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연평도 서해교전 사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2.7.4)
등록 2013.08.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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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진실규명에 나서라 
 

 

 

지난 달 29일 발생한 연평도 서해교전을 두고 일부 족벌 언론과 한나라당의 '과잉대응'으로 남북관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교전지역은 남북한 어선 및 해군이 자주 충돌하는 지역인 만큼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이미 이 지역에서는 지난 99년 남북간 교전이 있었고 앞으로 제3, 제4의 교전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교전사태를 보도함에 있어 언론은 매우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북한이 선제 공격을 했고 아군피해가 컸다'는 점에 주목하여 보도함으로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보도태도는 단연 조선일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일반기사, 사설, 칼럼, 독자투고 등을 통해 연일 정부와 군 당국의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심지어 햇볕정책까지 흔들고 있다.


7월 1일자 1면 머리기사 <북 함정 주위에 아군함정 8척 포진 수천발 쏘고도 격침못시켜>에서 조선은 "격침시키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격침에는 실패했다" "군 당국이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등 시종일관 격침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는 7월 2일와 3일자 기사인 <왜 북함정 격침 못했나>(3면) <"북 경비정 왜 격침못했나" 도마위로>(4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의 강경입장은 사설과 칼럼에서 더더욱 두드러졌다. 1일에는 <'DJ 햇볕' 이젠 뭐라고 할 작정인가> <통수권자·국방장관부터 책임져야> <'햇볕'이 예고한 비극>(아침논단/서강대 이상면 교수) 등 무려 3개의 사설 칼럼을 실었고 2일자에도 <당하고도 속수무책으로 가는 정권> <누가 우리 군의 손발을 묶었나> 등의 사설에서 햇볕정책 흔들기 강경대응 주장을 담았다. 이런 태도는 2일자 4면 <"경고 안 들으면 즉각 위협사격을">이라는 섬찟한 제목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또 7월 3일자 1면에서 <"북 서해도발은 우발적 행위" 정부, 미·일 설득 논란> 이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설득작업을 '논란'거리로 치부했다. 정부의 설득이 왜 '논란'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정부가 미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북한'을 매도하고 때리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3일에도 관련 사설을 두 개나 실었다. <그들은 영결식에도 오지 않았다>에서는『'적'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할 때 이미 예견된 참상이 아니던가』라며 '주적논란'을 들먹이며 비아냥 거리는가 하면 <선제 공격을 '우발적인 것'이라고?>에서는 "북한의 선제 기습공격으로 일방적으로 당한 한국정부가 왜 나서서 우방국들에 '우발적인 것' 운운하며 북한을 변호해줘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중앙, 동아일보는 기사분량과 논조의 강도에 있어 조선일보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입장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중앙일보가 7월 1일 1면 머리기사로 <교전규칙 따르다 당했다>며 교전규칙을 문제삼은 것이나 7월 3일자 1면 머리기사 <북함정 NLL 침범후 퇴각 불응 땐 곧바로 경고사격 후 격파>모두 햇볕정책 흔들기, 북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다. 동아일보는 1일 1면과 2면 머리기사에서 각각 <금강산 관광 지속 논란> <"북 변화시키기 힘든 집단">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이어 3면 5면에서도 각각 <초계함 늑장출동 반격시기 놓쳤다> <함포에 맞은 '햇볕' 중대기로>기사를 통해 이번 대응을 질타하고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 1일자 4면 <김정일 등 수뇌부 도발지시 가능성/99년 폐장 김윤심 사령관 3년 벼른 보복전일수도>(이영종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는 마치 이번 교전이 북 수뇌부의 지시에 의한 계획적 도발인 양 추측하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성 기사였다. 중앙은 또 이날 사설에서 <남북 당국자회담 즉각 열어라>라며 '대화'를 주문한 듯 보이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부와 북한, '전문가 의견 찬반양론' 등 객관적 포장을 갖춘 동아일보의 기사는 조선, 중앙과는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동아일보는 1일자 사설 <정부 '서해만행' 흐지부지 말라>에서 "물론 이 시기에 남북한 간의 긴장이 더 고조되고 한반도가 전운에 휩싸이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공론과정 없이 당장 중지하라는 얘기도 아니다"고 전제를 달아 일방적으로 햇볕정책 비난에 급급한 조선일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 사설은 이어 "금강산 관광 등 민간부문의 교류사업을 국민감정이 진정될때까지 일시 중단하라는 정치권과 일부 정부관리들의 주장은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필두로 하는 일부신문의 이번 사태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조선일보가 '계획된 도발'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사실확인에 소홀한 점은 조선일보가 과연 '언론'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조선은 또 중앙 동아일보와 함께 '책임자 문책'과 '교전규칙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연일 햇볕정책 폐기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공세와 맞물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도대체 왜 이러나. 특히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취재하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언론이 먼저 흥분해서 연일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가면 그로 인해 빚어질 불상사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들 언론은 새로 밝혀지는 사실까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연평총각' 명의의 네티즌이 "우리 어민들이 단합해 NLL을 먼저 침범했고, 해군은 우리를 호위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는 요지의 글이 올라있다. 또 MBC, 한겨레, 연합뉴스, 디지털말,오마이 뉴스 등이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 새로운 사실들을 속속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연평도 주변 어장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남쪽 어선들이 허용된 어장을 이탈하자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과정에서 교전이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 또 익명의 군 관계자가 "북한이 이번에 어업통제선을 벗어난 우리 어선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북한의 외화벌이인 꽃게를 남쪽에서 많이 잡아가 북한쪽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나 29일 교전 이전에도 남한 어선의 어업통제선 넘기와 북한경비정의 북방한계선 침범 등의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점은 이 문제가 지니는 또다른 측면을 시사해준다. 바로 NLL 설정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해결이 우발적인 교전의 근본적 해결책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일보가 7월 3일자를 통해 이를 언급했으나 <"교전 발단이 우리에게 있을 수도 있다" 민주 '남측 책임론' 발언 파문>이라며 이를 '파문'으로 취급했다. 게다가 중앙은 오히려 사회 1면 박스기사에서 <"어선 월선이 북공격 빌미라니 …" / 일부 방송 보도에 분개 - 연평도 어민표정>라는 제목으로 다른 사실을 '특종' 보도한 MBC 보도를 비난하는 '치사함'을 보였다. 진상규명 차원에서 마땅히 타 언론의 특종 내용을 확인·추적하는 태도를 보여야 함에도 중앙은 단지 한 어민의 '말도 안 된다' 라는 말을 빌어 이를 제목에서 '분개'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조금 더 신중함을 보였다. 1일자 5면 <NLL은 시한폭탄>에서 "이 선은 휴전 규정에 없으며 국제법상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으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NLL로 인해 언제든지 남북 분쟁이 재연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NLL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동아의 전반적 기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함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회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차분한 진상규명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지금의 감정적 보도행태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뿐이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한다. 조·중·동은 진실규명에 나서라.

 


2002년 7월 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