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이라크전 개전 첫날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3.3.22)
등록 2013.08.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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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이라크전, 실상을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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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반전여론 속에서도 미국은 3월 20일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방송3사는 속보를 긴급편성하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우리 방송보도는 전쟁 진행상황을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방송3사 모두 메인뉴스를 특집으로 편성해 2시간 동안 전쟁관련 보도를 다루면서도 정작 전세계적인 반전여론이나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전황'을 알리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이번 이라크전 방송보도는 선정성과 연성화 경향이 가장 두드러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전쟁으로 희생되고 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첨단무기'의 성능에 집중됐다. 첫날 공격에 어떤 무기가 사용되었는지 알리는 보도가 방송사마다 3∼4꼭지씩은 등장했다. 또한 경쟁적으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사실감 넘치는 3D입체화면까지 동원하며 이번 전쟁을 '컴퓨터 게임화'했다.


가장 심각한 방송사는 역시 SBS였다. SBS의 이라크 전쟁 관련보도는 총 27꼭지로, 이 가운데 17꼭지는 이라크 전쟁 상황보도였다. SBS는 전쟁상황을 보도하며 크루즈 미사일 발사, 스텔스기 출격, 폭격 장면 등 선정적인 화면을 9꼭지에서 빈번하게 보여하였다. 또한 미·영 연합군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가 8꼭지씩이나 배치되는 등 미국 중심의 보도를 전체시간의 절반 이상 할애하는 편향적인 보도태도를 드러내었다. 반면 국내외 반전여론은 단순보도에 그쳤다.
SBS는 보도시각에서도 '균형'을 상실했다. SBS 기자들은 "미국은 이라크군의 사기를 제압하면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정확도 80%')와 "지하나 동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적군'의 지휘부와 작전통제센터를 부수기에는 최고의 무기"('땅속도 초토화')라며 미국중심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했다. 미군에게 이라크군은 적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라크군은 전쟁의 한쪽 당사자일 뿐인데도 자칫 일방적 시각을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쟁 전, 미국의 전쟁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하던 MBC는 전쟁 상황전달에 치중하고 있다. 전체 21꼭지 중 이라크전 전황에 관한 보도가 12꼭지나 되었다. 이들 보도는 대부분 미국의 공격을 '따라가기식'으로보도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국제 반전여론에 관해서는 국제부를 연결해 해외 각국의 동향을 단순보도하고 있다. 특히 MBC는 보도 중간에 "이라크 전쟁, MBC 뉴스가 함께 합니?quot;는 광고를 등장시켜 참혹한 전쟁마저도 '상품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BS보도는 전체 27꼭지 중 전황보도가 12꼭지였다. 반전여론과 전쟁의 참혹함을 다룬 보도는 5꼭지로 다른 방송사에 비해 비중이 컸으나, 단순전달에 그쳤다. KBS는 특히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소개하는 보도가 많았다. 입체 스튜디오에서 정밀한 그래픽을 이용해 '크루즈 미사일', '스텔스기' 등의 성능을 소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알리기보다 단순히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


벌써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방송에서 추악한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보도는 찾을 길이 없다. 방송3사는 지금이라도 이라크전쟁 관련 보도에서 전쟁의 이면도 균형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해주길 촉구한다. 시청자들은 우리 방송을 통해 세계 평화를 중심에 둔 보도를 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3년 3월 22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