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중동, 현대차 노조 쟁의결의 보도’관련 민언련 논평(2007.9.1)
등록 2013.09.04 18:35
조회 312

 

 

 

조·중·동, ‘노조고립 악의보도’ 중단하라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노조)는 지난 24일 ‘2007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협상(이하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2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노동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차노조는 31일 전 조합원 총파업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현대차 노사는 협상이 결렬되면 잔업과 특근을 중단하던 통상적인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생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휴일특근만 거부하였다. 따라서 현재 현대차는 잔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임단협 타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은 노조에 대한 적대적 시각에 사로잡혀, 악의적 노동보도의 전형적인 방법인 ‘노조에 대한 고립→분열→섬멸’ 수순의 첫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조·중·동, 파업은 시작도 않았는데 ‘노조고립’에 혈안


먼저 조·중·동은 파업이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노조에 대해 불리한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28일 2면 <울산 “현대차 파업말라” 한목소리>에서 울산시민들과 회사 측이 “올해만큼은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하자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행울협)이 당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울산시민의 파업 우려 목소리를 기사 전체의 1/3이 넘는 분량이나 할애했다. 이어 기사는 “임단협으로 또 다시 파업이 발생된다면 우리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함께 회복하기 힘든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윤여철 사장의 발언을 1/4이 넘는 양으로 다뤘다. 반면 정작 임단협 당사자인 노조의 목소리는 전혀 없었고, “회사 안에서도 조합원들의 ‘무분규’ 촉구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수 조합원의 의견을 실어 노동자의 분열만을 언급했다. 이 기사는 사측과 파업을 우려하는 시민, 파업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의 의견만을 확대 과장하여 노조를 고립시키고자 한 것이다.


중앙일보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일 28일 10면 <시민도 노조원도 “무분규” 목소리 높은데…/ 현대차 노조, 올해도 쟁의 결의>는 “노조 안팎의 파업 비판”이라는 소단락에서 “협상안이…타결안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이어서 놀랐다”등의 익명의 파업반대 목소리만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29일 14면 <“파업 마세요” 애타는 시민들> 역시 울산 시민들의 “파업 자제 호소”를 자세히 보도하며 “노조는 ‘마이 웨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노조를 독단적인 집단으로 그렸다.


동아일보는 28일 사설 <현대차 노조원들은 “파업 없이 가 보자”는데>에서 “현대차는 올해 들어 성과급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두 차례나 어처구니없는 파업을 했다. 현대차는 13년째 한 해도 파업을 건너뛴 적이 없다”며 임단협이 결렬된 이유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이 그동안의 파업 횟수를 들먹이며 ‘무조건 파업은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 사설은 “한국에서 전투적 노조의 잦은 파업은 기업 활동의 큰 장애요인”이라고 주장하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페테르 로랑 총장이 “한국은 노사갈등이 상당히 군사적”이며 “노사가 국내에 고착된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경쟁력을 위해 갈등을 해결해야 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실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노사갈등이 군사적이라는 것과 잦은 파업이 모두 노조만의 잘못일 리는 없다. 이 보도에서 총장의 발언을 한국의 노조만이 문제인 것처럼 방점 찍은 것은 노조에 대한 악의적 폄훼에 다름 아니다.


임금만이 노사협상의 전부인가


노동문제 보도의 기본은 갈등의 원인과 해결 과정에서의 적절성 등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보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노조의 협상결렬 이후 조·중·동은 결렬의 사유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30일 1면 하단 기사 <돌아가면서 노조 집행부 장악/ 10여 개 파벌 선명성 경쟁이 문제>에서 현대차 노동자가 “이미 업계 최고의 임금 수준인데다,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해 ‘돈봉투’만으로 파업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보도는 사측의 임금제시안을 파격적인 것으로 부각하고, 노조가 이처럼 파격적인 임금마저 수용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노조의 협상을 결렬시킨 핵심 원인인 ‘단체협약’ 주요 요구안에 대해서 사측이 대부분 ‘수용불가’ 입장을 취했다는 데 있음은 보도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기사는 노조의 요구안을 “업계에선 ‘파업을 위한 구실’로 삼기 위해 노조가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이번 요구를 집행부의 정치적 동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하며 ‘정략적 파업’으로 몰고갔다. 이러한 주장은 같은 날 사설 <현대차 노조의 황당한 파업 위협>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사설은 133개의 단협 요구 사안 중 일부인 해외 현지공장 관련 조항만을 확대 부각시켜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 “노조가 아예 경영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정상적인 단협안을 ‘황당요구’라고 비판한 황당한 기사


조선일보는 먼저 28일 사설 <현대차노조, 1년에 파업을 세 번이나 벌이겠다니>에서 ‘왜’ 협상이 결렬되었는가에 대한 언급 없이 노조에 대한 노골적 비난을 하면서, “노조는 당기순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라인별 생산차종, 생산물량은 노사 합의로 정하자는 황당한 요구를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30일 1면 머리기사로 <현대차 노조 ‘황당 요구’>라는 제목을 달아 “새 차 생산 장소·물량 노조와 합의해라, 일감 없으면 해외 공장 것 가져와라, 해외 공장 수출입도 우리 허락 받아라”는 노조의 요구가 ‘황당 요구’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 장영규 공보부장은 “새차 생산 장소와 물량을 노조와 합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가 공히 공감대를 형성된 것이며 노사 대표자가 합의를 해서 장소와 물량을 합의하게 되면, 일거리가 골고루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단체협상 초기에 사장도 이 요구에 대해 일정 부문 공감하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또한 “일감 없으면 해외 공장 것 가져와라”, “해외공장 수출입도 우리 허락받아라”라는 단협 요구안도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질 때,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안정을 위한 요구이며 당연한 생존권 요구에 가깝다.
특히 이와 같은 노조의 요구를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시각은 대부분 경총 등 사측의 입장일 뿐, 생산차종, 생산물량에 대한 조율은 통상적으로 노사 협의에 의거해 협의 사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판례도 근로조건과 직결된 부분은 노사교섭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정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를 가지고 “경영권 침해”라고 표현하면서 이를 몰상식하고 무례한 주장인양 하는 것은 공정한 보도태도가 아니다.


동아, 현대차노조의 북한 국수공장 지원까지 비판


동아일보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국수공장 설립과 연관지었다. 29일 <기자의 눈 / “올해 세 번째 파업한다니…” 기막힌 울산시민>에서는 “이웃인 울산 시민의 요구는 끝내 외면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북한 주민을 위해 거액을 쓰다니…”라며 정서적 반감을 유도하는 표현을 했다. 국수공장 건립 지원방안은 참석 대의원 326명 중 반대/기권 39명을 제외하고 90%에 가까운 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14면 <13년 연속파업 절차 밟는 현대차노조 / 北에 국수공장 건립추진 논란>에서도 국수공장 건립이 논란거리인 것처럼 제목을 달았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현대차 파업에 대해 차분한 보도를 취했다. 경향신문은 29일 12면 기사 <현대자동차 노조 “휴일특근 중단”/ 임단협 끝날 때까지…잔업은 계속키로>에서 노조의 파업진행 과정과 노­사간의 상황, 무분규로 사태해결을 바라는 울산 시민들의 반응을 담담하게 실었다. 한겨레는 같은 날 12면 기사 <현대차 ‘무쟁의 타결’ 힘들듯…노조 “새달 4일 파업”>에서 ‘무쟁의 타결’이 힘든 이유와 파업전개 방향에 대해 다뤘다.
한겨레는 31일 10면 <현대차, 노조에 교섭재개 요청>은 회사가 다음달 3일 교섭 재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노조가 교섭재개 여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교섭이 재개되면 파업 전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파업여부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노조는 이미 보수언론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했다. 파업이 있을 때마다 구체적 원인과 쟁점을 외면한 채 사측, 파업반대를 바라는 일부시민과의 대립구도를 형성해 노조를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는 보수언론의 행태는 노동자를 사각지대로 모는 협박과 폭력에 다름없다. 우리는 보수언론에게 ‘노동자의 편’에 서서 노사문제를 봐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관련 보도에서 독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해 달라는 것이다. <끝>

 


2007년 9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