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자전거경품'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2.13)
등록 2013.08.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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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전가에 앞서 자성하라
 

 


조선일보의 책임전가에 안쓰러울 따름이다.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고쳐라.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자 조선일보가 12일 <사고>를 통해 '자정선언'을 하고 나섰다. 더 이상 자전거경품 등 고가 경품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관련기사를 통해 신문시장 파행에 대해 교묘한 책임전가를 시도함으로써 '자정선언'의 진의마저 의심케했다.
조선일보는 12일 <유가지 늘리기 위한 출혈 경쟁; 작년 3일 자전거경품 내건 한겨레신문 첫 적발돼>라는 기사에서 "자전거 경품 제공은 한겨레 세계일보 등 이른바 '마이너신문'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겨레신문 대전 진잠지국이 자전거를 경품으로 내걸고 판촉활동을 벌이다 신문협회에 고발이 접수돼, '자전거 경품 적발1호'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 경품경쟁이 한겨레신문에서 시작돼 세계 동아로 확산되면서 "중앙과 조선일보 지국들이 10월쯤 자전거를 경품으로 내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신문시장이 파행으로 치달은 근본 원인과 책임을 호도할 우려가 큰 것이다. 자전거 경품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신문사들의 과다한 출혈 경쟁에 따라 '경품의 고가화'가 진행되면서 자전거, 비데, 김치냉장고로 확대된 것이다. 이른바 '마이너신문'들도 경품경쟁에 뛰어든 것이 사실이고 신문시장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마치 이들 마이너신문들이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조선일보는 97년 '지국장 살인사건'을 잊었단 말인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미 말그대로 '살인적인 경쟁'을 해왔던 당사자이다.
더욱이 최근의 각종 자료에 따르면 고가의 경품을 주도한 것이 '메이저신문'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 지난 12월 신문협회가 각 신문사에 부과한 위약금은 동아(21억 8730만원), 중앙(8억119만원), 조선(5억149만원)순으로 많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언론인권센터에 접수된 고가경품 신고 건수에서도 조선일보 38.2%, 중앙일보 26.5%, 동아일보 29.4%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이는 조선일보가 주장하듯 조선과 중앙이 마지못해 경품 경쟁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고가경품 경쟁을 사실상 주도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마치 일부 지국의 자구적 대응인 것처럼 보도한 것도 사실왜곡이다. 이미 조선일보가 각 지국에 대해 고가경품 제공을 유도했다는 사실은 조선일보의 전(前) 지국장들로부터 확인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매출액 대비 위약금 비율'이라는 통계까지 동원해 자신들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상대적으로 미미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6위에 그친다. 그러나 이 역시 자신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축소하려는 안간힘일 뿐이다. 비슷한 규모의 경품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위약금을 부과받았다해도 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조선일보가 낮은 비율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진정으로 자정하고자 한다면 다른 신문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따위의 '치졸한 수'를 쓰지 말고 먼저 지금까지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 그리고 신문협회가 부과한 위약금을 납부하는 등 최소한의 현실적 조치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후 조선일보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우리는 공염불식의 '자정선언'을 원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선언'한 대로 실천해 신문시장 정상화에 '협력'하라.

 


2003년 2월 1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