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의 장관급 이상 관료 부동산실태 조사’ 관련 MBC․SBS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0.4)
등록 2013.08.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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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은커녕 휘둘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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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정부의 장관급 이상 관료 39명 가운데 29명의 부동산 보유 실태가 △1세대 2주택 보유(15명) △실수요 아닌 기타 부동산 보유(12명) △실수요 아닌 부동산 보유 후 매도(5명, 일부 중복)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재산세율 인상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관료들이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투기 목적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부동산 보유 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고위관료들이 스스로가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한 이 의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귀결되었다. 그는 관료들의 부동산 보유의 ‘투기성’을 질타하거나,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있는 운용을 우려하는 대신, “정부가 뚜렷한 개념정립도 없이 무리한 대책을 내놓아 웬만한 중산층까지 모두 투기꾼으로 몰았다”며 정부의 8?31부동산종합대책을 질타했다.
8?31대책이 ‘웬만한 중산층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았다’는 것이 사실도 아닐뿐더러 조사 결과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결론’은 이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정부 관료(당신)들도 8?31 대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점을 부각시키려 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정부의 8?31대책이 ‘투기수요 억제 및 세제 합리화’를 내세웠지만, 이 의원의 주장처럼 ‘세금 부과 대상’을 곧 ‘투기꾼’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1가구 2주택의 경우 보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양도를 할 경우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한다는 것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환수’가 목적이다. 또 1가구 2주택자 가운데에도 수도권?광역시 소재 기준시가 1억원 초과, 기타지역 소재 기준시가 3억원 초과주택 소유자가 대상이며 노부모 봉양 등 예외가 적용된다.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 보유는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을 부과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투기적 수요’나 ‘가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취지였다. 이를 두고 ‘중산층을 투기꾼으로 몰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감시해야 할 점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투기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이들이 법에 따라 세금은 제대로 내는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방송보도는 이 의원의 앞뒤 맞지 않는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쫓아, 무엇을 비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보도를 내보내는가 하면 ‘8?31부동산대책 흔들기’를 뒷받침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3일 SBS는 8시뉴스 <“투기장관 25명”>에서 앵커멘트부터 “불명확하고 무리한 정부 기준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의원의 주장을 속내까지 그대로 대변해 주었다.
또 보도 말미에 “특히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추병직 건교부 장관도 본인이 살지 않는 아파트를 갖고 있다며, 부도덕한 투기꾼의 오명을 벗으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는 이종구 의원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한편 같은 날 MBC는 뉴스데스크 <집많은 장관님>에서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이종구 의원이 밝힌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보도했다.
그런데,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실태를 비판적으로 전하던 보도는 갑자기 “이종구 의원도 (이들이) 투기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준을 적용하면 장관 절반 이상이 투기자로 몰릴 판이라고 주장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와 함께 “많은 선량한 중산층이 자산 운용의 형태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 이것을 투기로 몰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이 의원의 주장을 내보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하지만 상당수 장관급 인사들이 집값 폭등의 진앙지라는 강남과 분당에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관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비판하는 것이 핵심인지, 아니면 ‘장관 절반 이상을 투기자로 모는’ 정부의 8?31 대책을 비판하는 것이 핵심인지 어리둥절해진다.


우리는 SBS와 MBC에 묻지 않을 수 없다.
SBS는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이 대다수의 중산층과 장관들을 투기꾼으로 내모는 무리한 것이라고 보는가? 그래서 이종구 의원의 비판과 똑같은 비판을 하는 것인가?
MBC는 이종구 의원이 내놓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실태 결과로부터 언론이 취해야 할 비판의 지점이 어디라고 보는가?
이종구 의원의 주장에 대한 SBS, MBC의 보도는 정부 비판의 지점을 잘못 짚은 것이다.
최근 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강남 일부의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 있어 8?31 대책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10?29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춤했으나, 이후 입법 과정에서 애초 기준이 후퇴하면서 집값이 다시 반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정말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바란다면, 정부 관료와 여야 의원들이 부동산정책 입법 과정에서 법안을 더 이상 후퇴시키지 않도록 감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방송보도들이 이들을 감시하기는커녕 정략적 의도가 드러나는 왜곡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논점 없이 다뤄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여야 정파를 막론하고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 막중한 과제다. 방송이 한나라당의 ‘8?31대책 흔들기’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는커녕 이에 동조하거나 휘둘리는 것은 방송보도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것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끝>


 

2005년 10월 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