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영웅시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2.17)
등록 2013.08.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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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설' 이전에 '역사왜곡'부터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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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6일 한나라당은 논평을 내고 "'영웅죽이기' 교사한 살아있는 권력의 실체를 밝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드라마가 작품의 질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정치적 외압설'로 구설에 오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웅시대'에 대한 이른바 '외압설'의 출처는 작가 이환경씨다. 이씨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권 고위관계자의 외압설'을 제기했다. 이후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외압'에 대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우리는 외압설을 제기한 이환경씨가 외압을 넣은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 아직도 프로그램에 대해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 아닌가? 이씨는 익명으로만 외압설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외압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이씨가 '외압설'을 제기하기 전까지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은 다른 프로그램들의 조기종영 문제와 함께 방송사들의 '잇따른 조기종영 조치'들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었다. 당시에는 방송사들이 시청률과 수익성만을 따져 프로그램들을 쉽게 폐지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영웅시대'도 낮은 시청률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던 것이 이씨의 '외압설'을 계기로 '정치적 이유의 조기종영'이라는 의제로 급속하게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영웅시대'의 시청률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외압설'을 둘러싼 논란에 밀려 드라마로서 '영웅시대'에 대한 생산적인 비평과 토론, 논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그동안 '영웅시대'는 특정인들을 사실과 다르게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주요 인물들을 '단점없는 단순한 인물형', '극단적인 선'으로 그려내는 방식의 '영웅만들기'로 작품을 지탱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작가 이환경씨가 그동안 써왔던 작품들은 대체로 비슷한 '영웅만들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영웅만들기'가 '영웅시대'에서도 독재자와 재벌 총수, 특정 정치인에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영웅시대'는 초기부터 '미화논쟁'이 촉발될 우려가 높았다.
실제로 '영웅시대'는 해방후 반민특위 활동을 '폭력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재벌을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탄압받는 존재로 묘사하는가 하면, 독재정권의 폭정을 '대통령과는 무관한 몇몇 하급자들의 문제'로 돌려 사실을 왜곡했다.
우리는 '영웅시대'의 이같은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 내에서 자유로운 비판과 논쟁이 벌어지고 이를 통해 드라마로서 '영웅시대'가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외압설'은 이와 같은 건강한 논쟁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하루 속히 밝혀져야 한다.
우리는 MBC에도 요구한다. MBC는 '영웅시대'를 조기종영하려는 이유를 보다 솔직하게 밝혀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주기 바란다.
이번 사건을 정치공세로 활용하려는 수구신문들과 한나라당에도 촉구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키지 말라. 아울러 영화 '그때 그사람들'이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영화라고 비난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영웅시대'에 대한 '외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라면,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조건부 상영 결정' 역시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일이다. 언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술 작품을 작품 자체로 평가할 만큼 철이 들것인가. <끝>

 


2005년 2월 1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