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건희 회장 소환수사 연기’ 시사한 검찰, 언론의 침묵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6.21)
등록 2013.09.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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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의 ‘삼성·이건희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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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욱 중앙지검장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6월 20일자)에서 검찰의 이건희 회장 소환수사 연기 입장을 시사했다. 안 지검장은 수사 지연 배경에 대해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만큼 더 신중해도 나쁠 게 없다”, “일어난 사건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삼성이 가지는 무게, 이건희 회장이 가지는 무게가 일반 사건과는 좀 다르다”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이 회장을 소환 수사할 의지가 없음을 피력했다. 20일에는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공식 브리핑’에서 이러한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검찰, ‘법앞의 평등’은 이건희 회장에겐 예외인가


에버랜드 불법 CB발행사건은 2000년 법학교수 43인에 의한 고발 이후 최근 5월 29일 항소심 판결까지 무려 7년여가 걸렸다. 기소 이후에도 담당 검사와 재판부가 반복적으로 교체되고, 심리와 선고가 지연되는 등 사법부 내부의 혼란도 적잖았다. 최근 항소심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없지 않았으나,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 여부를 판단 대상에서 제외한 것 등은 문제로 지적됐었다. 이에 검찰은 “CB를 저가에 발행, 재용씨 등 4남매에게 넘긴 것은 주인이 바뀌는 일인데 머슴이나 마름(그룹 실무진)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 “언제든지 불러서 조사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가 준비돼 있고 예상질의서도 작성해뒀다”며 이 회장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었다. 그랬던 검찰이 말을 번복한 것이다.
더욱이 검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회장이 지난 15일 중남미로 출국하는 과정에서도 출국금지는 물론이고, 귀국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삼성 X파일 사건’시에도 국회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신병치료를 빌미로 5개월간 해외에서 머물어 X파일 폭풍을 비껴간 바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설마 삼성그룹 회장이 계속 안 들어오기야 하겠는가”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에버랜드 CB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인 수사를 벌여야 할 검찰이 “경제적인 사항, 복잡한 법률 쟁점”등을 거론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국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법적용에 있어 ‘법앞의 평등’의 예외 국민임을 검찰 스스로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보도·사회비판기능 모두 상실한 언론


21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제외한 조간신문들은 모두 침묵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해야 할 언론이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의 공식 브리핑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 회장 소환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성명이나, 검찰의 납득할 수 없는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 모두를 저버렸다.
조선일보는 21일 11면 <검찰 ‘이건희 회장 조사’연기 시사>에서 검찰 입장 변화에 대한 사실관계를 보도했다. 1면에 작은 박스로 실리는 ‘팔면봉’에서는 “에버랜드사건 대법 판결까지 이 회장 조사 안한다고, 2심 끝나면 한다더니….삼성이 세긴 세군.”이라며 검찰의 수사 지연 방침을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8면 <檢, “이건희 회장 조사 대법 판결 후 검토”>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검찰은…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가 나면 소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대법원 판결 후 소환’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일보후퇴’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라며 지적했다. 더불어 “최소한 대법원 판결 때까지 조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또 다시 소환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사안과 관련하여 20일자에 안영욱 중앙지검장 발언에 대해 단독 보도를 냈고, 21일 사설 <검찰은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가>에서 검찰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사설은 “유죄 사건에서 법리 논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의심되는 중요 관련자의 수사를 미루는 게 보통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드러난 큰 불법 사실을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다른 크고 작은 불법을 처벌할 때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안 검사장의 말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니라 변호인이 해야 어울린다”며 일침을 가했다.


한편 방송 3사는 종합뉴스에서 관련 사안을 한 꼭지도 다루지 않았다. 방송사는 국민의 공론장으로서 오히려 당일의 주요 이슈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그 이슈에 대한 전문적 의견과 일반의 여론을 환기할 의무가 있다. KBS, MBC, SBS가 침묵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방송 3사는 그 침묵에 대해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본연 잊지 말아야


검찰이 이 회장 소환을 미룬 것은 ‘삼성 봐주기’, ‘이건희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 역시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의 주요한 역할은 ‘사실보도’와 ‘사회 감시’이다. 그럼에도 ‘에버랜드 불법 CB의혹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검찰 수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다. 또한 언론이 재벌그룹의 잘못에 눈을 감는 것은 편파적인 재벌수사를 방조하여 법치국가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는 것과 불합리한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이 원하는 언론의 역할이며 의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끝>
 

 

2007년 6월 2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