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라크 한국인 피살 사건'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2)
등록 2013.08.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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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까지 전투병 파병 주장의 논거로 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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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한국인이 테러를 당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서울 오무전기 소속 임직원들로 미국기업의 하청을 받아 송전탑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이라크에 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사건은 이라크 파병을 약속한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라는 게 대다수 언론의 분석이다. 이번 사건에 앞서 29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 외교관 2명이 피살당했으며, 스페인 정보장교 7명도 바그다드에서 공격을 받아 숨졌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한 차분한 분석과 취재보다는 이 사건으로 정부의 이라크 파병방침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추측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해 국방부 등 정부 일각의 '전투병 파병' 주장을 부각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사설에서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 고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전투병 파병' 주장에 힘을 실었으며, 특히 2일 사설에서는 '테러대응책'을 거론하며 간접적으로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 <파병은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다>에서 "분명한 것은 이런 테러 공격 때문에 국가적 신의와 위신이 걸려 있는 파병 결정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이라며 "이라크 평화 회복과 재건을 파병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한국이 현지 상황이 악화됐다고 해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국제사회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묻지 않아도 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이)그간 이 정부 내에서 벌어졌던 논란이 얼마나 안이하고 바깥 물정을 몰랐는가를 보여준다"며 "이라크 파병부대의 성격을 놓고 이 정부는 비전투병 위주의 기능적 접근이냐, 전투병 위주의 지역 중심이냐 하는 논란을 벌여 왔지만 이라크 현지에서는 그 같은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라고 평가하고 "지금이라도 이 정부는 국제 정세와 동떨어진 국내적인 논란을 중단하고 파병에 필요한 제반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사실상 '전투병 파병'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은 말미에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결단을 내리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기자수첩; 말수 적어진 럼즈펠드>에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말 수가 적어졌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미국을 제 각각의 기준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속마음을 유리알처럼 짚어 보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며 간접적으로 '한미동맹'을 위해서 추가파병이 필요함을 암시했다.
2일 조선일보는 3면 <정부 "어떤 테러에도 굴복않겠다">에서 "현재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파병안은 특전사 1개 여단을 중심으로 한 치안유지 병력과 의무·공병 등 재건병력을 1대1 비율로 구성해 전체 3000명을 파병하되 이라크 현지의 특정지역을 관장한다는 내용"이라고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는 파병안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조선은 "다른 한편에서는 거꾸로 치안상태가 그렇게 불안하다면 오히려 특전사 등 전투병 비율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며 '전투병파병' 주장을 보도했다.
한편 이날 사설 <테러, 단호한 대응과 만반의 대비를>에서 조선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마저 '피지배민족의 불가피한 저항방식'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해석을 퍼뜨리면서 이걸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대 논리로 확대시키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의도에 정확히 맞장구쳐주는 행위"라고 파병반대 의견이 마치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것처럼 '매도'했다. 이어 조선은 범 정부차원의 대책으로 테러에 대비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7개부처 관련법률 70개)이를 통합·조정할 필요가 없는지 살펴볼 일"이라며 인권침해소지 등으로 시민사회에서 반대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특파원 보도 등을 통해 테러의 위험을 강조하며 이를 '전투병 파병'의 필요성으로 연결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1일 3면 <이라크 반군, 한국인 상대 첫 표적테러>에서 "이번 사건은 라마단 단식 종료(지난 달 25일) 후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것이란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한국에 대해서도 그동안 현지 대사관과 한국인 구호단체 요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위협성 경고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부 "파병 방침 불변">에서 중앙은 "한국인 사망사태의 여파로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반대여론이 힘을 얻게 될게 분명하다"면서도 "이렇게 되면 국민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파병 시기도 상당히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고 보도하는 등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추가파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특히 중앙은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로 인해 추가 파병할 한국군에 자체 경비병 성격의 전투병을 늘리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내놓는다"며 일각의 '전투병 파병 주장'에 힘을 실었다.
2일 사설 <무도한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에서 중앙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불거질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에 곤혹감을 느끼더라도 대 테러전쟁에 대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이런저런 감상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기 전에 국익과 국제정세의 냉엄한 논리를 정확히 인식, 논란의 가닥을 잡고 국민의 인식에 혼선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부필자 칼럼 <이라크 파병 흔들리면 안된다>에서는 "파병은 미국의 요청이지만 사실 미국보다 이라크 주민들의 요청이 더욱 절박하다"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사건을 오히려 '전투병 파병'의 필요성으로 연결시켰으며, 가장 노골적으로 '전투병 파병'을 주장했다.
1일 3면 <"한국도 테러표적 우려가 현실로" 충격>에서 "파병규모 성격 시기 지역을 놓고 미국과 막바지 협상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하면서도 "현재로선 파병 결정 자체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써 한국군 추가파병을 당연시했다. 동아일보는 이라크 파병 결정이 "국운이 걸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맹국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라크 추가파병'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몰았다.
2일 4면 <국방부 "특전사 파병해 피해 줄여야">에서 동아는 "일반적으론 파병 반대 여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나 국방부와 온라인에서는 이를 계기로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비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무차별 테러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는 만큼 특정지역을 전담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려면 최정예 부대인 특전사 병력을 다수 파병해야 한다는 것이 군 내부의 지배적인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사설 <테러에 흔들릴 수는 없다>에서도 "한마디로 테러 때문에 한번 결정된 국가정책이 주춤거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원칙을 중시하는 태도를 계속 견지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부필자 칼럼 <파병 안전대책 절실하다>에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추가 파병군을 테러 대비가 확실하게 가능한 성격과 규모로 편성함으로써 우리 군장병에게 안전감과 자신감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을 우리나라의 '추가파병 결정'이라고 지적했으며, 파병결정 철회를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교민안전 대책이 미흡했다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경향신문은 1일 1면 <한국인 2명 이라크서 피살>에서 "지난 3월 이라크전 개전 이후 처음 발생한 우리 국민의 피해로, 국내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면 <이라크 교민보호 '구멍'>에서 경향은 "이번 사건은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당장 한국군 파병결정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파병하더라도 전투병 비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민간인이 피격 당한 마당에 비전투병 위주로 파병할 경우 이들의 신변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며 '테러사건' 이후 여론의 흐름을 추정 보도했다(2일부터는 대부분의 신문이 이 같이 보도했음). 7면 <"한국인마저…"망연자실>에서는 "이라크 파병 반대 시민단체는 물론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며 송영길, 김재홍, 이태호, 최열, 손낙구 등의 주장을 인용해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일 사설 <한국인 테러희생자 더 이상 없어야>에서 경향은 "테러리스트들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공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국이 이라크의 늪에 더 이상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던져진 경고장임은 분명하다"며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우리 국민을 더 이상 테러의 위험 속으로 몰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의 '추가파병' 결정과 연관된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기도 전에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1일 1면 <한국인 2명 이라크서 피살>에서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그동안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군이 추가파병될 경우 한국인도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4면 <중동 한국공관 비상경계령>에서 한겨레는 "파병국을 겨냥한 치밀한 계획에 따른 이번 테러는 지난 21일 팔레스타인호텔을 향한 로켓포 공격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한국대사관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당시 공격을 받았던 1211호는 한국대사관 무관이 쓰기로 예약했던 곳으로 국회조사단의 보고에서 밝혀졌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2일 3면 <파병 겨냥 '계획된 무력경고' 무게>에서 이번 사건의 명확한 원인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추가파병 방침을 이미 결정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파병이나 재건비용 분담으로 미국을 돕는 나라들이 줄지어 공격당해 온 점 등에 비춰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어 사설 <민간인 피살은 파병 '참극'의 시작일 뿐>에서 한겨레는 "(정부가)경위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정부의 파병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파병 문제가 국민의 생명과는 별개인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국방부 일부에서는 오히려 파병 부대에 특전사 등 전투병의 비율을 높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파병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이라크에 독립적인 정부가 구성되고 유엔이 치안지원 책임을 맡은 이후 이라크 정부 및 유엔과 협의해 민간 지원단을 보내면 된다"고 파병방침 철회를 주장했다.


그간 시민사회에서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중동지역에 나가있는 우리 교민들이나 관련업체 직원들이 애꿎게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파병철회'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불행하게도 현실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 신문은 정부와 외교부의 안일한 대처만을 질타하고, 여전히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절대 깨뜨릴 수 없는 '금과옥조' 인양 당연시하고 있다. 우리는 추가파병을 당연시하며 전투병 중심의 파병을 은연중에 선동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병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여론 공작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및 외교부가 이라크 현지 교민보호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면 이는 응당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을 정부와 외교부의 '교민안전대책 미흡'으로만 몰고 간다면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테러사태'의 본질을 호도 할 우려가 있다. 중무장한 미군마저 테러에 희생되는 판에 '안전대책'만으로 어찌 테러를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정부와 외교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할 처지가 못된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이라크 조사단이 귀국했을 때 <"바그다드등 빼곤 치안 괜찮은 편 전투병 포함 혼성부대 보냈으면">(조선) <"이라크 주민 한국군 파병 원해">(동아) 등의 보도에서 바그다드를 제외한 지역의 치안상황은 좋다며 파병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을 부각해 보도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각각 <"테러위험 있으나 민생치안은 안정단계">(경향) <"이라크 민생치안 나아졌지만 정치적 테러는 격화">(한겨레)에서 테러의 위험성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엉뚱하게 이번 사건을 두고 현지의 불안한 치안상황을 부각하며, '전투병 파병'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처럼 섣불리 '추가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더 나아가 '전투병 파병'으로까지 여론을 호도 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 들라'는 대단히 무책임한 보도 행태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거듭 묻고싶다. 당신들은 어느 나라 언론인가. 친미적 시각에서 사태를 호도하지 말고 언론은 우선 정확한 사고 원인과 이라크 현지의 상황부터 제대로 취재해 보도하라.

 


2003년 12월 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