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취재윤리 위반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7일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7)
등록 2013.08.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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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될 '언론자유 침해 요구'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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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들이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놓고 또 다시 '코드' 운운하며 정권 '흔들기'에 악용하는가 하면 'PD저널리즘' 자체를 흠집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7일 사설 <"황교수 돕겠다"던 청와대, PD수첩 협박 땐 뭐했나>에서 "PD수첩팀의 이런 '취재 폭력'을 보고 들으면서 황교수 연구실을 국가기밀시설같이 특별 경비한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권의 비위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사와 접촉하는 공무원, 글을 쓰는 공직자에 대해선 경위서를 받고 공직을 떠나라고 협박까지 하던 그 열성이 왜 MBC PD수첩 팀이 협박취재에 나선 것을 보면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는가"라는 등의 주장을 펴며 청와대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정권 코드'가 MBC 위기 키웠다>을 싣고 "MBC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보도 파문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가 키웠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이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방송계에 앉혀 '코드방송'을 부추겼고, MBC가 이에 '부응'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또 <PD수첩>의 최승호 CP가 최사장의 "측근"이고, 최 사장은 현직에 있을 때 "탄핵 사태 이후 최초로 노 대통령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당사자"라는 식으로 세 사람을 억지로 연결시켜 자신들의 '코드론'을 뒷받침하려 들었다.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MBC 내부의 토양도 일찍이 코드화돼 있었다"며 "노동조합이 방송을 장악함으로써 일부 이념편향적인 세력이 제작을 좌우"해 왔고 "이 과정에서 내부 감시, 통제 기능은 사라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문순 사장 취임 이후 MBC가 "대형 방송사고로 일곱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증거"라고 내세웠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정권의 문제, '코드'의 문제로 연결시키는 일부 신문들의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PD수첩>이 황 교수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어긴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사회가 아니고서야 <PD수첩> 제작진의 취재 과정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황 교수 연구의 보안을 위해 '특별 경비'를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연구자들에 대한 수많은 언론들의 취재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또 청와대가 <PD수첩> 제작진들의 무리한 취재를 보고받았다고 한들, 면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언론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일인가? 입만 열면 '언론자유'를 말해 온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나서서 <PD수첩>을 '손보기'라도 해야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PD수첩>의 잘못을 'MBC의 위기'로 연결시키고 이를 다시 '코드방송'의 위기로 비약해가는 동아일보의 행태는 천박함에 있어 한 술 더 뜬다.
동아일보는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와 방송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사설을 쓰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교묘한 말장난으로 독자를 우롱하는 것인가?
동아일보는 '방문진 이사 전원을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며, 방송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마치 대통령이 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듯 독자들을 오도했다. 그러나 방송위원 9명 가운데 대통령은 3명을 추천할 뿐이며 국회가 6명을 추천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국회 추천 몫 가운데 야당 추천 몫이 무려 4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왜 숨기는가?
또한 우리는 동아일보가 언급한 이른바 7건의 MBC의 대형 방송사고들이 어떻게 '코드방송'과 연관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 중 출연자들의 돌출행위로 빚어진 사건이나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의 허술한 관리로 빚어진 일들에 대해 MBC측에 관리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념 편향적 세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 부재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억지 중의 억지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중앙일보는 'PD저널리즘'을 문제 삼았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PD저널리즘의 '참사' 더 이상 안돼>라는 사설을 통해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윤리 위반이 'PD저널리즘' 자체의 문제인 양 주장했다.
PD들이 "기자들처럼 체계적인 취재훈련"을 받지 않아 "보도윤리는 뒷전이고, 이번처럼 '선무당 사람 잡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아가 'PD저널리즘'을 추구하는 프로그램들이 "사회현상을 추적하기보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나머지는 이에 맞춰 짜깁기를 한다"며 "여기서 여론조작과 대중선동 등 PD저널리즘의 폐해가 극대화된다"는 주장까지 폈다.
PD들에게 취재윤리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빌미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순기능마저 훼손하려 해서는 안된다.
또 이런 프로그램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나머지는 짜깁기를 한다"고 매도하는 것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혹시 중앙일보가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빌미로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접근을 해온 시사고발프로그램과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방송사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에게 경고한다.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코드방송' 운운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부풀리는 일을 중단하라. 아무리 MBC를 정서적으로 비난하고 싶어도 언론으로서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한다.
만일 누군가가 일부 신문의 소위 '유능의 상징'이라는 잠입·진드기 취재를 문제 삼아 '인권침해'라며 정권 측에 제재를 요청한다면 이들 신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언론자유 침해 주장을 할 정도로 '다급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끝>


 

2005년 12월 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