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지면개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5)
등록 2013.08.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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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진짜 '혁신'해보라
 
 


24일 조선일보가 지면을 개편했다. 사회1면에 해당하는 마지막 면에 사설이, 정치면이었던 2면에 종합뉴스가 실렸다. 마지막 면부터 3개면에 걸쳐 오피니언란이 배치되었고, 그 중 1개면은 독자의견으로 할애되었다.
일단 신문의 오랜 관행에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기획을 신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고 동성애자인권운동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은 것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러한 지면 개편을 조선일보의 '실질적이고도 충분한 변화'로 받아들일 수 없다.
23일 조선일보는 <새 조선일보 내일부터 배달>이라는 사고(社告)를 내고 '재창간한다는 심정으로 지면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며 '(조선일보와)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지면을 전면 개방, 다양한 견해들이 숨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4일 조선일보에서는 '재창간', '혁신'을 내세울만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김형기 사회부장의 칼럼 <'007 안보기' 캠페인>은 이른바 '세대갈등'에 대한 부풀리기, 촛불시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에서 조선일보의 '특기'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칼럼에 따르면 광화문에 '몰려나온' 사람들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무엇인지, 소파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패션처럼 반미에 휩쓸리는 부류다.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은 사회의 가장으로서 권위와 의무를 포기한 기성세대라는 것이다. 시민 의식에 대한 폄하는 차치하더라도 불평등한 한미관계라는 문제의 핵심을 세대간 갈등으로 몰아가는 논리 비약에서 우리는 조선일보가 형식적 지면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고한 아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가시적인 지면 개편을 이용해 내부의 변화 요구를 단속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변화'와 '다양성'의 이미지만을 부각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로 상징되는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는 조선일보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무색케한 '대선 패배'와 그에 따른 내부 비판, 시민들의 계란세례로까지 확대된 반조선일보 분위기는 조선일보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수구냉전적 보도태도와 자사이기주의에 기초한 왜곡보도 행태는 형식적 지면 개편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보도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가로막고 개혁 딴지걸기와 재벌의 나팔수 노릇을 지속한다면 지면 개편은 '재창간'은커녕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지면의 극히 일부분을 할애해 반대 의견을 싣고 '다양한 견해를 포용한다'고 억지 부리지도 말라. 조선일보는 반대 의견을 왜곡하지 않는 기본에서부터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지금까지의 잘못을 자성하고 진정한 변화를 꾀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와 '다양성'의 이미지를 악용해 더욱 교묘한 왜곡을 자행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조선일보의 변화를 바란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진정한 변화를 거부한다면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언론개혁은 이제 국민적 요구가 되고 있음을 명심하라.

 


2003년 1월 2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