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일부 대학의 내신 무력화 주장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6.20)
등록 2013.09.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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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혼란 부추기며, 정치공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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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보수신문들이 일부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조치’를 두둔하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연세대, 이화여대 등 일부 사립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내신 4등급까지를 만점 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학생부 반영비중을 높인 대학과 형평성 문제가 있는 만큼 이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에는 정부차원의 긴급 대학입시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어 ‘내신 실질반영률이 50%가 안되면 범정부차원 대학 재정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2등급까지 만점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반발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지난 해 5월에 2008년 입시에서 ‘내신 반영률을 50%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입시를 5개월여 앞두고 약속을 뒤집어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들은 일부 대학의 ‘내신 무력화 조치’를 ‘우수학생 선발 노력’이라고 옹호하며, 정부의 제재조치를 부당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제재조치에 대학들이 맞서지 않는 것을 비난하는 등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선일보, ‘폭력 교육부’, ‘포퓰리즘’ 운운 교육정책 신뢰 떨어뜨리는 데 앞장
조선일보는 ‘내신무력화’에 대한 정부의 제재조치를 ‘폭력배의 협박’, ‘대통령의 포퓰리즘’이라며 부당한 것으로 몰아가며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조선일보는 14일 사설 <대학 경쟁력 목 조이는 ‘폭력 교육부’>에서 교육부의 조치를 ‘폭력배의 협박’으로 폄훼하고 나섰다. 사설은 BK21 등 각종 정부지원 사업, 각종 규제 등을 언급하며 “이게 다 대학에 대한 폭력수단”이라며 “더 나은 인재를 뽑겠다는 대학들한테 다짜고짜 주먹부터 휘둘러대는 ‘폭력 교육부’를 이대로 둬선 대한민국 대학경쟁력, 교육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18일 사설 <이럴 바엔 대통령이 대학 입학처장까지 겸임하라>에서는 “고등학생들까지도 계급으로 찢어 소수에게 불이익을 줘 다수의 인기를 얻겠다는 ‘대통령 포퓰리즘 프로젝트’의 불쌍한 먹이가 돼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사설 <수험생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십니까>에서는 “내신 무력화는 고교등급제로 가는 길”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역주행”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 때문에 입시제도에 혼란이 온 것처럼 책임을 전가했다.


우수학생에게 불이익 돌아간다고 호도한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정부의 제재조치가 대학들이 우수인재를 뽑으려는 노력, 우수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처로 왜곡하며 입시정책을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4일 사설 <‘그놈의 입시 통제’ 때문에 속 타는 고 1,2,3>에서 “입시를 대학에 맡기면 다양한 선발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은 각자의 능력에 맞춰 입시를 준비하면 된다”며 “정부가 변별력이 떨어지는 내신 비중을 높일 것을 강요하면서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펴는 바람에 대학들이 규제를 피해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다보니 이런 혼란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이어 “국민 세금을 구시대적인 입시 통제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인재 양성이 곧 국력인 21세기를 맞아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입시를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사설 <‘공부 열심히 한 학생은 좋은 대학 갈 생각 말라’>에서는 정부 조치가 “권위주의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횡포”라며 더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또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무시하는 것은 더 열심히 공부해 성취도가 높은 수험생을 역차별 하는 정책”, “우수한 학생의 뒷덜미를 잡는 정부가 인재입국을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몰아갔다.
19일 사설 <수험생 잡는 임기 말 대통령의 대입 개입>에서는 “이번 개입은 수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나왔다”, “서울대의 4월 입시요강 발표 때는 별 말이 없던 교육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표변한 것도 한심하지만 수험생이 대비할 기간도 챙겨보지 않고 불쑥 개입한 대통령은 너무 즉흥적”이라며 마치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입시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촉발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대학입시 자율화 주장
중앙일보는 입시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일부 대학에 있다고 지적해 조선, 동아일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정부의 ‘대입규제’에 있기 때문에 입시정책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사설 <‘내신 혼란’ 해결책은 대입 자율뿐>에서 “대학들의 발상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사실”, “내신은 유명무실해지고, 공교육은 더욱 무력화될 것”이라면서도 “대학들만 탓할 수는 없다. 근본 원인은 교육부의 숨막힐 듯한 대입 규제에 있다”고 대학들의 주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16일 사설 <재정지원 칼로 대학 자율 위협 말라>에서도 일부 대학의 “얄팍한 처신”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학생들의 변별력을 의심하는 대학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온 정부 부처가 나서 으름장을 놓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 추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행정·재정적 제재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다고 원인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 입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사설 <내신 혼선에 속 썩는 고3학생들>에서는 정부의 책임을 보다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설은 “교육 문제를 정치 이념으로 옥죄려는 청와대와 무소신·무책임하게 따라가는 교육부가 만든 희생자들”이라며 “대입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우리 학생들과 교육이 산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일부 대학의 ‘이기주의’ 강도 높게 비판
한겨레신문은 14일 사설 <이른바 ‘주요’ 사립대, 대학인가 마피아인가>에서 “대학의 목표는 양질의 대학 교육을 통해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라며 “우수한 신입생을 독점하는 게 목표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잘 가르치는 건 외면한 채, 공교육을 파탄내는 짓이나 하는 건 이른바 주요 대학들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학들은 몇 해전부터 입학처장 모임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이제 정부에 맞서고 교육정책을 흔들 만큼 결속력이 강해지고 힘도 세졌나 보다”라며 “교육계에 마피아가 등장한 느낌”이라며 “그 앞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나 놓는 교육부가 작아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19일 사설 <공교육 죽이는 서울대라면, 국립일 필요 없다>에서 “문제의 심각성에서 보면 교육부의 감독 소홀은 서울대 이기주의에 미치지 못한다”며 “공교육 정상화 의지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사회적 배려에도 공교육이 파탄나건 말건, 교육정책이 왜곡되든 말든 우수학생 독점과 대학의 서열화에 매달린다면, 그런 학교는 국립일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 교육부 강도 높게 비판
경향신문은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14일 사설 <공교육 우롱하는 대학의 내신 무력화>에서 그동안 대학들이 “발표상으론 내신반영률이 40~50%라 해놓고 실제로는 2~12%(2007)를 반영해온 것”이라며 “아파트 건설업자들의 허위·과장광고를 연상시키는 얄팍한 수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설은 “정부가 이런 눈가림수를 묵인해온 탓에 대학들이 내신반영률을 일단 뻥튀기로 발표해놓고 나중에 무력화시킬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입시전형 요소를 최소 1년 전에 대학별로 확정 발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마련해 대학의 횡포에 따른 수험생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사설 <‘내신’혼란, 교육부의 일관성 결여가 문제다>에서도 “공교육 정상화와 평준화 보완책으로서의 수월성 교육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온 교육부의 무대책·무소신이 빚은 예고된 교육정책의 혼선”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 혼란을 야기한 일차적 책임은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대학이 내신의 실질반영률 낮추기, 수능우선선발제 등으로 입시정책을 흔들어 왔으나 교육부는 묵인해왔다. 이렇게 해놓고 뒤늦게 정부지원금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서니 영이 서겠는가? 이제라도 정부는 일관성 있는 태도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부동산 정책처럼 ‘정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이 이기적인 목적으로 교육정책마저 흔드는 현실도 참담하다. 지금 일부 대학들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고교등급제를 부활시켜 현 평준화체제를 깨겠다는 것이다. 학교 별로 ‘수준차이’가 있어 내신을 믿을 수 없으니 학교별 수준에 따라 내신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 이들 대학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이른바 ‘우수학생’을 선점해 대학의 서열화, 학벌사회를 공고히 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매우 이기적인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 국가백년대계를 함께 고민해야 할 고등교육기관들이 이런 이기적인 이유로 대다수 수험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 행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언론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은 합리적인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되레 혼란과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현 입시제도가 교육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유일한 ‘정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들은 제대로 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는커녕, 고교등급제 부활, 3불정책 폐지, 평준화 폐지 등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이 ‘우수학생’라고 평가하는 특목고생, 강남지역 학생 등을 제외한 대다수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부 대학의 이기적인 처사를 옹호하고 정부에 맞설 것을 부추기는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마저 저버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입시혼란을 부추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략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수구보수신문들은 교육문제를 망치는 파렴치한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말라. <끝>

 


2007년 6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