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TV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7.5)
등록 2013.08.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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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순, 유쾌·상쾌·통쾌한 '국민드라마'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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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이하 <김삼순>)에서 성적의미를 담고 있는 '주먹을 사용하는 욕설'(6월29일)과 '하룻밤 잠자리'(6월30일)와 같은 신중하지 못한 장면이 방송되었다.
공중파를 통한 TV 드라마에서, 그것도 공영방송인 MBC가 '하룻밤 잠자리'와 '주먹욕'을 방송할 때는 매우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더구나 <김삼순>은 '15세' 등급으로 이른바 '청소년 시청가' 프로그램이다. 방송 9회 만에 시청률 40%를 넘겼으며, 재방송 시청률도 10%를 넘길 정도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어 가히 '국민드라마'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주인공 삼순(김선아 분)이 진헌(현빈 분)에게 '주먹 욕설'을 날리는 장면은 두 장면이다. 죽은 형의 제사를 지낸 진헌이 삼순을 태워주지 않고 차를 몰고 혼자 가버리자 화가 난 삼순이 '주먹 욕설'을 세 차례 날린다. 또 화장실에서 화장지가 없는 진헌의 난처한 상황을 고소해하며 삼순이 다시 두 차례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나온다. 이 같은 장면은 드라마 전개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성적의미가 담긴 욕설로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불쾌감을 동시에 줄 개연성이 있는 설정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보다는 불쾌감을 주고,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성을 되묻게 하는 문제는 바로 주먹욕설의 반복적인 표현이다. 삼순이의 코믹한 캐릭터를 감안할 때 적절한 장면에서 일회적인 주먹욕은 드라마적 의미를 살리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주먹욕'을 해대는 반복적인 장면이 연달아 나오면서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내용 전개상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성적의미를 담고 있는 주먹욕설 장면 등은 15세 등급의 프로그램인 지상파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신중했어야 했다.
삼순의 언니 이영(이아현 분)과 레스토랑 주방장 현무(권해효 분)의 '하룻밤 잠자리' 묘사도 신중해야 했다. 과거와 달리 성문화가 바뀌면서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으며, 잠자리를 같이 한 남녀가 다음 날 '쿨'하게 헤어지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싱글인 이영과 현무의 '하룻밤 잠자리' 묘사가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새로운 여성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신선하게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김삼순> 드라마가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을 표현할 때 '하룻밤 잠자리'를 소재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그것은 기존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이 과거 남성중심의 성문화를 비틀었다는 점에서도 그다지 통쾌하거나 새롭지도 않다. 오히려 이러한 장면이 여러 드라마 상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자칫, '하룻밤 잠자리'하는 여성은 곧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이라는 왜곡된 성적 관념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여타의 드라마와 차별화된 캐릭터의 발굴과 주제전달 의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가 <김삼순>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조차 여성은 물론 성의식을 왜곡시킬 수 있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는 것은 신선하지 않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가 청소년들은 물론 전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작진은 단순한 흥미차원의 장면이나 자칫 왜곡될 수 있는 '성적 코드'를 장면화 할 때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김삼순>에서 이번과 같이 신중하지 못한 장면이 반복된다면 정작 전달하려던 '현실적이고 주체적인 삶과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으로부터 이탈해 재미나 흥미위주로 그 의미를 반감시키지나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시청자들의 기대와 사랑만큼이나 제작진과 작가들 역시 애초에 의도했던 현실성 있고 일관적인 캐릭터들을 살려내길 바라며, 아울러 이영이라는 여성 캐릭터 역시 성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묘사하길 바란다. 지금이야 말로 <김삼순> 제작진들이 '과유불급'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끝>

 


2005년 7월 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