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의 금산법 개정안 통과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25)
등록 2013.08.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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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최소한의 비판도 못하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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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0개월 넘게 지리한 공방을 거듭하던 금산법 개정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막상 통과된 금산법 개정안을 두고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법 개정 의미가 상당히 후퇴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애초 금산법은 재벌총수가 재벌금융계열사 고객예탁금을 활용해 계열사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재벌총수일가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 97년이후 발효된 금산법정신에 따라 문제되는 지분을 처리함으로서 이번 금산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열 금융사와 여타 계열사 간 순환출자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삼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번 금산법 개정의 취지는 계열금융사자본을 활용한 이건희 일가의 삼성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위법적인 순환출자구조의 고리를 끊어 지배구조를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고리에서 문제된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지분 중 금산법 상 초과분 2.21%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초과분20.64%이다. 따라서 재벌계열금융사가 재벌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초과소유할 수 없게 한 금산법을 어기며 보유하고 있는 이들 지분을 처리할 원칙을 만드는 것이 이번 금산법개정의 핵심내용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 방법이 금산법 개정의 실효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97년 금산법 발효 이후 삼성카드가 취득한 에버랜드 지분 초과분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므로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법집행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인 데 비해, 삼성생명의 경우 금산법 발효 이전에 초과지분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른바 '소급처리'(또는 '위법상황에 대한 당연한 법적용')할 것인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 되었다.
처음 금산법 개정 논의가 나왔을 때 열린우리당은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둘 다 예외없이 5% 이상 초과지분을 즉각 매각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던 것이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반발과 한나라당의 반발은 물론 여당 내부의 반발과 청와대 측의 이른바 '분리대응'안이 제기되면서 법개정 취지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금산법은 23일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지분 중 초과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즉시 제한, 처분은 5년 내 자발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중 초과지분은 2년 유예기간 뒤 의결권 제한'이라는 내용으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고 말았다.
어차피 처분하게 해야 할 삼성카드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즉시 제한했지만 그마저도 '초과지분 5년 내 자발적 해소'라는 길을 터 줬고, 핵심이었던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2년 유예 뒤 제한'이라는 아무런 실효성 없는 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삼성생명은 어차피 2008년 4월 1일부터 개정실시되는 공정거래법 11조(금융·보험회사의 주식 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는 해당 계열회사의 특수관계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를 합하여 15%를 초과할 수 없다)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계열사들의 내부지분율 18.95% 중 삼성화재와 함께 가진 초과분 3.95%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어 금산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하다. 10개월 이상 논란을 일으켜가며 법개정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동부그룹 등 다른 기업들의 경우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에 있어 '유예'가 없었던 데 비해 삼성에 한해 유예해 줌으로써 '형평성' 시비도 자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년 뒤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결국 '2년 유예, 5년 내 자발적 처리'라는 것은 삼성에 대한 처리문제를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이번 개정안 부칙에서 금융보험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을 2년 뒤부터는 금산법이 아닌 공정거래법 11조에 준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금산법 무력화 시도'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올해 이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재벌들의 강한 압력에 의해 규제완화의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 유력한 '공정거래법'으로 재벌금융사의 규제를 일원화할 경우 결국 나중에 가서는 지금의 '유예'된 규제들이 아무런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고 결국 금산법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 때문에 이번 금산법 개정안을 두고 삼성의 힘에 굴복한 여당과 삼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앞장 선 한나라당의 '담합'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은 정부 여당과 정치권의 재벌개혁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또 법개정 논의 시작 때부터 반발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법개정을 좌우하려 든 삼성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 우리사회가 얼마나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방송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그 동안의 경과와 금산법 개정 의미, 앞으로의 영향 등을 심층적으로 따져야 했다. 하지만 방송들은 23일 메인뉴스에서 금산법 개정안의 내용을 단순하게 알리는데 그칠 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고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단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MBC는 앵커 단신으로 전하는 데 그쳤다.


KBS와 SBS는 모두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4명 찬성, 한나라당 의원 2명 반대' 등 표결 내용과, '한도 초과 지분 중 97년 3월 이전 취득분 2년 유예 뒤 의결권 제한, 97년 3월 이후 취득분 즉시 의결권 제한 및 5년 내 자발적 처분' 등 통과된 개정안의 내용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전하는 등 보도내용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비록 KBS는 "당초의 정부안보다는 강화됐지만 삼성생명의 의결권 제한에 2년 유예 기간을 줌으로써 다소 완화된 내용"이라고 지적하긴 했지만 2년 유예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삼성카드 초과지분의 강제 처분은 위헌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개정안이 재경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될 경우 삼성의 지배 구조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등의 설명을 덧붙여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헌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는 듯 보도해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렸다.
SBS도 법안 내용을 전한 뒤 "향후 금감위 승인을 받지 않고 다른 회사의 주식을 초과 소유하는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제한, 초과주식의 처분 명령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도입하겠다"는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의 단호한 듯한 발언을 인용하고, 곧 이어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간에 격론이 예상된다"고 전망해 KBS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렸다.
이처럼 KBS와 SBS의 보도는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안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눈가리고 아웅하는'격으로 만들어진 수정안이 가져올 영향력을 과대포장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SBS는 하루 늦기는 했지만 24일 보도 <지배구조 바뀔까>에서 "삼성의 실제 지배구조의 변화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산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주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타방송사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 보도는 "비판의 핵심은 과연 개정된 금산법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초과분을 처리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특수 관계인의 에버랜드 지분은 94.5%"나 되기 때문에 실제 삼성의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2년 유예한 것에 대해 "2008년부터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의해서도, 금산법 상의 제한인 3.52% 이상의 의결권이 제한되는만큼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금산법 개정이)삼성이 원하는 대로 결말이 났다라고 볼 수 있다"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기자 리포트에서 "강경했던 여당이 실효성이 거의 없는 금산법 개정안으로 후퇴함으로써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삼성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해 시청자들이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왔다.
이에 비해 KBS는 24일에는 관련보도를 한 건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칸의 KT&G 공개 매수 선언 관련 보도에서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으로 노출돼 있는 우리 기업의 상황을 알아본다"며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도 최대주주 등의 지분은 16% 정도. 반면, 외국인 주주들은 54%나 된다"고 보도해 삼성측이 금산법 개정 등에 대한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경영권 방어'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MBC다. 그동안 지상파 3사 가운데 삼성의 잘못을 그나마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MBC가 이번 사안은 단신으로 간단하게 처리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심지어 24일에는 관련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MBC는 지난 해 금산법 개정이 논란이 되었을 때부터 가장 활발하게 보도해왔고, 이른바 'X파일'을 터트린 바 있다. 그런 MBC가 새해 들어 이건희 회장 귀국이나, 8000억 사회기부 등 삼성과 관련한 내용을 전하는 데 있어 타방송사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더니 이번 사안에 이르러서는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MBC의 보도경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재경위 소위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은 27일 재경위 전체회의와 다음 달 국회 본회의 등을 거칠 예정이다. 벌써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마지막까지 금산법이 입법 취지를 살리는 법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금산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참여연대 또한 "이런 기만적 법 개정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금산법 개정과 관련된 논란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방송, 특히 MBC와 KBS는 지금부터라도 논란의 초점을 제대로 파악해 이번 사안을 분명하게 보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2월 2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