면?”, “보여줄 땐 기분이 어떤가요?”라는 선정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으며, 옷을 벗는 모습과 남성의 변태적 포즈, 전라의 사진 등 충격적 사례를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MBC <시사매거진 2580> ‘추적! ‘바바리맨’’은 대안과 해결책보다는 선정적인 사진과 영상이 난무한 ‘위험하고 불쾌한 방송’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방송 이후 해당 게시판에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보다 자극적인 장면만 가득했다면서 불쾌감을 표출하는 비판적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최근 케이블TV에서는 시사프로그램마저 선정적인 영상으로 시선을 잡으려는 행태가 많다. 우리 단체는 행여 공영방송인 MBC가 이러한 상업주의적 방송제작 행태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우리는 <시사매거진 2580>이 선정적 방송에 관한 공개적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기를 바라며, 책임을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방송사들이 사회병리현상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하더라도 취재윤리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취재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특히 방송이 여성을 이용해 성매매 및 성관련 범죄의 함정취재를 하는 행위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방송에서 ‘바바리맨’과 ‘발발이’ 등 부적절한 성범죄를 저지른 자를 희화화한 표현을 반복 사용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따라서 이참에 ‘바바리맨’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도 자제하기를 요청한다. <끝>

 


2007년 9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