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2003년 가요시상식'」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1.3)
등록 2013.08.08 11:38
조회 440

 

 

 

연말 가요시상식이 부끄럽다  
.........................................................................................................................................................

 

 

방송3사의 연말 '가요대상'이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가요대상'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했으며, 그 대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시상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장르별 시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매번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송3사의 가요시상식을 공동으로 주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방송3사의 가요대상은 이러한 지적을 무시한 채 과거의 시상관행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선정주의'는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3사는 '공정한 심사'를 강조하며 공통적으로 음반판매량·방송출연횟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밖에 MBC는 전문 리서치 회사를 통한 여론조사, KBS는 심사위원단 심사와 투표인단 2만명의 투표, SBS는 전문 리서치기관의 조사 및 네티즌 인터넷 투표를 수상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중 MBC는 선정 기준별 가수 개개인에 대한 세부 점수까지 밝히는 등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였다. 반면 KBS는 2만명의 투표인단의 연령 및 지역 분포 등을 밝혔으나 심사위원단이나 투표인단의 구성방법은 밝히지 않았으며, SBS의 경우에는 아예 큰 틀의 선정기준만을 밝히는데 그쳤다. 특히 방송3사 모두 여론조사(KBS는 투표인단 투표)를 가요상의 주요한 선정기준으로 삼고 있으나(KBS 40%, MBC 40%, SBS 리서치 조사 및 인터넷 투표), 이는 한 가수의 '음악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수준이어서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시상내역도 애매했다. 방송3사는 기존 가요시상식이 주로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 중심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성인가수 부문'(KBS)'트롯 부문'(MBC)에 대한 시상을 도입했다. 그렇다보니 음악의 장르가 아닌 '연령'과 '세대'를 기준으로 시상 내역이 나뉘는 현상이 나타나고, 방송사가 가요계를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와 트롯가수로 양분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트롯가수상은 태진아, 송대관 등 대표적인 몇몇 가수들이 번갈아 상을 독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시상방식으로 인해 다양한 음악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음악인들은 아예 시상식에서 제외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SBS는 음악장르를 댄스, 발라드, 힙합, 락, 트롯으로 나눠 시상했는데, 따로 본상(15명)과 '올해의 트롯상'을 시상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나눠먹기'도 심각하다. SBS는 신인상과 대상 외에도 본상 15명, 각 부문상 6명(장르별 시상), SBS 프로듀서 상 1명, 올해의 트롯상 1명, 심사위원상, 네티즌 인기상 등 무려 30여명 가까운 가수들을 시상했다. KBS도 프로그램에 초대된 30여명의 가수들에게 트로피를 주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특별상, 공로상, PD가 뽑은 인기가수상, 성인·청소년 부문 최고 가수상, 대상을 시상했다.
한편,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방송3사에서 모두 수상자로 선정되어 방송3사의 가요 시상식이 몇몇 연예기획사 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진행이나 시상방식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SBS는 가수들에 대한 시상을 탤런트, 디자이너, 자사 음악프로그램 MC 등 연예인들을 내세웠는데, 이들은 시상과 크게 관계없는 개인적 이야기로 시간을 채웠다. 특히 SBS <가요대전> 진행자는 가수 이름과 멤버 수 같은 기본적인 내용까지 틀리는 등 진행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프로그램의 선정성도 도를 넘어섰다. KBS는 두 남녀 가수가 함께 격렬한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 남자가수가 여자가수의 치마를 찢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MBC도 '섹시함'을 내세우는 여가수의 선정적인 의상과 춤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지금과 같은 공중파 3사의 가요대상이 계속된다면 대형 연예기획사가 중심에 선 가요계의 파행이 확대·재생산될 뿐이다. 댄스 등 특정음악장르에 대한 '편식'과 이른바 '금붕어 가수'의 양산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방송3사가 권위 있는 시상식을 할 때 대중음악의 발전을 견인해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3사는 '가요대상'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라. 지금과 같이 몇몇 연예기획사의 손에 휘둘리는 시상식이라면 아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4년 1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