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인물적합도' 관련 보도」에 대한 2004총선미디어연대 논평(2004.3.30)
등록 2013.08.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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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물적합도'로 속이려하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KBS가 여론조사 보도에서 통상적인 후보자 지지도 조사와 함께 '인물적합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KBS가 새롭게 조사를 실시한 '인물적합도'는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인물'만을 놓고 볼 때 어떤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더 적합한지"를 유권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KBS는 최근의 여론조사가 탄핵 정국의 영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어 보다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 '인물적합도' 조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KBS의 인물적합도 조사가 다음 몇가지 점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소속정당이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인물만 놓고 본다"는 '인물적합도'조사의 전제조건부터 문제다. 소속정당이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국회의원을 평가하고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 타당성이 있는 말인가. 그렇다면 구태여 각 정당은 왜 공천을 하며, 정치지망생들은 왜 정당 공천장을 못 받아서 난리를 친단말인가.


다음으로 탄핵정국에서 '탄핵찬반여부'와 '인물적합도'가 국회의원평가와 선택에 있어 동떨어져 있는 평가기준인가 묻고 싶다. 17대 총선 최대이슈는 '탄핵가결'이다. 그리고 '탄핵가결'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총선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16대 국회가 대선비자금수사로 부패정치 심판, 정치개혁요구가 높아지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비자금수사를 촉발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아닌가. 아무리 몇몇 수구언론이 나서서 대통령탄핵과 비자금수사는 별개이며 대통령은 선거법위반으로 '탄핵당했다'고 되풀이해도 국민들은 그 '거짓말'을 믿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있다.
그러므로 탄핵에 대한 찬반여부는 정치개혁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본 연대의 의견이다.


게다가 '인물적합도'라는 질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KBS의 여론조사에서 처럼 아무런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적합도를 묻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인물적합도를 묻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물적합도조사는 인지도조사수준에 머물게 된다. 우리는 이번 KBS 여론조사 결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상식에 기초해 볼 때 도저히 '국회의원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이 인물적합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그 반증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악랄한 공안검사의 대명사이며 87년 박종철고문사건의 지휘책임자였던 정형근 의원의 경우 지지도는 뒤지나 인물적합도는 상대 후보와 접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나라당내 수구세력의 수장격인 김용갑 의원과 신군부에 부역했던 전언론인 박성범 후보 역시 인물적합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감정으로 92년 대선을 흔들었던 '초원복국집 사건'의 김기춘 의원도 인물적합도가 가장 높다. 이게 KBS가 말하는 '인물적합도'란 말인가.


또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의 인물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방송진행자 한선교 후보의 경우에도 인물적합도가 높게 나타났다. 방송인으로 얼굴이 좀 알려진뒤 어느날 갑자기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가 과연 국회의원감인가 하는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또 현역 국회의원들이 정치신인에 비해 인물적합도가 대체로 높았다.
도대체 KBS가 '인물적합도'라는 애매모호한 항목을 집어 넣어 유권자들을 혼돈스럽게 하는가.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해 KBS는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KBS의 조사결과를 일부신문이 '아전인수식'으로 보도하면서 드러나고 있다. 일부 신문이 탄핵가결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기위해 KBS의 인물적합도 조사결과를 왜곡해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물론'으로 탄핵책임론 덮어


동아일보는 지난 23일 기사에서 KBS의 '인물적합도' 조사내용을 거론하며 "야당이 인물적합도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압도했지만, 탄핵정국과 맞물린 정당 지지도로 인해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당 후보들에 밀린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동아는 27일 사설 <총선, 감성 아닌 인물과 정책대결로>에서도 "인물과 정책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인물론에 살짝 '거여견제론'을 얹어 '탄핵심판론'을 희석시키려하고 있다. 조선은 27일 <與野의 전략;“與독주 막자”“巨野 심판을”>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인용보도하는 형식으로 '인물론'과 '거여견제론'을 부각했다. 30일 <작가 심상대의 총선 민심기행>에서는 "부산 시민들은 정책과 인물중심 선거로 치러야 할 이번 총선이 '탄핵정국'이나 '친노 대 반노',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는 급조된 정치 용어로 대변되는 현실을 개탄했다"며 으뭉스럽게 '인물론'을 부각했다.


지난 대선시기 언론은 여론조사결과 노무현 후보지지율이 높아지면 후보지지율보다 당선가능성조사결과를 부각해 '이회창대세론'을 고착시키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과거 지역주의가 판을 치던 시기 언론사들은 너나없이 유권자들의 출신지역과 정당과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비판받은 일도 있다.
이번에는 '인물적합도'인가. 언론은 애매모호한데다가 의도가 뻔한 여론조사항목 '인물적합도'로 유권자를 또다시 기만할 셈인가. 우리는 인물적합도를 근거로 왜곡된 인물론을 유포하며 거대야당에 대한 탄핵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언론의 행태에 치욕스러움을 느낀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에 속아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있다는 사실을 왜 언론은 외면하려 하는가.

 


2004년 3월 30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