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성추행 관련 신문·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28)
등록 2013.08.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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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성추행' 물타기 보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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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해당 여기자에게 사과하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최 의원도 당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성폭력 살해사건이 발생했고, 여성재소자가 교도소 내에서 성추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범죄에 대한 대책마련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이 되레 술자리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식당 주인인 줄 알았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까지 한 것은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저급한 성의식과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최 의원의 당직 사퇴와 탈당, 한나라당의 국회 윤리위 제소 등으로 무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최 의원의 행동은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국회에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히 최 의원 개인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국회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한편, 국회 내 성범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간부 및 출입기자들의 부적절한 술자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은 '핑퐁식 주고받기'를 통해 주요 개혁 과제들을 농단해왔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의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제1야당과 동아일보가 어떤 이유로 만남을 가졌는지 더더욱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러한 언론과 정당 간의 부적절한 유착이야말로 언론의 올바른 여론형성 기능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이날 문제의 '간담회'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할 문제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주요하게 보도하며 최 의원의 성추행 사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부적절한 술자리를 제대로 지적한 언론은 소수에 그쳤으며, 특히 일부 신문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행태마저 보였다.


방송3사는 27일 이번 사건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KBS의 경우 다른 방송사에 비해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SBS는 국회윤리위원회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최 의원의 이중적인 행보를 지적했다. <여주인은 괜찮나>에서 SBS는 "윤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 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이날 열린 윤리위에서도 한나라당 주영성 의원 등의 술자리 폭언 혐의를 '심사시한이 끝났다'는 이유로 폐기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말따로 행동따로>에서는 최 의원이 그동안 가정폭력방지법에 기여하고 지역구 성폭력 상담소 이사장까지 맡아왔다는 행적을 소개하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우리 사회 지도층의 이중적 윤리의식을 다시 한 번 드러내보였다""고 비판했다.
MBC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각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으며, 성범죄 예방교육을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의 의견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식당주인은 괜찮나>에서 MBC는 '전자팔찌를 채우라'는 열리우리당의 주장, 의원사퇴 및 형사처벌까지 주장한 민주당과 민노당의 주장을 소개했다. <의원직 사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비판여론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고,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 및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반성폭력규약 제정 등을 촉구한 여성단체들의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KBS는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소극적인 보도행태를 보였다. KBS는 <여기자 성추행>에서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과 각 정당의 주장을 보도했으며, <의원직 사퇴 촉구>에서는 언론,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KBS는 보도 중에 인용한 인터뷰에서도 다른 방송사들과 차이를 보였다. MBC와 SBS는 의원직 사퇴와 형사책임을 요구하는 정당들의 주장을 직접 인용했으며, '식당주인인 줄 알았다'는 최 의원의 변명에 대해서도 각계의 비판발언을 실었다. 하지만 KBS는 "의원으로서 품위와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수준의 발언을 전하는데 그쳤으며, '식당주인' 운운한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신문들 역시 28일 사설 및 기사 등을 통해 최 의원의 성추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신문은 사안을 축소하거나 교묘한 물타기를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한 당사자인 동아일보는 6면 기사와 사설을 실었는데, 최연희 의원에 대한 각 정당의 비판을 부당한 '정치 쟁점화'인 것처럼 왜곡했다.
동아는 사설 <최연희 전 총장, 의원직 사퇴해야>에서 골프장 경비원 폭행, 술자리 폭언 등을 언급하며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최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사설 말미에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기도 또한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으며, 6면 <박대표 "국민지탄 받을 일…깊이 사과">에서도 기사 중간에 작은 제목을 "열린우리당, 정치 쟁점화 움직임"이라고 달아 성범죄를 저지른 최 의원에 대한 다른 정당의 비판을 한나라당에 대한 부당한 정치공세라도 되는 양 몰았다.
조선일보는 1면 하단의 2단 기사로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이번 사안을 최 의원 개인의 처신 문제 중심으로 보도하고, 정파를 떠나 대응해야 할 '성추행'이라는 의제를 여야의 정치공방 의제로 '물타기'하려 들었다.
조선은 5면 기사에서 당 안팎의 대응을 보도하며 정동영 의장이 조계종 총무원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행중인 한 의원'이 "한나라당 성추행 사건으로 우리당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하자, '한 스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면 곤란하다"고 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요건마저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내용을 굳이 끼워 넣어 여당이 이번 사건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점을 덧붙인 것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 등에서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의 부적절한 만남을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겸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술자리를 "노래 부르는 자리"로 표현했다. 나아가 부적절한 만남을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술 몇 잔 했다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될 자리가 아니었던 셈" 운운함으로써 '점잖은 자리'에서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최 의원의 처신만 비난하는 데 그쳤다.
사설 <나사풀린 한나라당 이젠 성추행까지>에서도 조선은 잘못을 저지른 최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등의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기보다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당의 허리띠가 이렇게 흘러내린 것이라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바로 그런 증상이 '만년 야당 증후군'이기 때문"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해이해진 정신 상태를 추스릴 것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2면 기사에서 <박대표 나서 대국민 사과>를 제목으로 뽑는 등 한나라당의 '사태수습'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중앙은 기사 첫머리에서부터 "성추행 파문으로 5.31 지방선거를 석 달여 앞두고 한나라당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박 대표는 회의 내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괴로워했다고 한다"는 등 성추행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위기상황을 맞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최 의원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회 윤리위의 운영 문제와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부적절한 술자리를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용인될 수 없는 의원의 성추행>에서 국회 윤리위의 '제 식구감싸기 행태'를 지적하며 한나라당을 향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단호하게 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겨레는 "정당의 고위 당직자들과 신문사 고위간부, 기자들이 고급 음식점에서 술마시고 노래 부르는 '상견례'는 국민의 눈에 건전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진정한 '비판언론'은 취재원과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최연희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에서 "성추행과는 별개로 한나라당 간부들이 특정 언론사 기자들과 밤늦게 술판을 벌이며 흥청망청 어울린 것도 문제"라며 "정치권과 언론의 관계가 아직도 이런 식이니 '정·언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경향은 한나라당의 잦은 술자리 추태를 언급하며 "최 의원의 징벌 여부와 상관없이 한나라당의 보다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국회 윤리위에도 '일벌백계' 차원의 단호한 조처를 촉구했다. 경향은 4면에 기사에서도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국회윤리특위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엄연한 성범죄이며 실정법 위반 행위로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기준을 세운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보다 엄격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도 '신권언유착'의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러나 조선, 동아 등 일부 신문은 이번 사태를 최 의원 한 사람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번 성추행 사건이 한나라당 전체로 불똥이 튀길 것을 우려해, 최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간의 부적절한 술자리와 이를 제안한 박근혜 대표, 여기에 참석한 동아일보 기자들의 잘못은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 의원과 한나라당에 대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엄격하게 따져 묻는 일을 부당한 정치공세 쯤으로 몰아가는 보도행태야 말로 정략적인 것이다.
방송보도 역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영방송인 KBS는 이번 사태의 문제를 명확하게 비판하지 않고 사실을 단순 전달하는 방식으로 슬쩍 비껴가는 모습을 보였다. MBC와 SBS는 '신권언유착'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거듭 방송3사에 촉구한다. 공정한 여론시장 형성을 위해서 방송이야말로 언론의 정도를 지키며 사안의 본질을 명확하게 지적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런 방송이 '단순 사실전달'에만 만족해서는 안된다. 방송이 보다 책임 있는 보도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끝>

 


2006년 2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