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장애인 선로 점검시위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2.9.23)
등록 2013.08.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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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 방송보도 냉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실을 점거한 채 39일간의 농성을 진행해 왔던 '장애인 이동권연대' 가 지난 19일 해산했다. 5월 19일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1급 중증장애인 윤재봉씨가 장애인용 리프트에서 추락사한 사건에 대해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대책마련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역의 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교체해 달라는 이들의 대안요구는 지난 주 시청역 선로점거 농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장애인의 기본권적 권리요구를 보도하는 방송3사의 태도는 지금껏 사회가 그들에게 던진 냉소적 시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시청역 선로점거농성 관련사건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는 총 4꼭지였다. 사회적 의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보도건수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보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KBS 뉴스9의 경우 11일 <'이동권보장' 농성>에서 농성의 이유나 장애인의 입장은 거의 보도하지 않은 체 불편을 겪게된 시민의 격앙된 반응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12일 <계속되는 절?gt;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모색했으나 피상적으로 시설비용에 집중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MBC 뉴스데스크는 11일 <선로점거시위>라는 제목으로 단 1꼭지를 보도하는 것에 그쳤다. 극단적 방식의 시위까지 하게된 원인에 대해 비교적 성의 있는 분석을 내놓았으나 대안모색이나 서울시의 반응 등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됐다.
SBS 8시뉴스 역시 11일 <철로점거시위> 1꼭지에 그쳤는데 원인 분석, 대안모색 등은 전무한 채 단순히 사건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침으로써 사회적 의미가 강한 장애인들의 농성을 여타 사건사고소식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민주적 사회시스템이 안착된 사회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있기 마련인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약육강식의 생존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소수자들의 권리는 쉽게 침해받을 수 있으며 기본권적 권리마저 위협받기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낸 법적 규범적 보호장치는 그들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는 데 있어 생명줄과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사회의 경우 그러한 기본적 사회합의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우리의 일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그러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민주적 시스템 형성을 제안하며 감시해야할 언론이 스스로 그 책임을 방기하는 오늘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부디 방송3사는 사건이 던지는 사회적 의미를 회피하지 말고 그에 걸 맞는 성의와 진지함으로 뉴스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2002년 9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