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헌재의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판결'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0.22)
등록 2013.08.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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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너무나 편파적인 '비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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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일부 메이저신문들에게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잣대가 있기나 한 것인가. 오늘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판결과 관련한 동조중의 사설은 일반 논술은 물론 저널리즘적 잣대로 보았을 때 낙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습적으로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관습헌법론을 전제로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을 개정하라"고 판결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헌재가 느닷없이 '관습헌법론'이란 불문헌법기준을 들고 나와 '위헌판결'을 내린 것부터가 논쟁점이 된다. 관습헌법에 따른 수도개념을 내세워 대통령과 국회가 통과시킨 특별법을 무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이미 반대의견을 정해놓고 불쑥 관습헌법론을 들고나와 자신의 다수의견을 합리화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뿐만아니라 이번 헌재 결정은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줄기차게 선동해온 '천도론'에 기초해 행정수도이전에 접근하고 있다는 인식의 한계마저 노출하고 있어 "국가적 중대 사안을 노회한 헌재 재판관 몇 명에게 맡겨도 되는 것이냐"는 헌재 자체에 대한 본질적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오늘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은 헌재의 위헌판결과 관련한 사설을 내놓았으나 이같은 헌재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한겨레신문뿐이었다. 동아, 조선, 중앙은 '헌재결정'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헌재결정 승복'을 권유하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차분한 대응" 혹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사과"를 주문했다. 이들 신문은 '정권의 패배'를 우회적으로 선언하며 중앙·동아의 경우 심지어 '개혁정책 제고'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물러날 때는 깨끗하게 물러날 줄도 알아야한다"는 식의 '마침표 찍기'마저 서슴지 않았다.


조선은 <헌재가 마무리지은 수도이전 논란>에서 "헌재의 결정으로 수도이전을 둘러싼 국가적 갈등과 분열이 정리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헌재결정을 비판없이 수용했다. 조선은 "국가지도자로서 노무현대통령의 냉철한 자세가 요구된다"면서 이번 헌재의 결정을 "최종적인 것이고 헌법적인 명령", "누구에게 물어보고 상의하고 할 성질이 아니며 대통령의 재량과도 무관한 것"이라고 못박고 "이제는 정도를 따르고 순리를 쫒을 뿐"이라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중앙은 <수도이전 계획 더 이상 집착말라>와 <후유증 최소화에 주력해야> 등 2개의 관련 사설을 싣고 "헌재결정으로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헌재가 분명한 법해석을 통해 확인해주었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여당은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 들이라"고 촉구했다. 중앙은 또 "수도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며 "국민투표주장으로 또다시 사회를 혼란시키지 말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중앙은 조선일보보다 한술 더 떠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금 이 정권과 여당이 추진하려하는 국가보안법, 신문법, 사학법 등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성찰하기 바란다"며 이번 결정을 개혁입법 저지로 연계시키려는 시도까지 했다.


동아일보 또한 조선 중앙과 비슷한 논조로 헌재결정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행정수도이전 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동아 또한 중앙과 마찬가지로 4대개혁입법에 대한 단도리를 잊지 않았다.
소위 메이저 3사의 관련사설과 비교할 때 한겨레사설은 언론의 정론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한겨레는 사설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결정>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한겨레는 헌재가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집권층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결정함으로써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헌재가 행정수도를 '보완'보다는 '천도'개념으로 접근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굳이 관습헌법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들먹이며 헌법개정을 통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견강부회"라고 헌재결정을 비판했다. 더 나아가 한겨레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는 정치 역사 사회적 의미가 엄청난 시대적 현안"이라고 전제하고 "대통령의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생경한 관습헌법을 상정해 제동을 건 것은 대단히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며 헌재의 월권"이라고 규정한 뒤 "이번 결정으로 헌재의 보수적인 위상도 새삼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9명의 헌법재판관이 과연 만능인가하는 심각한 의문과 함께 이들에게 민주주의 제도와 나라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내맡기는 체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경계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면서 헌재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수도권과밀화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민적 합의를 모아 다시 정책방향을 정하라"는 충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의 편파적인 비판기능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실정법위주의 해석을 주로 해왔던 헌재가 신행정수도와 관련해 불쑥 관습헌법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소한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 태도이다. 그럼에도 헌재의 느닷없는 관습헌법론 운운에 조금도 이견을 달지 않는 동조중의 태도는 무엇인가. 최소한의 상식에 맞건 맞지 않건, 그것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고도 버젓이 언론이라는 간판을 계속 붙이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한편 동아와 중앙이 신행정수도위헌결정을 4대개혁입법저지와 연계시키는 보도태도 역시 문제다. 이는 모든 것을 정치역학적 관계에서 바라보는 지극히 '정략적 태도'로, 문제를 합리적으로 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행정수도이전문제로 풀고, 4대개혁입법은 개별의제에 따른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으면 그뿐이다. 헌재판결로 자신들의 생각대로 행정수도이전에 제동을 걸었다하여 그 힘으로 사회개혁전체를 제동걸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은 '중앙이기주의'에 빠져 지방의 죽어가는 소리를 외면해왔다. 그 결과 한나라당과 공조해 '천도론'운운하며 신행정수도이전에 앞장서 반대해왔다. 목전의 이해에 집착해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일부 수구신문들의 행태는 머지 않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끝>

 


2004년 10월 2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