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포항 건설노동자의 포스코 점거 농성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
등록 2013.08.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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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겉핥기 보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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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 본사 현장에는 노동자와 경찰 간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평화적 사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포스코 역시 당사자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밝혀 강경진압에 따른 불상사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번에도 언론은 파업의 폐해를 부각시키고, 노조의 폭력성과 불법성에만 초점을 맞춘 ‘반노동적’ 편향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평균연령 50세의 건설노동자들이 이처럼 극한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언론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수구보수 신문들은 철저히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아가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더욱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의 보도 태도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방송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배제한 채 ‘극한대치’ 상황만을 중계식으로 나열하거나 피해규모만을 부각하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불법점거’, ‘피해규모’ 부각 
 특히 SBS가 심각했다.
 SBS는 18일 <뒤늦게 “엄정대처”>에서 “포스코 본사 건물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포항 건설 노조는 포스코로부터 하청받은 업체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소개하며 “이들 노조원들이 지난달 임금 15% 인상안 등을 놓고 하청 업체와 협상을 벌이다가,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구조적 문제해결,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 실시, 하루 8시간 노동 등 노조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임금 15% 인상안 ‘등’에 묻혀 희석되고 말았다.


 SBS는 이어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파업 기간동안 대체 인력을 투입해 노조 활동을 방해한다면서 직접 당사자도 아닌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한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성만을 부각시켰다.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이 점거농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음에도 노조의 불법점거만을 문제삼은 것이다. 합법적인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은 부당노동행위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역시 19일 “파업 중 대체인력 투입은 명백히 불법이므로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며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SBS는 오직 노조의 불법행위만 문제 삼으며 포스코 사측의 불법행위는 눈감아주는 편향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비록 ‘법적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원청 사업자’로서 이번 사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고 규정해 마치 노동자들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생떼’를 부리는 것처럼 몰았다.


 포스코 측 피해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았다. SBS는 14일 <이틀째 점거농성>에서 “자재 구매와 후생 관리 그리고 환경과 에너지 등 기본 업무가 큰 차질을 빚었다”며 “포스코는 제철소 운영에 당장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거가 장기화돼 제품 출고 업무가 중단될 경우 하루 130억 원 가량의 피해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일 <뒤늦게 “엄정대처”>에서도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하루 1백억 원씩 지금까지 2천억 원”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고 보도해 경제적 피해만을 애써 부각시켰다. 반면 SBS 보도 어디에서도 주당 70시간의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고, 반복되는 실업에 고통받으며 수십 년을 일하고도 포스코 정규직의 36%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일용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단순한 ‘입장 나열’식 보도, 시청자는 사태의 진실 알기 어려워
KBS는 ‘극한대립’에만 초점을 맞춘 채 노조, 포스코, 정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그쳤다.
KBS는 18일 <점거농성 엿새째>에서 “건설노조는 사측인 전문건설협회와 지난 4월부터 15차례 협상을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며 “임금 15% 인상과 토요일 유급휴무 인정, 재하청 금지, 외국인 근로자 고용 금지 등이 쟁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보도는 SBS에 비해 비교적 자세히 교섭과정과 쟁점에 대해 설명하긴 했지만, 단순 나열에 그쳐 정작 시청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설노조가 전문건설협회와 15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이고도 타협에 이르지 못한 배경에는 하청전문건설업체와 단체협상을 체결해도 발주처나 원청에 의해 무력화되는 사례가 빈번한 현실이 있다.
또 이런 이유로 하청업체는 원청회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원청업체는 이번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아니라며 또 다시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당사자인 포스코가 직접 나서야만 비로소 해결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임금 15%인상’도 평균연령 4~50대의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월 평균 180만원대에 불과한 현실과 함께 제시되었어야 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배제한 채 15%라는 적지 않은 인상률만을 제시할 경우 자칫 노동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유급휴무 인정’ 역시 이들이 일용직 노동자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적용된다. 주5일제는 이들에게 일주일 중 하루 더 무급으로 쉬라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임금이 더 낮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 설명 없이 노조의 요구사안을 단순하게 나열하는데 그친다면 절박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KBS는 이밖에 “포항제철은 법적으로 노조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어떤 권한이나 책임이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며 포스코 측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는가 하면,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제3의 업체를 점거해 농성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포항상공회의소 등의 주장을 전달하며 노동자들이 상식 밖의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진해산’만이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전하기도 했다.


 ‘대치상황 중계’식 보도
한편 MBC는 경찰과 노조의 대치상황만을 전하는 ‘겉핥기’ 보도만을 반복하고 있다. MBC는 14일<공권력 투입 임박>, 15일 <포스코, 경찰 투입..대치 >, 16일 <포항건설 노조-경찰 대립…전쟁터 방불>, 17일 <충돌..부상 속출/포스코>, 18일 <정부, 포스코 농성 자진해산 촉구> 등 거의 매일 관련 뉴스를 내보냈지만 정작 사태의 배경이 무엇이며, 쟁점은 무엇인지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갈등이슈가 발생했을 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대립현상에만 주목하는 방송의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대립현상’만을 부각하는 보도는 KBS와 SBS도 마찬가지다. KBS는 14일 <공권력 투입 검토>, 15일 <공권력 투입, 대치중>, 16일 <경찰,노조원 충돌 20여명 다쳐>, 19일 <노동계 집결...충돌>에서, SBS도 13일 <포스코 본사점거>, 14일 <이틀째 점거농성>, 15일 <공권력 투입-대치>, 16일 <이틀째 대치>로 이어진 보도에서 점거를 강행하는 노조와 강제해산시키려는 경찰 간의 대치상황, 포스코 농성 노동자에 대한 ‘연대투쟁’에 나선 노동자들과 경찰의 폭력사태를 중계식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평화적인 거리집회마저 원천봉쇄하고, 집회장에 난입해 폭력진압으로 집회를 막아 나선 경찰에 의해 한 명의 노동자가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사상태’에 빠지고, 임신한 여성까지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이런 사실은 방송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SBS의 경우는 1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포항 건설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포항으로 이동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은 사건을 전달하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비 피해까지 극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파업에 시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며 시민의 인터뷰를 빌어 “서민들을 살 수 있게 해놓고 본인들의 당당한 요구를 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시민불편을 강조함으로써 시민과 노동자를 분리하고 반목을 조성하는 우리 언론의 전형적인 파업보도 구태를 반복한 것이다.

 

 방송만은 파업보도 ‘구태’ 벗어야
 방송은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거나, 여론의 압력에 의해 노조가 자진해산 하는 것이 사건의 해결이라 전제하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 시기에 걸쳐 증명되어 왔고, 반복되는 파업의 한 원인으로서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 노동자를 몰아붙여 ‘굴복’을 얻어낸다면 당장의 사태는 ‘봉합’할 수 있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묵은 갈등은 언젠가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고, 그때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형태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정부와 사측에 의해, 그리고 언론에 의해 철저히 ‘입막힘’ 당한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더욱 극단적인 투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해 순이익만 5조 9천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재벌회사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 앞에서 방송기자, 아니 방송노동자들이 ‘불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폭력’만 부각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조중동 같은 신문들이야 ‘그러려니’ 하더라도 방송 노동자들만큼은 편향적인 파업보도의 구태를 끊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태의 본질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방송 노동자들이 변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 <끝>

 


2006년 7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