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혁신안’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6.4)
등록 2013.08.19 15:58
조회 279

 

 

 

조선일보는 정치공세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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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KBS는 비상경영체계에 들어가며 'KBS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임금 삭감과 제작비 삭감, 특별명예퇴직 등으로 예산을 줄이는 것과 아울러 '수신료 물가연동제'를 실시해 재원을 안정화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혁신안'에 담겨 있다.
KBS 정연주 사장은 "KBS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고통이며 눈물"이라는 말로 임금 삭감을 담은 이번 '혁신안'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드러냈다.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송이 최우선 과제인 지상파 방송사로서 제작비를 삭감하겠다는 것도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물가연동제'를 통한 수신료 현실화의 경우는 공영방송의 건전한 재정운용을 위해 어떠한 재원구조가 적절한지를 중심에 놓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수신료'를 이른바 '시청세(稅)'로 둔갑시키고, KBS가 "우리 사회에 반미·좌파 이념을 확산하고 정권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해 또 다시 악의적이고 왜곡된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6월 3일 조선일보 사설 <KBS 정사장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는 "국민들이 지금의 수신료를 '시청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청세'라는 말로 수신료의 성격을 호도했다.
99년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공영방송 수신료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수신료는 KBS를 시청하는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 운영재원을 위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돈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KBS를 시청하는 사람이 내는 요금 또는 세금'으로 수신료의 성격을 호도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사와 그 수장인 사장을 흠집내고 길들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정사장은 그런 세금을 2500원에서 7300원으로 3배 올려 받겠다고 한다"며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정사장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수신료를 73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가 없다. 다만 KBS는 수신료가 지난 81년 2500원으로 책정된 뒤 24년 동안 한번도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물가상승분이 반영된다면 적정 수신료가 7362원이 되고 이 경우 광고 없이 경영이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을 뿐이다. 현재 KBS의 재원구조에서 수신료와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0%와 60%이다. 수신료의 비중을 높여 재원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에 따라 제기된 '수신료 물가연동제 추진'이라는 발표를 조선일보는 '7300원 3배 인상'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판결에서 "공사가 그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자유를 누리고 국가나 정치적 영향력,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적정한 재정적 토대를 확립하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것"이라며 "수신료에 관한 사항은 공사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함에 있어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라고 밝혀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요건임을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에 대한 논의는 조선일보의 '정치공세' 따위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기 위한 논의가 족벌사주집단의 사익추구에 매몰된 특정신문의 입김에 훼손되는 일이 생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KBS가 발표한 혁신안의 구체적 내용은 그 성격에 따라 KBS 내부, 또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심도깊게 논의되어야 한다. 간접광고 허용, 중간광고 도입 같은 방송광고구조개편을 몰고 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토와 꼼꼼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지점으로 섣불리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회는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조선일보는 이 사회적 논의에 재 뿌리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끝>

 


2005년 6월 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