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FTA 4차협상 사흘째(25일)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6)
등록 2013.08.29 15:25
조회 261

 

 

 

미국의 일방적 요구, 무비판적으로 다루지 말라
 - 핵심 쟁점, 심층·구체 보도하고, 국익차원 전략 대응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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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차 협상 사흘째인 25일 공산품·농산물 등 핵심 분야 협상에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집해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섬유분과 협상에서는 미국 측이 ‘얀포워드’안을 고집하고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얀포워드(Yarn Forward)안은 원사(源絲)부터 한국산을 사용해야 그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관세를 인하해준다는 것으로, 재료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 완제품으로 가공한 한국 섬유 제품을 관세 인하 대상에서 빼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런 섬유 제품이 많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25일 KBS 보도 <‘서로 거부’ 힘겨루기>는 “섬유분야에서는 우리가 미국의 수정개방안을 거부해 오늘로 예정됐던 마지막 협상은 열리지도 못했다”며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쳐 시청자들에게 섬유 분야 협상의 문제점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SBS <섬유 협상 무산>은 섬유분과의 파행을 보도 초반에 다루었는데 “섬유 분야에서 수입제한조치 조건을 완화하라는 우리 측의 집요한 요구에 미국 측은 양보할 수 없다며 협상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긴급수입제한조치, 원산지 적용 등에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MBC <연내 타결 ‘흐림’>은 섬유 협상 파행이 “중국산 실을 사용해 한국에서 만든 옷도 한국제품으로 봐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파행 원인을 설명했다.


방송사들은 섬유 분야와 농산물, 자동차, 반덤핑 관세 부과요건 등 분야별 협상내용에 대해서도 한 꼭지로 묶어 보도하며 한미 양측이 서로의 개방수정안을 거부했다고 ‘중계’하는데 그쳤다.


MBC는 섬유분과 파행에 대해 우리 측이 농산물 개방안 축소로 대응했다고 보도했고, KBS와 SBS는 우리 측의 농산물 수정개방안을 소개하며 미국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SBS는 반덤핑, 상계 관세 부과요건을 개선해 달라는 한국 측의 요구에 미국이 난색을 표했고, 다만 무역구제에 관한 상설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미국 측이 공감한다고 밝혔음을 보도했다.


KBS는 공산품 개방 협상의 품목이 정리됐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미국이 여전히 개방 불가 입장이라고 전했다.
MBC는 자동차 협상에서 미국이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우리측의 반발을 보도했다. 또 전격적인 ‘빅딜’이 없다면 연내 타결은 힘들 것으로 전망하며 ‘협상이 잘 풀려가고 있다’는 전날의 보도내용을 바꾸었다.


한편, KBS와 SBS는 25일에도 FTA 반대시위를 단신으로 다뤘다. KBS <농기계 동원 시위>는 제주 농민들이 농사용 차량과 트렉터를 앞세워 시위를 벌인 것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삼보일배 시위를 보도했다. SBS <반대집회 가열>은 지역농민들을 포함한 시위대가 트랙터 등을 이용해 협상장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하며 ‘충돌’에 초점을 맞춰 짧게 전했다.


협상 사흘째 FTA 관련 방송보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협상과 관련해서는 양측의 입장을 단순전달하고, 시위와 관련해서는 ‘충돌’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FTA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또 스크린쿼터 원상복구 불가론, 디지털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 적용불가론, 미래 ‘최혜국 대우(MFN)’ 적용 등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태도다. 


지금까지의 4차협상 경과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의견차를 확인하는 정도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의도가 여러 분야에 걸쳐 드러나고 있다. 방송보도가 미국 측의 전략이나 의도, 한국 측의 수정 개방안 등 대응 내용을 분석하지 못하고 한미간 ‘의견차가 크다’는 사실만 전달해서는 곤란하다.
양측 입장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한미 양국의 의견차가 커서 더 이상 협상이 불가능하다면 ‘협상 체결을 위한 양보’가 아니라 ‘협상의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국민들이 협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판단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방송은 국민들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한미FTA 4차 협상이 마무리되는 이틀 간(26일, 27일),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심층 보도를 촉구한다. 협상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보도하고, 미국 측 요구에 대한 국익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주기 바란다. <끝>
 

 

2006년 10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