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2005 상주전국자전거축제’ MBC <가요콘서트> 참사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0.4)
등록 2013.08.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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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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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경북 상주시 지역축제인 ‘2005 상주시전국자전거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린 MBC <가요콘서트> 녹화현장에서 11명이 죽고 100여명이 다친 대형 공연장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모두가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인 것으로 확인돼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하게 된 MBC <가요콘서트>는 ‘상주자전거축제’ 마지막날 행사로 열렸으며 주최는 상주시가, 행사 주관은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라는 곳이 맡았고, 국제문화진흥협회는 다시 행사진행을 자회사인 유닉스커뮤니케이션에게 대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는 ‘공연장 안전관리를 상주시가 책임진다는 약속을 받고 공연녹화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와 비영리단체, 이벤트사, 거기다 공영방송사까지 관계되다보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두고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또 행사장 안전을 위해 경찰측에 병력을 요청했느냐, 안했느냐, 공문을 보냈느냐 등을 두고 경찰의 책임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상주시와 국제문화진흥협회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먼저 국제문화진흥협회는 2001년 만들어진 한일문화교류진흥협회라는 단체가 올해 3월 이름을 바꾼 단체로 1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공연을 기획하고 치뤄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행사를 진행한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이란 이벤트사는 영리사업을 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인 국제문화진흥협회가 8월경에 이번 상주자전거축제의 행사를 수주받기 위해 급조한 회사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상주시측이 이런 단체에게 행사의 주관을 맡긴 것 자체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행사 진행 과정에서도 오로지 <가요콘서트> 유치에만 관심을 쏟았을 뿐 시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위해 경찰병력을 요청하는 것에 소극적이었고, 사고가 발생한 시점 현장에 구급차 한 대가 없었던 것도 상주시의 책임이 가장 크다. 더구나 시민들이 행사장 밖에서 먼저 들어가려고 몰려들고 있을 때 일부 공무원들이 자기네 가족을 귀빈출입문을 통해 먼저 입장시켰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지경이니 상주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비양심적인 작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상주시장과 국제문화진흥협회 회장이 ‘처남-매부’지간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되어 이번 행사의 주관업체 선정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출발부터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이들에게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MBC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MBC <가요콘서트>는 트로트음악을 접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음악프로 중 하나다. 거기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들도 매주 2~3팀씩 출연해 신구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사회자인 이상벽씨의 구수한 입담이 곁들여져 장노년층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대형 음악공연은 물론 유명가수들을 직접 만나기 힘든 지역민들로서는 ‘MBC <가요콘서트>’라는 말을 믿고, MBC가 출연시키기로 한 가수들을 보려고 공연시작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나와 장사진을 쳤을 것이다. 만약 이번 행사가 공영방송 MBC의 <가요콘서트> 녹화로 이뤄진 게 아니었고, 장년층과 노년층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좋아하는 인기가수들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것인가.
그런 마당에 MBC측이 상주시의 ‘안전 약속’만 믿고 녹화촬영 인원만 행사장에 내려보냈다는 것은 ‘해명’은 될망정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더구나 MBC측이 이미 9월 7일 상주시와 국제문화진흥협회에 “제작진이 상주시 현지를 헌팅한 결과 공연대행사의 경험부족과 안전문제 등 제반사항이 미비해 녹화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힌 점도 MBC가 사고 이후 보인 모습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제작진이 사전답사에서 ‘녹화불가능’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들이 이후 공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MBC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안전 약속’ 말만 믿고 사후 확인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 아닌가.
지금 MBC 홈페이지와 <가요콘서트>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전 <가요콘서트>의 지역 녹화 당시에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사례가 빈번했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제작진들이 지역을 돌면서 손쉽게 사람들 모아놓고 ‘있어 보이는 그림’을 만드는 데만 치중하고 관객들의 안전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본회는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과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안전관리 허술 등 명백한 인재(人災)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관계당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요구한다. 아울러 이번 사고에 연루되어 있는 MBC 측이 단순한 ‘도의적 책임’을 넘어 사건의 중대함을 절실히 깨닫고 유가족은 물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끝>


 

2005년 10월 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