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 무역대표부의 한미FTA 관련 협상통보문'에 대한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8)
등록 2013.08.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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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치외법권' 요구까지 뭉개고 갈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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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진출한 미국투자자 등에게 미국법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압박이 거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포트먼 대표는 한미FTA 협상 출범을 발표한 지난 2월 2일 미 의회에 보낸 협상통보문에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기업 및 투자자에 미국법 적용 공기업의 공정경쟁을 위한 외국인 투자제한 및 독점사업권 철폐 무역·투자·경쟁 등 경제정책 관련 법 개정·제정시 미국과 사전 협의토록 하는 협정문 채택 원산지 우회방지 규정 등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미국 측의 요구는 한마디로 '횡포'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기업에 대해서는 '내국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관례적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일종의 '치외법권'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자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나라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법에 의해 처리하고 있어 불평등한 협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요구도 문제다. 최근 KT&G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권 위협으로 공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나 대응책 마련도 없이 우리가 지켜내야 할 공공 부문을 미국 자본에 그대로 내어 놓을 수는 없다. 여기에 경제정책 관련 법 개정·제정시 미국과 사전협의를 명문화 한 것도 무리한 요구다. 반면 미국은 '원산지 우회방지 규정'을 통해 중국 및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우리 제품의 수출에 대해서는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통보문에 대해 '미국의 협상대표가 협상의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통상협상 권한을 미국 의회가 갖고 있어 이번 협상통보문은 향후 협상을 진행할 미 무역대표부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 따라서 미국 협상대표부는 이 같은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펼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FTA협상은 그야말로 미국에게만 유리한 '불평등한 협상'이 될 우려가 크다.
그런데 이처럼 향후 한미FTA협상과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 공개되었음에도 방송3사의 보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는 이런 중대한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미국의 협상전략을 소개한 MBC 역시 겉핥기 수준에 그쳤다.


MBC는 6일 <험난한 협상예고>에서 미국 협상대표부가 의회에 제출한 협상통보문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미국이 협상통보문에서 "수입에 민감한 품목은 조정기를 둔다,대신 한국은 미국이 수출할 품목에는 비관세장벽을 없애라",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 안에서 미국 국내법 수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주요 요구조건을 그래픽을 이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미국의 협상통보문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미국측이 이런 강경 입장을 먼저 공개하면서 순탄치 않은 협상과정을 예고했다"고 평가하는데 그쳤다.
KBS는 6일 첫 꼭지 <6월5일 본협상>에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FTA 협상 개최일정을 합의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미국 협상대표부의 통보문 내용은 보도 말미에 "美 무역 대표부는 미국 상원에 보낸 통보문에서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입장벽 철폐뿐 아니라 한국의 공기업 독점 폐지, 경제정책 관련 법 개정의 협의 등 제도와 규범 전반에 걸쳐 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바로 이어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미국 무역 대표부가 협상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우리 정부가 여기에 구애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해, 미국이 내세운 협상통보문 내용의 심각성을 보도하지 않았다.
SBS '8시뉴스'는 본협상 개최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미국 협상대표부의 통보문 내용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 측의 협상전략에 대해 우리나라 협상대표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FTA협상이 타결만 되면 우리나라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 측의 협상 통보문을 보면 과연 한미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 정부는 한미FTA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스크린쿼터 축소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의약품에 대한 무역장벽까지 제거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왔다. 이렇게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우리 정부가 본 협상에서 미국의 부당한 공세를 제대로 막아낼지 우려가 앞선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미FTA 협상이 영화산업과 농업 등을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만큼 우리에게 이득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리고 이번 미국 측의 협상 통보문을 통해 이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미FTA협상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투명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방송의 역할도 크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 채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다 들어주게 된다. 그동안 방송3사의 한미FTA 보도는 정부 및 각계의 입장과 경제적 이해득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담은 정도였다. 이제라도 방송3사는 보다 철저하게 한미FTA의 본질과 이해득실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또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시청자들이 한미FTA가 우리경제에 어떤 이익이 있으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공영방송인 두 방송사마저 이런 국가적 의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다면 누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우리 경제의 파국을 막겠는가. 두 방송사는 이제라도 한미FTA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도해 주길 바란다. <끝>


 

2006년 3월 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