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제5공화국」에 대한 5공인사들의 외압' 관련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5.4.13)
등록 2013.08.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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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5공시절이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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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MBC 매체비평프로그램인 <뉴스플러스 암니옴니> 보도에 따르면 장세동, 허화평씨 등 12·12 군사반란의 주역 17명이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의 내용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착오적 행태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혹시 이들은 지금이 5공시절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장씨 등은 '제5공화국 시나리오 오류에 대한 소견'이라는 제목의 의견서에서 "(드라마가) 12·12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개인 인격의 모독이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의 훼손"이라며 자신들의 주장이 드라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계엄사령관이자 육군참모총장이던 정승화를 연행한 것은 '정상적 절차'를 따른 것으로 '쿠데타'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12·12 군사반란은 이미 역사적·사법적으로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당시 전두환씨가 군내 사조직 '하나회' 구성원들과 함께 쿠데타를 모의, 정승화 총장을 연행하고 이를 최규하 대통령에게 강압적으로 '재가'받았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난 바 있다. 1997년 대법원도 "대통령의 군통수권에 반항하는 행위로서 반란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그럼에도 장씨 등은 MBC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른바 '역사바로세우기' 재판은 정치권의 거센 압력에 밀려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5공 인사에 대한 형사처벌에 급급하였던 것이 당시의 상황"이라며 반란에 대한 심판을 '정치보복'으로 폄훼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 게다가 방송조차 되지 않은 드라마 대본 9회분을 입수해, 그 내용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의견서를 보내 드라마 대본의 수정을 요구한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 이들의 행태는 마치 과거 5공화국 하에서 언론과 문화예술 작품에 가해졌던 검열과 통제를 연상케 한다. 아직도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언론통폐합'과 '보도지침' 등을 통해 언론을 지배했던 것처럼 드라마의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들이 드라마의 대본을 어떻게 미리 입수했는지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만약 MBC 내부 구성원 누군가에 의해 대본이 사전 유출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MBC가 대본 유출과정의 진상을 파헤쳐 주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제5공화국> 제작진들에게 당부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부당한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사실에 근거해 5공화국 아래서 벌어진 비화들을 다뤄주기를 기대한다. 만의 하나 MBC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앞서 방영된 <영웅시대>처럼 특정한 인물을 사실과 다르게 미화한다면 <제5공화국>은 물론 MBC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몰락한 5공 세력의 편에 서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일부 신문에도 경고한다. 최근 조선일보는 <제5공화국>에 대한 5공 인사들의 억지주장을 부각하는가 하면, 방송에서 5공 관련 기획물이 늘어나는 이유가 "386세대가 제작 현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려는 경향이 강해진 때문"이며, "심정적 지지세력이 약한 5공의 정치세력을 '때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도 개입"됐다는 등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불행했던 현대사의 한 장면을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의미있는 시도를 폄훼하고 있다. 또 "역사를 다루면서 사실보다 주장을 앞세우는 센세이셔널리즘에 굴복할 우려가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나섰다. 거듭 말하거니와 사법부의 판결로 이미 '제5공화국'에 대한 1차적 심판은 끝났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했으며, 온갖 인권유린을 저지른 5공의 인사들이 반성과 참회는커녕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부인하면서 '법적 소송'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시대 인물들의 시대착오적 망동'일 뿐이다. 이들의 억지 주장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조선일보가 이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한다면 스스로 '신군부와 5공화국에 부역한 신문'이었음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될 것임을 명심하라. <끝>

 

 
2005년 4월 1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