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MBC 외주제작 프로그램 문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9.16)
등록 2013.08.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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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시스템 개혁 논의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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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제작 프로그램들에 대한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1일 방송된 KBS 외주제작 프로그램 <수요기획>은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나섰다’며 ㅈ사를 소개했다. 그런데 ㅈ사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외주사 JRN프로덕션 대표의 친동생이 설립한 회사이며 ㅈ사의 신차발표회(5월25일) 직후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ㅈ사가 자체 개발했다는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와 모터 등 주요부품을 사들여 제작한 것으로 ‘상용화’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ㅈ사는 6월 20일 ‘벤처기업’ 확인신청에 들어감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이 ㅈ사를 간접 지원한 듯한 상황이 됐다.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KBS 외주운영위원회는 JRN이 제작하는 <행복한 밥상>, <병원24시> 등 모든 외주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 및 이후 제작 참여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12일 한겨레신문은 KBS 내 고위간부의 지시에 따라 운영위 결정사항 집행을 보류하고 추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MBC 아침 뉴스프로그램 <뉴스투데이>에서 외주사가 제작한 꼭지도 ‘짜깁기 편집’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8월 9일 <뉴스투데이>의 ‘현장 속으로’는 ‘숙박업소 변질’이라는 제목으로 북촌 ‘게스트 하우스’의 문제를 보도했다. 그런데 이 꼭지에서 ‘게스트하우스의 소음이 이웃에 피해를 준다’고 인터뷰 한 김아무개씨는 강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화재위험성을 지적하며 보여줬던 화면 역시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이웃 한옥이었으며, 부실공사로 지적된 건물도 인근의 박물관으로 드러났다.
MBC 측은 ‘사전에 모든 테이프를 감수하기 어렵고, 영상 부분 감수는 관행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외주제작 꼭지라고 해서 MBC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MBC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 관련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사태 관련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 그친다면 외주제작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들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선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외주 제작사들의 경우 방송사 측이 제시하는 불공정한 조건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작비도 충분하게 지원하지 않아 간접광고를 정당화 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또한 외주 제작사 선정 및 운영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얼마 전에도 외주제작사가 방송사에서 파견 나온 PD들에게 ‘야외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방송사 간부 등에게 금품을 제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내용적인 측면도 점검해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되었다. 현재 방송사들은 법에 의해 의무화 된 ‘외주비율’을 맞추는 데 급급한 양상이다. 그러나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을 의무화 한 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방송사들은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제작?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공영방송 흔들기’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이번 사태를 “방송사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을 위해 전파를 내주는 것”이라며 ‘방송사의 전파 사유화’로 몰았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KBS의 외주프로그램 관리행태 비판을 넘어, “전파의 일부를 정권의 사유물인 양 친(親)정부적 ‘코드 방송’에 이용하는 것은 방송사의 반(反)국민적 직권남용” 운운하는 식의 억지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의 신뢰도마저 손상시키는 행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9월 16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