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선일씨 피살 사건'의 이후 처리 관련 28일자 주요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28)
등록 2013.08.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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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교부'는 옹호하고 NSC만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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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친미외교라인'에 대한 비호를 즉각 중단하라.
오늘(28일) 조선일보 사설 <일할 분위기 먼저 만들고 문책하라>를 접하며 우리는 조선일보의 교활한 '친미세력 비호'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김선일씨가 살해당하기까지의 과정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면서 외교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물론 김선일씨가 납치된 근원적인 이유는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이며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우리 정부의 파병 강행에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김선일씨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하는 등 주무부처로서 최소한의 역할조차 방기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하고 있다.
따라서 '파병철회'로 테러의 근원적인 원인을 차단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김선일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 외교업무 시스템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외교시스템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외교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오늘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공직사회 개혁 계기로 삼아야>, <영사업무부터 먼저 개혁하라>는 사설을 실어 외교부의 잘못을 질타하고, 안보체제의 재점검과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노골적으로 외교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조선일보가 두둔하는 것이 단순한 '외교부'가 아니라 '친미외교라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이른바 '친미파'들이 주축이 된 외교부와 청와대 직속의 NSC가 외교 사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수구신문들은 이종석 차장 등 NSC의 인사들을 이른바 '자주외교파'로 규정해 이들에 대해 끊임없이 '흔들기'를 시도해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은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이른바 '자주외교'와 '자주외교파'의 문제로 협소하게 몰아가면서 외교부 '친미외교라인'의 책임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를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설은 "김씨 사건은 공직자들이 제자리에서 제일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인데, 이른바 '자주외교' 때문에 외교부 공직자들이 제대로 제일을 못했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했다. "그 자주외교 덕분에 이 나라 안보와 외교는 흔들리고 뒤틀려 왔다", "그동안 외교관들로부터 들려온 건 '외교부가 NSC 부속 기관이 돼 버렸다'는 자조나 '살아 남으려면 이 정부 자주외교 코드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체념, 냉소 그런 것들이었다"는 등의 억지주장으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자주외교 노선' 탓으로 돌리고 있다.
논설주간 강천석도 오늘자 칼럼 <이런 나라도 나라라고 할수 있나>에서 사태의 모든 책임을 이른바 '자주외교' 노선과 그 중심에 있는 NSC에 돌리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강씨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한다는 나라가 왜 '대미 추종외교'를 한다는 일본처럼 인질을 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는식의 저급한 비아냥으로 '자주노선'을 물고늘어졌다.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교부는 물론 NSC, 국방부,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은 물론 정부에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잘못이 들어나면 누구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자주외교' 노선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따라서 '자주외교'노선의 완전한 폐기가 대책이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외교'의 역량을 오래전부터 구축해왔더라면, 김선일씨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무기력했을 것인가? 우리는 미국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미국에만 의존해온 외교라인 내 '친미외교파'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조선일보가 외교부에 쏟아지는 비난을 어떻게해서든 NSC와 국정원, 더 정확히 말해 이종석 차장과 고영구 원장에게 돌리려는 의도는 뻔하다. "외교부가 일할 분위기부터 만들어주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결국 "외교부 내의 친미라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자주노선' 폐기를 선언하라"는 의미이자 '친미외교'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쫓아내라는 의미이다. 19일 이종석 차장이 육해공군 장성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적개심보다 애국심'을 강조한 발언을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수구신문이지만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의 '계산'을 쫓아오지 못했다.
오늘 동아일보는 <김씨를 위한 눈물, 정부를 향한 분노>라는 사설에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을 질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에이피통신의 전화를 묵살한 외교부의 잘못을 함께 지적했다. '외교부만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전체가 문제'라는 게 동아일보의 수준이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테러방지 관련 법·체제 정비 서둘자>는 사설을 통해 김씨 살해사건을 빌미로 '테러방지법'을 앞장서 주장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엄연히 잘못이 드러난 외교부를 두둔하지는 못했다.


침략전쟁이 초래한 테러를 근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파병철회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수구신문은 사건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외면하면서 일부는 '정부의 무능'으로 일부는 '테러방지법 제정'과 같은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는 '자주외교파의 척결'을 목표로 내세웠고 여기에 수구세력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격앙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파병 강행을 주장하면서 이번 기회에 '자주외교파'의 싹을 말려버리겠다는 의도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조선일보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똑같은 주장을 되뇌이면서 '이종석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종석 차장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파병방침 불가'를 '칭찬'하는 한편에서 '자주외교파'와 '친미외교파'를 구분해 내 전자에만 책임을 돌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 차장을 흔드는 행태를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교묘함과 여기에 앞뒤 분간 못하고 쫓아가는 수구세력들의 어리석음에 우리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경고한다. 국민의 슬픔을 '친미외교세력 보호'와 '자주노선 약화'에 악용하지 말라.
아울러 우리는 정부에도 강력히 촉구한다.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친미세력 일색의 외교체계를 혁신하라. 그리고 파병을 철회하라.

 


2004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